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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España

[Day 402-404] 따스한 가을의 안달루시아에서 우리만의 휴양을, 말라가 (Malaga)


말라가(Malaga)


드디어 지긋지긋한 바르셀로나 호스텔을 벗어나 모로코를 향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생각보다 땅덩이가 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남부인 안달루시아 도시 어딘가로 이동하려고 하면 기차값이나 저가항공값이나 그게 그거다.

덕분에 이번에도 비행기 타고 편하게 피융- 날아 말라가 도착.


사실 저가항공으로 모로코까지 한번에 가는 비용이 이렇게 다른 도시 거쳐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데

우린 그냥 지브롤터 해협을 바라보며 배 타고 유럽에서 아프리카 대륙으로 넘어가는거, 그게 해보고 싶어서 굳이 안달루시아를 거쳐가기로 했다.

세비야, 론다, 그라나다, 네르하. 매력적인 도시들이 넘쳐나는 안달루시아이지만 다 보기엔 시간도 비용도, 이제 좀 유럽을 빨리 나가고 싶어서 골라보기로.

그 중에서도 말라가에 온건 당시 찾을 수 있는 안달루시아행 항공권 중에 제일 저렴한게 말라가라서ㅋㅋ

원래는 세비야로 갈까도 했는데 라이언에어 특가 항공권이 잠깐 망설이는 몇 시간 사이 사라지는 바람에 못 사고ㅠ 

덕분에 안달루시아 여행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못 와봤던 말라가에 와보게 됐다.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남쪽이라 더 따뜻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안달루시아도 겨울준비 중인지 기대만큼 따뜻하진 않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건 역시 하늘.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청명한 하늘!










바라만 봐도 절로 신이 나는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숙소였지만 어차피 말라가가 그리 크지 않아 걷기에 부담도 없고 조용한 위치가 참 좋았고

공용화장실이지만 방마다 따로 사용할 수 있는 옷걸이, 선반이 갖춰져 있고, 부엌은 없는 것 없이 필요한 모든게 다 있던 최고의 숙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이번엔 운이 좋았던건지 워낙에 조용하고 깔끔한 주인아주머니 덕분인지

투숙객들 모두 조용조용 깔끔깔끔해서 3일동안 그동안 쌓인 피로를 좀 풀 수 있었다.


이제 십대들 가는 호스텔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더 편해져버린 우리 흑.

마지막 날 체크아웃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깨끗하고 조용하게 써줘서 너무 고맙다며 칭찬을 어찌나 해주시던지ㅋㅋㅋ


여행을 오래하니 숙소 보는 눈도 남달라지는 것 같다.

외관만 그럴 듯하게 꾸며놓고 쓸데없이 비싸보이는 물건만 갖다놓은 곳과

좀 오래되고 손 떼 타 보여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옷걸이 하나 더 갖춰져 있는 그런 숙소의 차이.











여긴 말라가 대성당










사실 말라가에 오긴 왔지만 피카소의 고향이란거 말고는 아는 것도 딱히 기대되는 것도 없었던 게 사실.

바르셀로나에서 하도 잘 먹었더니 거리의 타파스바에도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고 비싼 휴양지로 알고 온터라 그냥 비싸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다니던 거리에는 고급 리조트 같은건 별로 보이지도 않고 음식점도 의외로 저렴한게 꽤 있었다.










바닷가니까 생선구경이나 해보자며 향했던 중앙시장.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시장 한켠 싱싱한 해산물들 구워주는 냄새가 크아.
















바르셀로나에서 너무 단련이 됐나 생각보다 저렴했던 가격에 정신 놓고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주세요! 해서 또 왕창 주문해버렸당. 

조개, 참치, 낙지구이에 생선튀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달루시아에서 젤 맛난 알람브라 맥주까지! 진짜 맛있음ㅠ

저거 다 메뉴가격보고 반씩만 달라고 한건데 양도 무지 많고 배터지게 먹고 나옴.
















룰루랄라 배 채우고 다시 시장 구경
















다른 한켠에는 채소와 과일 코너










이게 뭔지 참 궁금했는데 결국 못 먹어봤다.















오랜만에 노천카페에 앉아 멍 때리기.

와 우리 이런데 앉아보는 게 얼마만이야?










독일 이후로는 좀처럼 론리 영문판을 찾아보기 힘든 유럽의 서점들.

인터넷 정보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지도가 편할 때가 많아서 서점이 보이면 이렇게 지도 펼쳐놓고 연구하다 나오곤 하는 우리.

가기로만 했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한 모로코. 역시나 스패니쉬 뿐이라 지도만 한번 눈도장 찍어주고.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라 사진이 이것뿐인 피카소 박물관.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보다 규모도 작고 작품도 별로 없지만 

피카소가 끄적끄적 연습하듯 그린 그림들, 자기가 천재라는 걸 안다는 듯 쿨하게 너무 쉽게 그림 그리는 영상자료들이 꽤 재미있었다.










안달루시아의 건물










안달루시아의 나무










오기 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말라가에 오니까 안달루시아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 

안달루시아의 뜨거운 태양과 딱 어울리는 컬러풀한 건물들과 광장이 있던 세비야도 다시 가고 싶고.


작년에 (작년!)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영국 할머니할아버지가 영국 돌아가면 다시 겨울동안 말라가에 가 있는다고 영국 날씨 너무 구리다고 그랬는데

추운 유럽나라들에 있다가 내려와보니 그 심정이 정말 이해가 된다.












말라가 성곽 주변 견학 나온 아이들이 시끌벅적했던 오후.

성 위로 올라가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꽤 좋다고 한다, 우린 안 갔지만.











특별한 바다는 아니지만 풀밭에 누워 바다 바람을 맞을 수 있는 말라구에타 해변.











해변 식당들은 비싸고 길건너까지 조금만 걸어나오면 꽤나 저렴했던 점심메뉴에 이렇게 푸짐하게 해산물과 빠에야에 맥주까지 주던 동네 레스토랑.

배 채우고 다시 바닷가에 누워 뒹굴뒹굴했던 마지막 날.











오랜만에 집 같은 주방을 만나니 완전 신났던 저녁 요리시간, 하루는 페스토 라자냐에 스테이크. 










스페인이라 그런지 멕시칸 재료가 다양해서 하루는 소고기 화이타까지 큭큭.

우리 맨날 먹기만 하는거 아닌데 먹을 때만 사진을 찍네.


특별한 날 아니고 그냥 고기 먹고 싶은 날 맘껏 사서 양껏 해먹어도 부 담없다는 점 또한 여행 중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어딜 가도 한국보단 고기가 싸니까ㅠ 고기 많이 먹어 좋을 거 없다는 거 아니까 그리 자주 먹진 않는데 그래도 요리하는 재미가 있당.


생각해보면 말라가에서 3일을 있었지만 한 건 정말 없다. 그냥 걷고 박물관 하나 가고 배고프면 먹고 밤 되면 쿨쿨 자고.

우리만의 휴양. 휴양이 뭐 별거 있나 따뜻한 곳에서 잠 잘 자고 밥 잘 먹으면 그게 바로 휴양이지!


사실 더 쉬고 싶었지만 이 때만 해도 모로코 가면 더 남쪽이니까 더 따뜻할 줄 알았다.

중동이라 힘들 줄은 알았지만 더 따뜻하고 물가도 더 싸면 아무래도 맘도 좀 더 편하니까.

쉥겐조약 때문에 유럽에 머물 수 있는 날짜도 많이 남지 않았고 그래서 다시 떠날 힘만 겨우 얻어 3일 만에 길을 나서기로 한거였다.

몰랐다고 모로코가 그렇게 힘들 줄은. 흑ㅠ


아무 것도 모른 채 다음은 유럽 마지막 도시, 아프리카로 향하는 관문 타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