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쉬에서 탈출해 향한 곳은 버스로 3시간 정도 거리 대서양 연안의 에사우이라(Essaouira)
모로코 다음 목적지는 탄자니아. 어떻게 루트를 짜도 항공권 가격이 만만치 않은 구간이라 그나마 괜찮은 가격의 날짜로 미리 사놓을 수 밖에 없었고
모로코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던 나는(내가 모로코 좋을 것 같다고 우김 흑흑ㅠ) 모로코 아웃 날짜를 너무 넉넉하게 잡아버렸다.
아실라, 쉐프샤우엔, 페스, 메크네스, 메르주가, 마라케쉬까지 보고 오는데 열흘 밖에 안 걸리고 카사블랑카 아웃 날짜까지 무려 6박이 남아버린 상황-_-
카사블랑카는 볼거 없단 얘길 하도 많이 들어서 조용한 이 해안가 마을에서 5박을 하며 쉬어가기로 했다.
5박이나 할 생각을 하니 숙박비가 넘 아깝게 느껴져서 일단 제일 싼 메디나 안 호스텔로 향했던 첫날.
부킹닷컴에서 이해할 수 없을만큼 평점이 좋았던 이곳은 과테말라 안티구아 이후 여행 중 본 최고로 더러운 호스텔이었다-_-
당장이라도 베드벅이 튀어나올 것 같은 알 수 없는 냄새 때문에 침낭에 머리 끝까지 다 집어넣고 꽁꽁 싸맨 채 숨쉬기 어려워 잠을 설친 밤.
이층에서 잔 오빤 엄청 추웠다며 바로 또다시 감기에 걸려버리고. 또다시 만신창이가 되어 다음날 바로 숙소를 옮겨야 했다.
그 와중에 호스텔에서 만난 폴란드 여행자는 여기 사람들도 친절하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 라며 최고의 호스텔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뭐랄까, 갑자기 내가 호스텔에 적응 못하는 늙은이가 되어버린 기분이라 조금 슬펐다. 그 아저씨 나보다 나이 많았는데 흑.
어쨌든 첫날 호스텔에 배낭 던져놓고 구경나온 바닷가.
다들 여기 와서 생선구이 맛나게 먹었다는 얘길 많이 봐서 기대하고 나왔는데 생선이 진짜 많긴 많은지 어마어마한 갈매기떼.
사람들이 손질하고 던지는 내장을 무서운 속도로 먹어치우던 갈매기들.
크기도 엄청 크고 빠르기도 무지 빨라서 고양이가 갈매기를 당해내질 못한다. 동네 깡패 같은 갈매기가 다 먹음!
우리가 먹고 싶었던건 어느 블로그에선가 보았던 갈치! 오직 갈치!
눈에 불을 켜고 갈치를 찾아나섰는데 눈에 보이는건 저렇게 징그러운 생명체 뿐. 윽 쟤 모야!
이쪽 시장근처에 오면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는 구이가게들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못 찾고
이런 킹크랩이 널려있지만 광장 쪽에 몰려있는 해산물 구이집들은 가격이 꽤나 부담스러운 수준에서 통일되어 있어서 대충 맛만 보는 걸로 만족ㅠ
둘째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부엌이 있는 아파트먼트로 방을 옮기고 동네 큰 마트에 가서 쌀부터 샀다. 밥 먹고 힘내자!
오랜만에 흥분해서 장 보다 보니 사먹는 것만큼 돈을 쓴 것 같기도 하지만-_-
막 요러고 놀다 왔다.
방을 옮긴 다음부터 한 일이라고는 방에서 꼼짝 않고 쉬다가 밥 해먹고 쉬다가 인터넷 하고.
생각보다 주방시설이 없어서 요리하긴 구렸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있을만 했던 방이었는데
방 옮기고 둘째날 아침 주인이 청소해주겠다고 와서 아직 깨끗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무조건 들어와 청소를 해야한다면서
자기가 주인이니까 자기 말에 따라야한다느니 싫으면 나가라느니 이상한 말을 해대서 막 싸우고 또 맘 상하고ㅠ
쉬운 날이 하루도 없는 모로코. 오빤 감기로 골골대고 난 정신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접시를 두번이나 깼다.
다시 한번 갈치를 찾아 시장에 나갔던 날
성곽 위로 올라가면 저 메디나와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 사진도 찍을 수 있던데 우린 다 귀찮을 뿐이고
메디나도 한두번 돌아다녔는데 사진이 하나도 없당. 참고로 여기 메디나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건 없어보임.
오전이라 그런지 요일마다 다른건지 지난번보다 훨씬 활기차던 시장
막 들어온 배에 몰려 생선 사는 사람들
드디어 갈치 발견! 무지 크다 꺆!
반만 사려고 했는데 한 마리 밖에 안 된다고 해서 한 마리 다 사기로 했는데 (이렇게 큰 거 한 마리에 4유로 정도면 싼거 맞죠???)
갈치로 요리 한번도 안 해봤으면서 요리는 어떻게 할거며 한 마리를 둘이 어떻게 다 먹을거냐며 오빤 불만이 한가득이었다-_-
우리에겐 키친요정님들이 있거늘...결국 자기가 다 먹을거면서!
돌아와 뚝딱 해낸 갈치조림! 맛있다아아!
그렇게 갈치조림 갈치구이 신나게 갈치먹고 생각보다 후딱 지나간 에사우이라의 날들.
다시 짐 싸면서 마라케쉬에서 찢긴 우리의 데일리팩과 작별을 고함.
이렇게 접어다니면 컴팩트해지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 쓰던 물건 중 하나였는데ㅠ
(선물해주신 원섭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비행기를 타야하는 카사블랑카에서.
예쁜 이름과는 무관하게 별로 볼게 없다는 정보에 따라 (더군다나 숙박비도 엄청 비싸서!) 잠만 자고 나오기로 한 카사블랑카.
지도 상으론 에사우이라에서 카사블랑카가 별로 안 멀어보이는데 마라케쉬 쪽으로 엄청 돌아가는지 교통체증까지 더해 거의 7-8시간이 걸려 또다시 밤에 도착.
유럽에서도 이런 가격에 숙박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무려 6-70유로에 달하는 이비스 호텔로 직행한 이유는
호텔 코 앞에 있는 이 기차역에서 공항행 기차를 탈 수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카사블랑카에 가는 목적이 우리처럼 오직 공항 가는 것 뿐이라면 위치 하나는 끝내주는 이비스를 추천.
그래도 호텔은 호텔이라 진짜 오랜만에 깨끗한 침대에서 자고 냄새 안 나는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도 시원하게 하고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모로코를 떠난다.
공항으로 향하는 기차는 제 시간에 오겠지?
2013년 12월 3일, 이제 진짜 아프리카 내 사랑 아프리카로 향한다.
기다려라 탄자니아!
'지구별살이 121314 > Morocco'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414-415] 사라질 것들에 미련을 갖지 말자, 마라케쉬(Marrakech) (2) | 2014.01.06 |
---|---|
[Day 412-413] 사막마을 메르주가(Merzouga)에서 시작하는 사하라 사막투어 (6) | 2014.01.04 |
[Day 411] 낙타고기 먹고 달리고 또 달려라. 메크네스(Meknes) (2) | 2014.01.03 |
[Day 410] 시간이 멈춘 미로 도시 페스 (Fes) (2) | 2014.01.01 |
[Day 407-409] 맑은 산 속 파란 마을 쉐프샤우엔(Chefchaouen) (2) | 2013.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