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파나마로!
남미에서 중미로!
카르타헤나 숙소 근처 산디에고 광장에서 나름 오랜만에 사본 반지, 며칠 안 지나 똑 하고 부러져 버렸다 흑흑.
콜롬비아와 파나마는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그 사이가 다 정글이라 육로이동이 어렵다.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야한다는 말인데, 그 중에서도 많은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은
카르타헤나에서 출발하는 작은 크루즈 배를 타고 4-5일 동안 파나마의 아름다운 바다 산블라스 (San Blas) 제도를 거쳐 파나마 시티까지 가는 루트.
단점은 비싸다는 것과 (4-500달러) 배멀미가 꽤 심할 수 있다는 것.
(나중에 파나마시티에 가보니 크루즈 말고 저렴하고 빨리 이동이 가능한 화물선을 타는 방법도 있다고 하긴 하던데 엉덩이가 매우 아프다고 함)
비용도 비용이고 이제 배라면 지긋지긋해 하는 오빠 덕분에 우린 일찌감치 배는 포기하고
한붓그리기에 보고타에서 파나마시티까지의 구간을 포함시켰다.
원래는 카르타헤나에서 파나마로 가고 싶었으나 한붓그리기 규정 상 불가해서 다시 보고타에 가야하는 시츄.
야간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우린 늦게 사서 좀 비싸게 샀지만-_-
그나마 카르타헤나-보고타는 국내선이라 노선도 많고 미리 사면 가격도 그리 나쁘진 않다.
버스터미널보다 공항이 더 가까운 카르타헤나.
이스터섬 갈 때 깨끗한 비행기와 서비스, 특히나 완전 따뜻한 담요에 감동했던 LAN 항공이었는데 이번 란항공은 좀 별로ㅠ
그래도 후안발데스 과자에 커피맛은 참 좋더랑.
오랜만에 남미에 와서 듣게 되는 예전만큼이나 지겨운 질문 중 하나가 "sur o norte?"
즉, 북한에서 왔어 남한에서 왔어?
재밌는건 다들 남인지 북인지 꼭 묻지만 정작 김정은이 살고 있는 나라가 (김정은은 정말 유명해) 남인지 북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
김정은이 있는 나라가 남한이라 해도 믿을 판이고 우리가 북한에서 왔다고 해도 믿을 판이다.
암튼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미국에 살며 콜롬비아에 여행을 왔다는 콜롬비아 아저씨랑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이 아저씨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몇 백년 전 콜롬비아가 파나마,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까지 포함하는 큰 나라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지금 이 나라들이 모두 독립한 상황과 한국의 분단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는 계속해서 다르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냥 서로 각자 주장만 하다가 헤어졌는데ㅋㅋ
덕분에 파나마에 도착해 파나마의 역사를 찾아보니
남미의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독립한건 불과 백년 밖에 안 되지 않은데다
체제싸움은 아니더라도 파나마운하를 둘러싸고 미국이 개입해 독립시켰다는 점에서 콜롬비아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수는 있겠다 싶었다.
보고타-파나마시티 구간은 아비앙카.
다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보고타 공항라운지에 가 있었는데 싱싱한 샐러드가 아주 맛있어서 점심으로 폭풍흡입.
여행하는동안 pp카드로 라운지 가서 흡입한 음식과 음료수와 온갖 주류의 양만 생각해도 신용카드 본전은 다 뽑은 느낌이당.
그렇게 중미! 이곳은 파나마시티!
카르타헤나만큼이나 후텁지근하던 파나마시티.
파나마운하로 유명한 도시인만큼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높은 빌딩 숲에 인공적인 느낌이 팍팍.
자, 그럼 이제 중미에선 어딜 가볼까나?
파나마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세 군데 정도.
카르타헤나에서 배 타고 오면서 거친다는 산블라스 제도, 파나마의 커피 마을 Boquete, 그리고 또다른 아름다운 섬들 Bocas del toro.
산블라스는 파나마시티에서 바로 가는 방법도 생각해봤는데 가서 아무리 캠핑을 하고 비용을 줄여보려 해도 여러모로 만만치 않아서 제끼고
보케테를 거쳐 보카스 델 토로에 가서 놀다가 코스타리카로 넘어가기로 했다.
파나마시티에서 보케테를 가려면 근처 큰 도시 David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파나마시티-다비드 간 버스는 수시로 있지만 보통은 7-9시간, 밤에 출발하는 익스프레스버스는 6시간.
숙박비도 아낄 겸 밤 12시에 출발하는 야간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걸 미리 알았으면 파나마시티에서 숙박을 안 하고 공항에서 바로 버스터미널로 갔겠지만 이건 다 시티 도착해서 그날 밤에 찾은 정보ㅋㅋ
하루 자고 다음날 밤에 버스를 타려고 하니 관심없는 파나마시티에서 하루가 통째로 비네? 뭘 하징?
정말정말 오랜만에 호스텔에서 개념상실 이스라엘리 무리를 만나 힘겨운 밤을 보내고ㅠ
다음날 탈출한 곳은 바로 수산시장! mercado de mariscos.
보통은 파나마 운하를 보러 가겠지만 자연이 아닌 인공적인 구조물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라 파나마시티에서 다른 뭘 할 수 있을까 찾다가
여기 수산시장에 가면 저렴한 세비체를 먹을 수 있다는 정보에 바로 콜!
사진에 보면 파나마 국기와 함꼐 일본 국기가 보이는데 일본에서 이것저것 지어주고 있는지 일본 사람이 많이 와서 사는지
시티 내에 일본인 학교도 보이고 그랬다.
하지만 파나마에 오니 콜롬비아에서보다도 유난히 많은게 중국사람.
파나마의 슈퍼마켓은 전부 다 중국사람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장 앞쪽으로 쭈욱 늘어선 세비체 가게들.
가격은 다 비슷한데 크기에 따라 싱싱한 각종 세비체를 3달러도 안 하는 가격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대박!
참고로 파나마는 미국 달러를 그대로 통용.
튀김 종류는 7-10달러 정도.
만들어 놓은 세비체는 얼음 속에서 바로바로 꺼내주는 센스.
제일 작은 사이즈가 이렇게나 많다.
새우랑 문어!
아웅 맛있엉 와구와구
함께 먹으라고 주는 비스켓에 얹어서도 와구와구
시원한 파나마 비어
사이즈는 무지 크지만 맛은 딱 조기 같았던 생선튀김도 그냥 손으로 와구와구
어찌나 맛있는지 나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가 제일 깨끗이 먹어서 막 뿌듯뿌듯
기대도 안 한 파나마시티에서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기분이 마구 업! 되어서
저기 오른쪽에 보이는 casco viejo (올드시티)까지 걸어서 구경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나저나 우리 일부러 여행나와서 해산물 많이 먹고 가자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기 바다는 어차피 태평양 아니여?
카스코 비에호에서 보이는 시티는 저렇게 높은 빌딩들이 가득하지만
정부에서 카스코 비에호의 건물들은 규제를 해서 예전 모습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고.
그래서 가보면 보수나 공사중인 건물들이 많지만 대부분 건물의 외벽은 그대로 둔 채 내부만 고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시나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되고 있지만 너무너무 더워서 발등이 타들어가는 기분에 얼마 못 걷고 카페로 피신.
어우 근데 콜롬비아에 있다 왔더니 커피값 느무 비싸다ㅠ
파나마의 명물 파나마 hat이 보이는 기념품 가게
들어가보니 그동안 남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양의 수공예품들이 한가득!
파나마 운하, 파나마시티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파나마는 그냥 '도시' 이미지 뿐이지만
파나마에도 많은 원주민 부족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못 가본 산블라스만 해도 kuna 사람들의 자치구역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하고 (아 가보고 싶네ㅠ)
지금 우리가 있는 보케테 근처에서는 전통복장을 입고 거리를 걷는 ngobe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나라 파나마.
대부분 시티에서 야간버스 타고 코스타리카 산호세까지 가지만 그 전에 구석구석 가볼만한 곳도 많은 나라 파나마.
보고나도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파나마시티만 보고 이 나라에 대해 가질 인상과는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떠나게 될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예정에 없었던 파나마시티도 하루정도는 있어볼만한 도시였다.
남미 어딜 가나 있는 볼리바르 장군 조각상과 볼리바르 광장.
파나마에도 있다 볼리바르 광장.
작아서 걸어서 금방 한바퀴를 다 돌아버린 올드시티.
밤까지 버텨야 하므로 너무 일찍 호스텔로 돌아가지 말자며 albrook 쇼핑몰로 향했다.
어쩌다보니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로 오게 돼서 온 김에 밤버스 티켓 미리 사놓고.
이날은 대부분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파나마시티 물가에 비해 택시비는 싼 편이었다.
우리의 이동반경 내에서 웬만한 거리는 3달러, 좀 더 멀고 차가 많이 막힌다 싶으면 4-5달러 정도.
콜롬비아처럼 미터기는 안 달려 있어서 현지인들은 더 적게 낼 수도 있다고 했고
어리버리한 관광객에겐 늘 그렇듯 더 비싸게 받는다고 해서 우린 가격 안 묻고 그냥 돈 내고 그라시아스!
미리 터미널에 가서 짐을 맡기고 이동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했는데 짐 맡기는 비용이 하나당 5달러라고 해서
차라리 호스텔서 왔다갔다 하고 밤까지 쉬고 샤워도 하고 터미널로 돌아오는게 낫겠다 싶었다.
누군가는 쇼핑천국이라고도 하던데 쇼핑할게 없어서인지 그정도 포스는 아닌 듯.
크긴 무지 크고 우리가 흔히 어딜 가나 볼만한 브랜드들 사이에 중간중간 질 안 좋고 대신 엄청 싼 옷들을 파는 가게들도 있기는 했다. 1-2달러?
구경하다 맘에 들어서 살까 하고 꼼꼼히 살펴보니 주머니가 막 반대로 뚫려있고 군데군데 옷이 찢겨져 있고 뭐 그런거ㅋㅋ
금방 지겨워져서 과일주스 하나 사놓고 앉아서 쉬다가 힘내서 쇼핑에 나서 이 더위를 견딜 오빠의 민소매티 하나 득템!
파나마 시티의 교통체증은 어마어마하다잉.
곧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어딜가나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뽑아준 사람이 당선이 되면 나중에 돈을 받는다고 한다-_-
분명히 비밀투표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하는 미국사람한테 들은 이야기라 사실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그래서인지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아보이기는 한다.
호스텔에 돌아가 샤워하고 인터넷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밤에 버스터미널.
하루종일 가본 곳 중 여기가 에어컨 제일 빵빵 제일 시원하더라ㅋㅋ
터미널 태워다주던 택시기사도 역시나 "norte o sur?" 묻고는 "sur!"라고 했더니 "남쪽이 그 미친 대통령 있는 쪽이야?"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하려다 질문의 의미를 아니까 그냥 "그건 북쪽이야"라고 했더니 "너네 대통령은 안 미쳤어?" 이런다.
"조금. 너네는?" 하고 물었더니 "우린 온 국민이 다 미쳤지. 으하하하하." 이러고 있다ㅋㅋㅋㅋㅋ
확실히 파나마에 오니 콜롬비아보다 사람들 말도 빠르고 줄여쓰고 생략하는 발음도 많고 약간 알아듣기는 더 어려운데
생각보다 더 신기하고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도 많아서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아진 것도 같다.
위험할 줄 알았는데 만나는 현지인들마다 최근의 파나마는 대통령이 바뀐 이후 엄청 안전해져서 걱정할 필요 없다 하고.
요즘 중남미 화산이다 지진이다 뭐다 걱정들 하시는데
뉴스를 보고 있으면 한국처럼 위험한 나라, 걱정되는 나라, 상식이 무너지고 거꾸로 가고 있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좋은 소식 기다리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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