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크리스토발에서의 셋째날
오늘은 소깔로 주변을 벗어나 관광지의 냄새가 덜 날 것 같은 골목으로 발길 닿는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흐린 날씨에도 경쾌한 산크리의 골목
걷다보니 시장이 나타났다.
별 생각없이 설렁설렁 걸어보는데 규모도 꽤 크고 파는 채소나 과일은 와하까 뜰라꼬룰라의 그것들보다 훨씬 싱싱하다!
생강을 팔길래 다가갔더니 할머니께서 똑 똑 부러뜨려 냄새를 맡아보게 해주신다.
오오 매운 향이 확 도는게 한국 생강보다 훨씬 좋다!
내가 막 좋다고 했더니 목 아플 때 먹는거라고 하셔서 한국도 똑같아요! 하면서 10페소어치 구매!
아 맛있겠다 생강차+ㅁ+
멕시코 시장에서 빠지지 않는 꽃!
하나같이 생기가 넘쳐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지난 번에 필요한 채소는 조금 장을 봐뒀는데
시장에서 더 싱싱한 채소들을 보니 답지않게 미친듯이 요리가 하고 싶어진다ㅋㅋㅋ
볶음밥과 샌드위치 재료로 양배추, 당근, 호박, 감자 구매! 싸다 싸!
한 켠에선 약재를 팔고 있다.
으음 생긴거나 냄새나 익숙한 것들인데 둘이 같이 봐도 하나도 모르겠다. 이래도 되나 우리ㅋㅋㅋ
시장 안 이발소
오락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전통 옷차림
가까이서 보면 추운 날씨를 이겨낼 수 있는 털로된 치마
옷 파는데 가서 구경했더니 다짜고짜 언니들이 막 입혀준다.
두툼한 치마가 맘에 드는데 부피감이 커서 포기ㅠㅠ
대신에 따뜻한 털로 만든 스카프 흐흣
그 밖에도 충동구매욕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어찌나 많은지!
산크리의 수공예품들은 와하까보다 훨씬 싸고 맘에 드는 색감과 문양이 엄청 많다.
집 생기면 다 여기서 사다가 꾸미고 싶은 마음 흐흣
오전부터 내내 흐렸던 하늘이 갑자기 맑게 개었다.
변화무쌍한 산크리의 하늘만큼이나 우리 두 사람의 마음도 변화무쌍한 하루였는데,
저녁 시간이 다가오도록 우리는 여기에 더 묵을지, 다음 루트인 과테말라로 이동할지 결정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특별히 볼 거나 액티비티가 있는 도시는 아닌지라 새로울 건 없지만
조용한 마을에서 쉬면서 매일매일 장 보고 요리하고 책 읽고 엽서 쓰고 커피 마시는 여유를 즐길 것인가
와하까에서 오래 쉬다 왔고 여긴 무진장 추우니까 얼른 따뜻한 동네로 이동할 것인가
밤이면 나는 유독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껴입고도 죽을 것 같이 추워했는데
그러면서도 이 도시에 더 머무르고 싶고 떠날 생각을 하면 아쉬워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게 신기했다.
그게 바로 산크리의 매력
쉽사리 맘을 정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커피숍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에 또 엄청나게 맛있는 빵과 케잌들
몇 개 먹어보지도 못 했는데 이거 더 먹어보고 갈까 하는 우스운 고민을 진지하게 했을만큼 잇플레이스!
크아
우린 둘 다 빵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야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음날 산크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다음 목적지가 과테말라의 파나하첼인만큼
여유는 아띠뜰란 호수를 보며 즐기기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저 멀리 그림 같은 하늘과 산
석양
바로 다음날 새벽에 파나하첼로 이동하는 버스를 예약하고
돌아와 오늘 산 싱싱한 채소로 볶음밥과 다음날 아침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산크리야 조금 밖에 머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꼭 다시 올게 조금 더 따뜻할 때!
그리고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은 과테말라 파나하첼의 숙소!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그리웠던 가벼운 옷차림 후후
하지만 와하까에서 산크리로 이동하던 야간버스 11시간보다
더 고단했던 주간의 12시간
예상대로 버스는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나 호스텔로 왔고 (약속시간이 6시 반, 버스가 온 건 7시 40분??)
예상대로 과테말라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임의로 돈을 요구했고 (걍 안 내면 된다)
국경에서 갈아탄 과테말라 여행사 버스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이상한 길로 오랜 시간에 걸쳐 달렸고
결국 해가 진 이후에나 파나하첼에 도착할 수 있었다ㅠㅠㅠㅠ
목받침 없는 봉고에서 신나게 헤드뱅잉하며 오긴 했어도
옛날에 우리 이집트 여행할 때 탔던 버스보다 훨씬 낫다며 서로를 위로하며 샤워하고 맥주 한 잔 하니 천국이 따로 없지만
맥주는 멕시코보다 훨씬 맛없다.
괜찮아 여긴 호수가 넘넘 기대되는 곳이니까!
자 내일부턴 과테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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