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공기/수진이방

세상의 끝에서 안녕!

nomadicgirl 2013. 3. 30. 09:54

여기가 세상의 끝이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어쨌든 남미 대륙의 남쪽 끝에서 가장 큰 마을ㅋㅋ 우슈아이아에 와있다. 오늘은 이곳에서의, 그리고 파타고니아에서의 마지막 밤. 왠지 센치해짐ㅎㅎ 남쪽으로! 을 외치며 6개월을 내려왔는데 이제 더 이상 내력갈 곳이 없다니. 그 말은 남미와의 이별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곳 파타고니아가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

요즘 들어 느끼는 장기여행의 단점은 아름다운 걸 너무 많이 봐서 아름다운 것에 무뎌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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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올린 사진에 친구들이 열광하는거 보고 둘이 이런 대화를 함. "이게 그렇게나 아름다워?" 헐 이러면 안돼.

여행을 할수록 우린 물질적인 운은 별로 없는 편 같지만 가장 중요한 날씨운은 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덕분에 완벽한 날씨! 속에서 만난 또레스 델 파이네와 내 사랑 피츠로이! 에콰도르나 페룬 지나면서는 못 가본 곳들이 많이 아쉬웠는데 칠레나 아르헨은 다시 와도 파타고니아를 선택할 것 같다 (아르헨은 사실 여러모로 여행자를 참 짜증나게 하지만-오빠가 거의 쿠바 다음으로 미워한 나라ㅋㅋ 아 빨리 포스팅하고 싶다ㅋㅋ- 파타고니아와 소고기를 가진 나라라 어쩔 수가 없네ㅠ).


우슈아이아는 내 상상보다는 파타고니아의 여느 마을들과 더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래서인지 남극이 더 궁금해졌다. 이번에 못 보고 가는 남쪽의 펭귄친구들도.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어젯밤 꿈에서 펭귄친구들을 잔뜩 만났을 정도ㅋㅋ

바다는 상상과 달리 남쪽을 향해 있지 않고 한쪽은 동쪽으로 난 좁은 해협(여길 지나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남극으로 갈 수 있음. 남극 가는 배는 다 여기서 출발하기는 해요ㅋㅋ), 다른 한쪽은 칠레를 향하고 있다. 그래도 남쪽의 시원한 공기 마시러 마지막으로 다녀온 산책. 하루종일 같이 산을 타고도 다시 길을 나서는 밤길이 또 새롭고 함께라 즐거워서 참 햄볶는당:) 여행 6개월 차. 서로 다르단걸 새삼 느끼는 순간들이 계속 되지만 그래서 재미나고 겸손해지는 이 여행. 점점 더 솔직해지는 것도 참 좋다.

아, 정말 몸이 날아갈듯 산에서 몇번이나 주저앉아 오빠와 바위를 붙잡고 버텨야 했던 그 놀라운 파타고니아의 바람은 잊지 못할듯. 그 와중에 오빤 본인이 뱉은 침이 바람을 따라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참신한 광경을 보여주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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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그립다, 파타고니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