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US road trip

[Day 216-217] 꺼지지 않는 그들만의 불야성, Las Vegas

nomadicgirl 2013. 9. 9. 16:46



다음 목적지인 LA까지 지나가는 길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굳이 안 갈 이유도 없고 그래서 가기로 한 라스베가스.

가서 보낸 시간보다 가는 길이 참 신났던 기억이 난당.


우선 다른 곳보다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라 오랜만에 추위에서 벗어나 실내에서 자기로 하니 밤이 무섭지 않아 좋았고

카지노에서 대박을 치면 어떡하지? 하는 꿈을 꾸면서 돈을 따면 어떻게 쓸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던 것 같다ㅋㅋ



예전부터 '기부'라는게 참 어렵다는 걸 알았지만,

나 혼자가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려고 하니 생각해야 할 것도 참 많고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새삼 알게 되고.

기부를 해야하는지부터 그럼 얼마를 할지 그 기준은 정액으로 할지 퍼센테이지로 할지부터 어디에 누구에게 기부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오랜만에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참고로 예전에 읽었던 책,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를 추천ㅎㅎ)


그동안 언급은 안 했지만 그 기나긴 미국도로를 달리는 일은 생각보다 지루해서 차 타고 몇 시간만 지나면 차 안은 고요 그 자체...

내가 조수석에서 잘 해야 하는걸 잘 알지만 원래 차만 타면 멀미하듯 잠드는 체질이라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역일 때가 넘 많았다 엉엉



암튼 그렇게 신나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라스베가스에 도착! 

하지만 예상대로 우리와 별로 맞지 않았던 이 도시에선 별다른 매력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인지 둘다 사진을 거의 안 찍었다. 

아이폰 사진 몇 장이 고작.














남들 하는건 해보려고 유명하다는 뷔페에 가서 밥도 먹어보고 유명하다는 오쇼도 정말 거금을 들여서 보기는 봤는데

음식은 뭐가 맛나다는건지 잘 모르겠고 오쇼도 재미는 있었지만 후덜덜한 가격을 생각하면 갸우뚱.

남미에 있을 때는 그것도 비싸다고 맨날 투덜거렸는데 미국 유럽 와보니 그 때 한두푼 아끼겠다고 끈질기게 깎고 안 사고 안 먹고 했던거 다 후회된다.

여기선 훨씬 별로인 것들이 이렇게나 비싼데ㅠ











카지노는 어떻게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담배연기에 목이 아파서 오래 있기 힘들었음.

카지노가 재미없어서 어릴 적 왔을 때 공 던져서 뭐 맞추고 그러면 인형 주고 했던 어린이용 게임센터를 찾고 싶었는데 어딘지 몰라서 패스.

(그 때 오빠가 따서 준 곰돌이 인형은 지금도 잘 때 안고 자는 나름 보물1호인데!)



나는 그냥 밤이고 낮이고 꺼지지 않는 온갖 불빛과 네온사인들, 또 사람들이 먹다버리는 엄청난 양의 음식물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여행해온 다른 나라들의 배고픈 사람들이 떠올라 내내 마음만 불편했던 것 같다.



나도 나 좋자고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어떤 즐거움을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와 음식물을 낭비해야 하는건지

저 전기값이면, 저만큼의 음식이면 또다른 사막 판자촌 혹은 지붕 없는 누군가의 몇 끼가 해결될까 참 궁금해졌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