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Swiss

[Day 332-333] 스위스에서는 와일드캠핑을! 프리부르(Fribourg)

nomadicgirl 2013. 10. 8. 04:31



하루가 다르게 변해버릴 것만 같았던 중남미의 도시들과 달리 유럽은 늘 지금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 같은 느낌. 변해도 큰 상관없고ㅋㅋ

두 사람 모두 유럽은 대부분 처음이라 궁금하긴 해서 왔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니라면 굳이 이번에 유럽을 구석구석 봐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특히나 물가가 비싼 나라들은 나중에 다시 와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낀 북유럽, 그리고 원래는 올 생각이 없었던 스위스.


하지만 마침 앙시에서 다음 목적지 독일까지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고,

스위스친구들과 연락이 닿아 그 친구들 얼굴이나 보고 갈겸 이틀 정도를 보내게 되었다. 










왠만해서는 유료도로를 타지 않기 때문에 마을이란 마을은 다 지나가게 되는 우리의 여정.

스위스와 가까운 앙시에서 나와 가장 먼저 지나게 된 도시는 제네바!


왠지 이틀 밖에 안 있을거란 생각에 달리는 차 안에서도 요리조리 열심히 구경ㅋㅋ

차 안에서 바라본 제네바는 굉장히 촌스러웠고 굉장히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도시였다.









제네바를 빠져나오면 그 때부터는 커다란 호수를 옆에 끼고 달리게 되는데

대부분 으리으리한 집들이 담을 쌓고 가로막고 있어서 잘 보이질 않고 중간중간 보일 때 얼른 찍은 한 장.









중간에 차를 세우고 점심 먹을 곳이 필요했는데 중간중간 스치는 작은 마을들도 모두 유료 주차. 근데 우리는 스위스 화폐 프랑이 없을 뿐이고.

한참을 달리다 마을을 벗어나 이어진 샛길을 찾아 인적 드문 호숫가를 발견했다.









몇몇 주민들이 누워 태닝을 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자리 깔고 피크닉 모드ㅎㅎ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다시 달리다보니 로잔이다. 잘은 몰라도 이름은 많이 들어본ㅋㅋ









제네바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의 도시.

차 타고 한 바퀴 돌며 오래된 건축물들, 성당 구경까지!









그리고 또 달려 오늘의 목적지 프리부르(Fribourg)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왠만하면 유료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로 달리다보면 속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도 스위스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느리고 길도 꼬불꼬불. 속 터지고 어지럽고 한숨이 푹푹 나왔던 드라이빙.


암튼 이곳 프리부르에 온건 친구를 만나기 위한 거였으므로 도착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우린 와이파이가 있어야 전화를 걸 수 있어서 멀리 맥도날드를 찾아갔더니 헐 스위스 맥도날드는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다. 

현지 번호가 없는 사람은 와이파이도 못해ㅠ


우여곡절 끝에 쇼핑몰을 찾아 들어가 성공. 기차역 앞에서 만나!










오늘 만난 친구들, 안토니와 빈센트.

작년 이맘때쯤 한의원에 진료받으러 왔던게 인연이 되었다.

저글링이나 마임 같은 퍼포먼스를 하며 수년째 전세계를 여행하는 친구들인데 이 때 마침! 스위스에 있어서 만남성사! 










아무 정보없이 도착한 프리부르였는데 의외로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맨날 우리끼리 대충 보고 다니다가 현지인이 구석구석 중요한 장소와 역사를 설명해주니 귀에도 눈에도 쏙쏙 들어오고 넘 좋다잉!


스위스의 프랑스와 독일어 경계가 궁금하던 차였는데 마침 이곳 프리부르가 그 경계지역이라고 했다.

한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어를 쓰는데 바로 옆 바에서는 독일어를 쓰는 그런 마을.


언어도 그렇지만 참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나라. 안토니는 그런 스위스를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마을이 다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위치한 성당에서.

이 마을은 옛날부터 종교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여겨져서 성당이나 수도원이 아주 많았고 지금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기 도착해서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는 바람에 아이폰으로만ㅠ









바닥에 새겨진 문양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해준 안토니.









마을에서 가장 전망좋은 카페(저기 언덕 위 덩그러니 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곳!)에 가서 맥주도 마시고

마침 안토니의 또다른 친구들이 함께 해서 네덜란드, 터키에서 온 친구들이랑 게임도 하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에서 한의원을 찾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건강한 삶에 관심이 많은 안토니.

건강한 몸, 건강한 식습관(건강한 밥상은 한국이 최고!), 오랜 떠돌이 생활의 어려움 등

안토니에 비하면 우리가 지내온 1년은 참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참 좋았던 것 같다.


근데, 자꾸 우리 보고 이 동네에서 한의원 해보라네. 잘 될거라며ㅋㅋㅋ









언덕길이 아주 많았던 프리부르.

프랑스에서 보던 꼬마들보다 표정이 더 천진난만하고 순수해 보이는건 왜일까.










사실 친구들을 만나면 재워주려나 내심 기대했는데ㅋㅋ 떠돌이 친구들이라 우릴 재워줄 공간은 없고 우리가 캠핑장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와일드 캠핑 어때? 스위스에서는 와일드 캠핑이 합법적이야. 스위스는 어디든 안전하고 맘껏 해도 돼! 라며 좋은 장소를 하나 알려줬다.


와일드 캠핑이란, 캠핑장 말고 말 그대로 야생에서 아무데나 텐트 치고 자는거다.









프리부르를 나와 캠핑할 호수를 찾아갈 때만 해도 아직 밝아 이렇게 푸르른 풍경이 이어졌는데









도착해서 텐트 칠 자리 고르고 텐트 치고 나니 컴컴한 밤이네.









라면 끓여 먹고 취침.











다음날 아침, 우리 집을 소개합니당! 아무도 없는 호숫가 산책로 한 구석 스위트홈!ㅋㅋ


원래 안토니는 호숫가에 텐트 치고 호수에 들어가서 수영하라고 알려줬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너무 깜깜해서 호숫가에서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아 찾은 곳이 여기였다.










밤에는 몰랐는데 참 아릅다운 곳에 있었네 우리.















캠핑은 했는데 왠지 곧 사람들이 많이 다닐 것 같은 길이라 얼른 정리를 하고









호수쪽으로 나오니 짠!

소개합니다 Schwarzsee 호수!










호수 따라 걷다보니, 엇 여기 좋은 자리 있다! 여기 텐트 칠걸! 싶은 자리들이 막 보여서 아쉬웠더라는ㅋㅋ









어차피 이렇게 된거 스위스에서 돈 한푼도 안 쓰고 나가볼까? 싶었는데 호숫가 주차장에서 오전 8시부터는 주차비를 받는다ㅠ

주차비 때문에 서둘러 나가기는 싫고 그냥 주차비 내고 좀더 즐기기로.









거울 같은 호수 바라보며 










모닝커피의 여유 흐흣









브라질서 데려온 드립퍼가 슬슬 너덜너덜해지고 있다.









아웅 씻고 싶어









오후에 어제 그 친구들 만나 잠깐 인사 나누고 떠나기로 해서

다시 프리부르로 돌아가 우리끼리 천천히 산책









종교적인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이기는 한당.















그리고 시간이 나면 다시 와보고 싶었던 어제의 그 카페!

끝내주는 경치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아주 오랜만에 와이파이도 했다ㅠ









비싼 스위스 물가 생각해도 커피 한잔값이 아깝지 않은 뷰.

(결국 우리가 스위스에서 1박 2일동안 쓴 돈은 오전의 주차비와 커피값이 전부!)










바로 이곳이다! 강추!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프리부르도 강추!











다시 친구들 만나 공원 풀밭에 앉아 공연 연습하는거 구경하며 

이런 저런 다른 삶의 모습을 선택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건강' 그리고 '삶'


짧았던 만남을 뒤로 다시 작별의 순간.

다시 만나게 될까, 세상 어딘가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