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56-358] 언젠가 다시, 로마(Roma)
로마 간다고 전날 텐트 안에 누워 로마의 휴일로 예습ㅋㅋ
오늘은 로마 가는 날!
로마 시내까지 지하철 타고 이동하던 캠핑장.
acsi로 할인가능한 캠핑장이 두 군데였는데 둘다 보고나서 널찍하고 깨끗한 시설이 더 맘에 들어 Tiber라는 곳으로.
둘다 같은 지하철역까지 캠핑장셔틀을 이용해야했는데 티베르가 더 큰 캠핑장이라 셔틀이 자주 있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진으로 보이는게 지하철역이다.
첫날은 멋모르고 캠핑장서 지하철역까지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갔는데 정말 거리가 너무너무 더럽고 매연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
막상 로마에 중심지는 이렇게까지 더럽진 않은데 관광객 없는 도시외곽은 이렇게 관리를 안 하는건지, 좀 심하다 싶다.
더러운 거리와 지하철, 그리고 바로 얼마전 피렌체에서 살짝 실망했던 기억 때문에 큰 기대없이 도착한 로마.
역시나 이탈리아 최대관광지답게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했지만
큼직큼직한 건물과 광장,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조각들 덕분일까 사람 많은 답답함보다 넘치는 생동감이 먼저 다가오는 이 도시.
지하철역에서 나와 외친 첫마디 "나 로마가 맘에 들 것 같아!"
오드리언니가 젤라또 먹던 스페인 광장 (Piazza di Spagna)
수많은 사람들과 명품샵으로 가득찬 광장은 더이상 영화 속 그 곳 같지 않다.
계단을 올라 위에서 내려다 보면 이 정도ㅎㅎ
La Colonna di Marco Aurelio
마르쿠스 아우레리우스의 전승 기념으로 세워 193년에 완성된 원기둥이라고 하는데 그 때 만든 원기둥 높이가 무려 30m.
그 내용을 깨알같이 조각해놨는데 하도 높아서 보고 있자면 목이 뻐근해지는데, 로마역사 좋아하는 오빠는 신이 나서 보고 또 보고.
트레비 분수 (Fontana di Trevi)
듣던대로 참 아름다웠지만 로마 어딜가든 그렇듯 여기도 사람 많아 가까이 다가서기 힘들긴 마찬가지.
아무리 생동감이 넘친다지만 넘치는 사람들 틈바구니는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지나오는 길 중요한 포인트만 찍고
베네치아 광장 (Piazza Venezia)을 지나
우리가 로마에서 가장 사랑했던 몬티지구!
첫날 저녁 먹을 곳 찾다가 분위기가 넘 맘에 들어서 정처없이 걷고 또 가고 그랬는데 알고보니 나름 숨겨진 명소였다.
콜로세움 근처 골목들 사이사이 화려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레스토랑과 샵들, 어둑해지는 저녁이면 로컬사람들이 나와 가볍게 한잔 즐기는 동네.
첫날 저녁은 1906년에 오픈했다는 레스토랑, 이름도 라 까르보나라인 레스토랑에서 진짜 정통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도 입에서 살살 녹고 궁금해서 시켜본 피스타치오 소스 파스타도 일품이었는데!
레스토랑 문 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 먹느라 지쳐버린 오빠 얼굴ㅋㅋ
그나저나 우린 아무리 배고파도 파스타 두 개면 배불리 먹는데
코스로 각자 파스타 하나 먹고 또 고기요리 먹고 디저트까지 먹는 사람들 보면 참 신기하더라.
비교적 착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거리에 나와보니 주말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술 한잔 손에 들고 길가 아무데나 앉아서 웃고 떠들고
조용한 거리 자그마한 바에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각자 취향대로.
아아 여기 넘 좋은데! 다음에 로마 다시 오면 그 땐 캠핑 안 하고 여기 숙소 잡을래!
9월의 로마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산책하지 딱 좋은 날씨.
밤의 조명 받은 콜로세움 앞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 나누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더러운 지하철로 돌아가기 싫어ㅋㅋ) 캠핑장으로 향했던 첫날.
둘째날 아침, 눈꼽만 겨우 떼고 달려온 곳은 바티칸 박물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전은 무료!라는 정보는 우연히 알고 나름 서둘러 왔는데 이미 이렇게나 긴 줄ㅋㅋ 끝이 안 보여.
끝이 없는 그 줄의 끝에 와보면 다시 코너 돌아 이어지는 줄.
그래도 엄청나게 길었던 것에 비하면 나름 빨리 줄어들어서 오전 중에 입장은 가능했다ㅋㅋㅋ
바티칸은 역시 바티칸이라 작품들이 대단해서 피렌체 우피지 괜히 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정말 대단한걸 보려면 내부에서도 이 정도 인파는 기본ㅠ
사람들 속에 갇혀 꼼짝도 못 하는 길목마다 깨알같은 장사
닌자거북이 덕분에 너무 익숙한 그 이름, 라파엘로의 어마어마한 벽화들!
바티칸은 우피지와 달리 관대하기까지 해서 사진도 다 찍을 수 있다ㅋㅋㅋ
이것은 그 유명한 아테네 학당!
이날의 하이라이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엄청난 그림들.
사실 이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그림들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데 성당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사람들로 꽉 차서 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너도나도 모두들 사진을 찍고 있었다ㅋㅋ
예상 외로 감동적이었던 바티칸 박물관을 마치고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이날은 일요일이라 박물관이 무료로 개방되는동안 여기에서도 행사가 있었나보다.
엄청난 인파를 뚫고 성당 가까이 가보려 했으나 뭔가 통제 중이었고
성당은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해야했당.
바티칸을 나와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들어간 레스토랑.
bufala 모짜렐라를 곁들인 카프레제.
로마에 왔으니 피자! 라는 생각으로 시도했지만 평범했던 피자.
반면에 너무 맛있었던 부팔라 모짜렐라! 역시 음식은 신선한 재료가 생명이구나.
아주 맛있는 대신 아주 비쌌던 젤라또.
Pantheon
아침부터 박물관 가느라 무리해서 그런지 엄청 피곤해져서 일찍 돌아갔던 둘째날.
로마에서 우린 날씨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 도시에서 구경할 땐 비가 안 오다가 캠핑장에 돌아가기만 하면 비가 왔는데
그 비가 보통 비가 아니라 천둥번개를 동반한 완전 폭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밤이면 비가 어찌나 세게 내렸는지 빗소리에 잠 못자는거야 당연한거고 비 때문에 텐트에 구멍이 나진 않을까 노심초사.
완전 진흙탕이 된 캠핑장에서 그래도 나름 캠핑 몇 달 한 경험으로 나무 아래, 지대가 낮지 않은 곳에 텐트를 친 덕분에 물에 잠기는 참사는 면했지만
바닥에서 튄 진흙 덕분에 우리의 오렌지 예쁜 텐트는 아래 위 할 것 없이 완전 진흙범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날 아침에는 그거 씻어내느라 몇 시간이 걸렸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때 그 상황을 남긴 사진이 한장도 없네.
모든게 진흙이라 샤워 하고 나와도 또다시 진흙발이 되는 우울한 아침
딱 봐도 비가 또 올 것 같아 텐트는 일단 포기하고 대충 정리만 하고 나온 셋째날.
비가 하도 쏟아져서 일단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때우고 시작하기로 했다.
전에 미리 봐둔 로컬들이 많아보이는 몬티지구의 작은 식당. 주인 할아버지가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듯ㅋㅋ
뭔지 잘 모르고 제철 채소를 구운 전채요리를 주문했는데
보이는 것처럼 별 거 없지만 꼭 한국에서 먹던 나물처럼 씁쓰름하고 고소한 것이 완전 우리 입맛에 딱. 밥을 부르는 맛ㅋㅋㅋㅋ
요즘 제일 먹고 싶은게 그냥 하얀 쌀밥에 몇 가지 나물 놓고 먹는거. 김치랑!
우린 여행하면서 현지 음식 맛보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이것저것 먹어볼수록 이탈리안 요리가 맛날수록 점점 드는 생각은 한국음식이 짱이라는거.
꼭 관광용이 아니더라도 한국음식처럼 이렇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건 좀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리브오일 투어 가서도 그런 생각했었는데. 된장 간장 고추장 이런거 어떻게 만들고 어떤게 좋은 맛인지 이걸로 어떤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지역마다 맛은 어떻게 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식하고 구매하고 이럴 수 있는 곳 없나.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그런데 소풍 데려가서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
암튼 일단 지금은 감동적인 봉골레
치즈와 후추만으로 간단히 요리했는데 너무 맛있는 생면 파스타.
맛있어요!
먹고 나왔더니 맑게 개인 하늘
오늘은 콜로세움이다!
이 공간이 쓰여졌던 용도를 생각하면 썩 유쾌하지 않은 콜로세움이지만
2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유적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는 하다.
냥이
Foro Romano와 Palatino
고대 로마의 중심지였다는 이곳.
2500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살고 있는 시간개념으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특히나 나는 로마제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냥 2500년 전 누군가 걸었을 길 위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잠시 잊고 그 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벅찬 기분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저녁, 또다시 몬티지구로 돌아와 지나가다 얼핏 봤던 바.
하우스 와인 한잔에 조금 색다른 형태의 브루스케타
프로슈토에 부팔라 모짜렐라 한번 더!
사람 많은 유명관광지는 보통 보다 지쳐서 미련없이 떠나오기 마련이었는데,
로마는 언제 가도 그럴거라는 걸 알면서도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
그 때는 좀더 여유롭게 골목 구석구석 사람들은 찾지 않는 교회 박물관 갤러리 같은 곳을 천천히 거닐어 보고 싶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거리 근처에 방 잡고 도시가 깨어나는 아침이나 잠들기 전 밤을 함께 해보고 싶기도 하고
물론 더 다양한 이탈리안 요리도 많이 먹어보고 싶고ㅋㅋ
유럽에서 아마 손 꼽힐거다. 다시 가고 싶은 도시라니!
꿈 같은 로마를 나와 꿈이면 좋을 것 같은 지하철을 타고 폭우가 쏟아지는 캠핑장으로.
옆 텐트 사람들은 포기하고 텐트 접어 방갈로 들어갈 때 진흙이 꼭 얼굴에 튀는 것 같은 기분으로 텐트 안에서 꿋꿋히 버텨낸 로마의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