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63] 따뜻한 눈빛이 남아있는 크로아티아, 로빈(Rovinj)
아침부터 우리를 깨우는 빗소리ㅠ
오늘도 깜짝 놀라 순식간에 일어나 텐트 파바박 접어놓고 차 밑에 숨어 모닝커피 중.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캠핑, 마지막 순간이 되었다.
크로아티아에선 내내 비가 와서 캠핑을 할 수가 없었고 그 이후로는 넘 추워져서.
그나마 남은 일정 대부분이 동유럽이라 다행이었다. 숙박비가 너무 비싸진 않았으니까.
캠핑장은 뭐가 문제인지 아침부터 샤워 중에 일하는 아저씨들이 완전 어이없게 여자화장실을 들락날락-_-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환전하러 은행부터. 김범수씨처럼 생긴 언니가 반겨주던 은행ㅋㅋ
크로아티아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여기 화폐 쿠나로 환전을 해야했는데
참 오랜만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환율을 비교해야 하는 나라에 왔구나 싶었던 순간.
거리 환전소, 은행마다 환율과 커미션이 모두 다른 그런 나라. 낯설지만 익숙한 그 느낌. 웰컴투 동유럽!
아 참고로 크로아티아의 진짜 크로아티아어 이름은 Republika Hrvatska.
발음도 어려운 흐르바츠카. 자동차 번호판에는 HR.
원래는 폴더이름을 다 현지어 나라이름으로 하고 싶었는데 오스트리아부터 너무 어려워져서 포기해버림ㅋㅋ
이곳은 크로아티아 서쪽, 이스트라 반도 서부 아드리아해 연안의 로빈(Rovinj)이라는 도시다.
이스트라 반도에는 로빈을 비롯해 풀라(Pula) 같은 몇몇 휴양도시들이 있고 원래는 북쪽부터 하나하나 보고 내려가고 싶었으나
날씨가 요따구인 관계로 전날 이동하면서 캠핑장이 가장 가까웠던 로빈만 보고 오늘 바로 플리트비체까지 한방에 쏘기로 했다.
비도 오고 바다에서 놀게 없으니 별로 재미난 동네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에 있다가 크로아티아로 오니 가장 다른건 역시 사람.
유난히도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이었는데 눈만 마주치면 그동안 유럽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온화한 미소를 건네주던 로빈 사람들.
이탈리아 관광지에서 관광객에게 베풀던 의례적인 친절이 아니라
아무 조건없이 낯선 여행자에게 건네주는 그 눈빛과 미소가 너무 따뜻해서 놀라울 정도였던 기억.
맨들맨들 돌길을 걸어 언덕을 오르면
(어찌나 맨들거리는지 비가 오니 넘어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종종 있었음!)
자그마한 도시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Basilica Santa Eufemia
비록 날씨가 요모양이라 교회만 보고 금방 내려왔지만
길목마다 자그마한 아뜰리에와
한창 성수기 같지는 않아도 발길을 멈춰세우는 아기자기 기념품들.
덕분에 조금 더 맑고 밝은 날의 로빈은 어떨지 상상은 해볼 수 있었던 걸로. 하하.
이렇게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날 예정인 크로아티아ㅠ
그래도 따뜻한 눈빛이 기억에 남아 다행이다. 이제 요양하러 플리트비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