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Austria

[Day 380] 다시 오스트리아. 클림트가 살린 빈(Wien)

nomadicgirl 2013. 11. 23. 01:35









다시 돌아온 오스트리아, 빨갛게 가을이 물든 빈.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린 오스트리아와 인연이 없나보다. 별로다ㅠ


일단 날씨가 별로다. 또다시 비가 내리기 직전의 하늘, 구름만 봐도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가 떠올라ㅠ

그리고 오랜만에 왔더니 지금까지 있던 동유럽 나라들이랑 물가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기본 숙박비용이 껑충. 너무 비싸서 그냥 다시 캠핑을 할까 하다가 비 맞긴 싫어서 제일 싼 숙소에서 1박만 하고 나가기로 결정.


아무리 비싸도 빈에 왔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왈츠 공연은 하나 보고 싶어서 부다페스트에서부터 엄청 열심히 검색해봤는데

우리가 있는 동안은 (오기 전부터 공연날짜 따라 하루이틀 조정할 의지가 충분했음에도!) 볼만한 공연이 없었다ㅠ

모차르트 머리 모자? 쓰고 매일 밤 연주하는 관광객용 오케스트라 말고 (물론 이것도 훌륭하겠지만) 다른걸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은건 표를 구하기에 너무 늦었고 뭐 암튼 이래저래 검색하다 시간만 엄청 보내고 건진 게 없었다.

참고로 당일 오페라 하우스에 가면 발레 입석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린 그냥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 때 다시 가서 편히 앉아 보기로 했다ㅋㅋㅋ










빈은 부다페스트에서 3-4시간 거리.

대부분이 헝가리 도로라 비넷으로 씽씽 달리고 비넷을 안 사기로 한 오스트리아에서 조금만 기어가면 도착.

중심지에서 다소 떨어진 숙소를 잡고 시내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교통비도 무지 비싼 빈ㅠ 지하철 한번 타는데 2유로가 넘는다 헉. 24시간 이용권 7.10유로.










지하철표는 처음 사용하면서 valid 하려고 (어떡해 이거 한국말이 생각이 안나ㅋㅋㅋ) 찍는거 말고는 

탈 때마다 찍고 들어가는게 따로 없다. 우리가 타고 내린 역은 모두. 검사하는 사람도 없었고.

한두푼이 아까운 우린 나중에 이걸 알고 살짝 속이 쓰릴 뻔도 했지만 아낄 때 아껴도 어글리코리안은 싫으니까.










지하철에서 내리자 바로 보이는건 슈테판 대성당.


이미 마음이 떠나서인지 첫인상부터 우중충했던 성당은 대충 보고 일단 배부터 좀 채우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대충 봐도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 같은 오스트리아여도 잘츠부르크보다 훨씬 비싼 빈ㅠ

사실 프랑크푸르트 소세지랑 비엔나 소세지는 같은 거라는데 바로 옆나라 독일이랑 다르게 여긴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 

암튼 맛없는 핫도그 하나로 배를 채우고 대신 족보 없는 비엔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보자며 카페를 찾았다.

하지만 여긴 빈이니까-_- 커피값도 무지 비싸다. 바로 포기ㅠ 










우울한 마음으로 정처없이 걷다 발견한 빈의 명물 피그뮐러.

이미 맛없는 핫도그로 배 채웠는데-_- 이미 오후 3시쯤 되어서 시간도 애매한데-_- 

몇 시간씩 줄 서서 먹어야 한다고 들었던 집인데 줄이 없길래 들어갔다ㅋㅋㅋ











얼마 전 부다페스트 포스팅에서 잠깐 얘기했던 바로 그 돈까스의 원조 슈니첼. 

여기가 원조인지 암튼 오랜 전통이 있는 집이라 무지 유명한가보다. 벽면 가득 매체에 소개된 기사들.











옆에 유럽 아줌마 아저씨들 다 각자 하나씩 시켜먹고 우리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자리 없어서 돌아가거나 줄 서는거 보고

엄청 눈치 보면서 하나만 주문했는데 휴 두 개 시켰으면 다 남길 뻔 했다. 무지 크당.


맛은 뭐 괜찮다. 바삭하고 지난번 부다페스트에서 먹은 것보단 훨씬 맛있었다.

한번쯤은 먹어볼만한데 한국에서 5천원 주고 사먹는 돈까스가 가격대비만족도가 훨씬 높다. 

우린 먹으면서 이걸 왜 대체 13유로나 내고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원주 돈까스식당을 그리워했다.

5천원에 돈까스랑 된장국이랑 밥이랑 깍두기랑 풋고추 주던 돈까스식당ㅋㅋㅋㅋㅋ











너무너무 배가 부른 상태로 향한 곳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빈의 하이라이트! 오스트리아 하이라이트!

벨베데레 궁전











궁전이라고 하기에 외관은 별로 없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내부는 박물관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만난 역사적인 순간.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어차피 사진으로 전달될 느낌도 아닌 듯.

인터넷이든 다른 프린트물로 많이 접해본 클림트이지만 직접 눈 앞에서 본 클림트의 그림들과 키스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 

여행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봤지만 그림에서 사람이 살아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은 이번이 처음!


와아 대박. 비싼 입장료에 대한 불만도-_- 빈에 대한 실망감도-_- 모두 날려버린 클림트. 클림트가 빈을 살렸다.

클림트 밖에 모르고 갔지만 에곤쉴레도 재발견. 감동감동.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정원 산책.

 오스트리아에 오니 이런 조형물이 참 많다. 사람들이 어찌나 만져댔는지 가슴만 까맣네ㅋㅋㅋ











벨베데레 근처, 오스트리아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립!이 맛있다는 집.


유럽 포스팅은 쓰다보니 자꾸 먹방이 되어가네ㅠ

유럽에서 배낭여행자의 신분을 망각하고 위를 너무 늘려놓은 것 같다ㅠ

모로코에 오니 먹을게 없어서 자꾸 배가 고파 흑흑ㅠ










맛있는 립! 보통이었던 맥주. 오빠 신났당ㅋㅋㅋ











배도 꺼뜨리고 밤공기도 쐴 겸, 아깐 지하철 타고 이동했던 벨베데레에서 성당까지의 길을 걸었다.

우중충한 낮보다 조명받은 밤거리가 더 좋았던 빈.





























오페라 하우스










이래서 오스트리아랑 인연이 없다고 하는거다ㅠ 우리 떠나고 다음날부터 비엔날레ㅠ


가을에 여행하는 분들은 미리 잘 알아보고 가시길-

비싼 숙박비와 음식값에 개의치 않는다면 여유있게 문화공연 즐기는 여행으로 괜찮을 도시.

이번 우리 여행 컨셉으론 감당이 안 되니 먹기만 할 수 밖에ㅋㅋ 인연이 있다면 먼훗날 다시 갈게 빈.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해놓고 전날 못다본 거리를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날씨는 뭐 오늘도 보시다시피. 

전날 안 가본 데가 거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남아있는 곳들인데 별로 흥미가 없는 관계로 겉에서만 보고 패스.

더구나 무슨 행사가 있는지 군용 항공기 탱크 이런게 잔뜩 늘어져 있어서 빨리 나와버렸당.
















괴테 아저씨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오페라 하우스 앞 자허토르테 케잌의 원조라는 카페 자허.

근데 이거 왜 유명한거야? 별로야ㅠ










돈은 좀 아깝지만 덕분에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 검색하고

지금 배가 안 고파도 운전하다 당 떨어지면 힘드니까 미리 점심 배 채우고










먹다 끝난 빈을 떠나 체코로.

오스트리아를 떠나려니 그런가, 참 좋았던 빈과 체코 브루노 사이 드라이브 길ㅋㅋ 


진짜 바이바이 오스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