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Morocco

[Day 406] 살라말리쿰 모로코! 시작은 가볍게, 아실라(Asilah)

nomadicgirl 2013. 12. 28. 00:06




아디오스 스페인!

살라말리쿰 모로코!









전에도 말했지만 유럽, 특히 런던,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에서 모로코 마라케쉬나 카사블랑카로 가는 항공편은 꽤 저렴하고 편수도 많다.

꼭 스페인 남부를 보는게 목적이 아니라면 교통비, 체제비를 고려했을 때 저런 도시 어딘가에서 모로코까지 한번에 쏘는게 더 저렴.


하지만 우린 지브롤터 해협 건너기- 이거 해보려고 여기까지 왔으니 미션 컴플리트ㅋㅋ

중간에 들렀던 말라가나 타리파도 생각보다 맘에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배 타고 40여분만 건너가면 유럽에서 아프리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길이라 유럽부터 차 끌고 배에 올라탄 여행자도 많고 짧게 다녀갈 것 같은 단체여행객도 많고 배안은 북적북적.


하지만 배에 올라탄 순간 이곳은 모로코.

빠르고 깔끔했던 스페인쪽 항구에서의 여권심사와 달리 모로코는 특이하게 배 안에 마련된 창구에서 여권에 도장 찍어주기를 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줄은 줄지도 않고 배에 타 있는 내내 줄만 서있다 끝났다-_-

배가 모로코에 도착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 여권심사가 끝나기 전까지 배 안에 갇혀 있어야 하고-_-

여권심사를 배 안에서 하는 줄 몰랐던 사람들은 배에서 내렸다가 다시 배로 돌아오느라 우왕좌왕. 웰컴투 모로코! 웰컴투 중동!









드디어 배에서 내렸다. 

이곳은 현지인들은 땅제라 부르고 보통은 탕헤르(Tanger)라고 더 잘 알려진 탕헤르!


하지만 저 앞에 어디선가 직원이 사람들 여권에 도장 찍었는지 다시 검사를 하고 있어서 또다시 기다리고-_-

아니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거야! 여행을 오래 했지만, 그래서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긴 하지만, 솔직히 여전히 '이해'는 안 되는 것 같다.

조금만 바꾸면 훨씬 일하는 사람이나 기다리는 사람이나 편해질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그나저나 사람들 옷차림 보면 알겠지만 11월의 모로코는 그리 따뜻하지 않다. 

물론 한국처럼 추운 겨울은 아니지만 그냥 스페인이랑 비슷함. 우린 더 따뜻한걸 원함ㅠㅠㅠㅠㅠ










근데 이 분은 추워도 자꾸 반바지만 입으시고ㅠㅠㅠㅠㅠㅠㅠㅠ


배에서 내려 일단 당장 필요한 돈 환전부터.

근데 표정 좀 보소ㅋㅋㅋ 전날 밤부터 모로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 아침 내내 배 타고 오는 내내 기분이 안 좋으셨다.


우리가 오늘 가기로 한 곳은 탕헤르에서 남서쪽으로 31km 정도 떨어진 아실라라는 마을.

근데 미리 찾아보니 탕헤르에서 아실라 가는 정규버스가 잘 없다고 했다.


그러려면 여기서 그랑(grand)택시라고 부르는 장거리 합승택시 같은걸 타고 가야하는데 그건 또 버스터미널에 가서 잡으라네.

그럼 여기 항구에서 택시 타고 터미널까지 가야하는데 삐끼들이 엄청 따라붙겠지. 가서 그랑택시 흥정은 또 어떡하나.

내일 아실라에서 이동할 도시까지는 다시 탕헤르로 돌아와 버스를 갈아타야한다니 그 버스표도 알아봐야 하는데 

그건 또 버스회사가 달라서 터미널도 다르다는데. 거길 갔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악 귀찮아! 짜증나! 뭐 이런거 아니었을까? 그치?ㅋㅋㅋ


난 막 이런 상황이면 아 몰라 그냥 가서 물어보고 가서 찾자 되는대로! 하는 편이라 내가 이러면 오빠가 더 힘들어 함. 

미안합니다ㅋㅋㅋ 결과적으로 쉽게 잘 찾아갔으니 됐지 뭐!










역시나 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삐끼들이 달라붙어서 일단 항구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랍어와 불어. 아랍어와 불어의 조합이라니.

원래 아랍어 쓰는 나라들이 여행이 좀 힘든 편인데 (언어 때문이 아니라 중동이라서 흐흐) 여긴 불어까지 쓴다. 

근데 신기한게 뭔 줄 알아? 얘네도 빵은 좀 맛있다는거ㅋㅋ









생각보다 깔끔했던 탕헤르의 모습.

항구마을이기도 하고 스페인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좀 칙칙한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생각보다 예뻤다.


여기부터 계속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모로코.

의외로 쉽게 택시가 잡혔고 터미널에 가서도 쉽게 다음날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버스티켓을 살 수 있었고 아실라로 향하는 그랑택시도 금방 찾았다.


뭐 처음 택시비는 우리가 잘못 알고 값을 약간 높게 불러서 그런 거였지만 

(한 대에 10디르함, 1유로 정돈데 우린 사람당인줄 알고 2유로 줬더니 바로 오케이)

터미널 가서도 우릴 귀찮게 하는 삐끼는 하나도 없었고 가서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주고 팁 요구도 안 했다.


물론 이렇게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모로코는 딱 이날 하루 뿐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삐끼는 걱정했던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흔히 인도, 이집트와 함께 모로코는 3대 삐끼지옥이라고들 하는데 인도는 몰라도 예전에 이집트에서 질려본 경험 덕에 그 수준을 기대?했건만 

모로코는 완전 약과. 이집트에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바로 아실라!


그랑택시는 우리가 타겠다고 하자마자 사람이 다 차서 바로 슝 출발해 40여분 만에 아실라에 도착했다.

일반 승용차 크기의 택시에 기사 빼고 앞좌석 둘, 뒷좌석에 넷! 꽉꽉 채워 엉덩이도 제대로 못 들이밀고 앉아온 그랑택시ㅋㅋㅋ

외국인이라고 짐값도 더 받았지만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이랑 비슷해서 그냥 탔다. 이제 그냥 귀찮아서 적당히만 흥정하기로 함;


생각보다 모던한 풍경, 생각보다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도착한 해안마을 아실라.

도착해서도 그닥 심하지 않은 삐끼들 몇몇만 뿌리치고 정말 운이 좋게 길 안 헤매고 쉽게 숙소를 찾았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모든게 진행되어서 빨리 도착한데다가 여긴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페인보다 한 시간이 느리기까지.

왠지 없는 시간을 덤으로 얻은 기분! 덕분에 오빠 기분도 업! 타리파에서 미리 싸온 샌드위치로 가볍게 점심해결하고 기분 좋게 동네 구경 시작!










바닷가의 아실라 메디나.


모로코에서는 오래 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던 도시구역을 메디나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올드시티, 구시가지 같은 곳으로  어느 도시에 가든 이 메디나 안에 주요 관광포인트가 모여있다. 

도시마다 메디나의 모습도 크기도 천차만별. 아실라의 메디나는 한 두시간도 안 걸려 다 둘러볼 수 있을만큼 아주 작다.










한적한 바닷가에 좋아서였을까, 언젠가부터 아실라에는 예술가들이 모여살면서 메디나 곳곳에 그린 벽화가 유명해졌다고 한다.

관광객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현지인으로 보이는 가족, 친구, 연인들이 더 많았던 아실라의 일요일.


모로코 북부라 스페인 영향을 더 받은 동네라 그런지, 그냥 이런데 놀러 나올 정도면 더 개방된 사람들인건지

지금보면 나중에 갔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언니들 차림새가 훨씬 개방적이다. 전통복장 한 언니는 한 명 뿐이네.


모로코 북부는 확실히 스페인 영향을 더 많이 받기는 해서 스페인어가 통한다. 

영어도 은근 되지만 스페인어가 더 잘 통함. 남부로 내려가면 아랍어랑 불어만 해서 말이 안 통함ㅠ










관광객에 별로 없어서 그런지 지나가다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는데

삐끼일까 경계하던 마음이 부끄러워지게 정말 순수하게 아실라에 와서 환영한다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라는 말만 하고 가버리던 사람들.










대부분의 집들은 이렇게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다들 칠한지 오래 지나지 않은 듯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좀 가짜 같은 느낌도 들었다.

뭐랄까, 자연스럽지가 않고 관광객 끌어모으려고 치장한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이 다음에 갔던 쉐프샤우엔은 진짜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냥 내 느낌.






















골목을 돌 때마다 새로운 벽화들.



































예쁘긴 한데 큰 감흥은 없었던 메디나 구경을 마치고 저녁으로 모로코 음식을 시도해볼 시간.

오늘의 메뉴는 치킨 따진! 제일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따진과 꾸스꾸스란게 있는데 오늘은 그냥 따진만 하나 나눠먹기로 했다.


저렇게 고기랑 채소랑 커리 비스무리한 양념 넣고 푹 끓인 음식인데 먹을만 하다.

보통 꾸스꾸스는 입맛에 안 맞아 하고 따진은 좋아들 하시던데 난 막 그렇게 맛있는 줄은 모르겠고 그마저도 한번 먹으니 질리더라.

바닷가니까 해산물 먹을걸. 따진이 넘 궁금해서 따진 먹었는데 문제는 이후에도 매일 따진만 먹어야 했다는 사실 흑흑. 


이제 이슬람 국가라 이런데서 맥주 한잔!도 하기 어렵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로코에선 술 살 수 있는 곳에 가도 그냥 금주하기로 약속. 어차피 맛도 없다길래.

덕분에 둘 다 모로코에서 살 빠진 것 같다. 이후에 다시 찐게 함정이지만ㅋㅋㅋ










숙소에서 보이던 아실라.

메디나는 뒤쪽이라 안 보이고 여긴 그냥 메디나 바깥 신시가지의 풍경이다. 아침이고 밤이고 사람 참 없던 조용한 동네.

모로코 같지 않은 모로코에서 모로코의 첫날은 생각보다 여유있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