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Tanzania

[Day 422-423] 진짜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스톤타운 (Stonetown, Zanzibar)

nomadicgirl 2014. 1. 14. 19:06



아, 아프리카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나.


내 나이 스물, 심지어 만으로는 열아홉!이라 틴에이져라 우기던 그 시절 여행이라고 할만한 여행을 처음 떠난 곳이 바로 아프리카.

누구나 그 나이에 '처음' 하는 하나하나가 큰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그 아프리카 여행은 지금의 나, 어쩌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꽤 흔하고 가격도 무지막지 올랐지만 당시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트럭킹투어로 여행했던 남아공,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아, 내가 몰랐던 세상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지구가, 이렇게나 다양한 삶이 있었구나'를 느끼며 매일매일 벅차올랐던 그 때.

여행에서 돌아와 한동안은 나미비아 사막에 두고온 심장을 찾으러 가는 꿈을 꿨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나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전의 내가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슬프고 나의 삶과 달라서

어떻게 하면 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

그 고민이 이어져 3년 전 여행이 아닌 프로젝트로 방문하게 된 곳이 바로 말라위.


이젠 여행만을 목적으로 찾기엔 왠지 미안하고 맘도 불편하지만 마음 한 켠 욕심으론 오빠랑 꼭 함께 가보고 싶었던 곳 또한 아프리카.

나의 아프리카이야기에 늘 (인내심 넘치게!) 귀 기울여주고 새로운 길에 도전할 수 있게, 다시 한번 아프리카에 갈 수 있게 곁에서 응원해준 사람.


하지만 아프리카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동네라 여행 중 밀리는 일정과 심해지는 자금 압박에 고민고민하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두자 했다가 

막판에 너무너무 아쉬워서 잠깐만! 하고 가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온 그림을 참고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위쪽 중동지역을 제외한 노란 부분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아프리카다.


내가 가본 남쪽나라들은 일단 제외하고 사실 시간과 비용이 되면 가고 싶었던 곳이 탄자니아, 케냐,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였는데

아프리카 안에서 움직이기에도 항공권 가격이 완전 부담되는 마다가스카르는 제일 먼저 제끼고 

모잠비크는 보기보다 탄자니아 국경으로 바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아 남아공이랑 묶을까 하다가 시간 비용 고민돼서 또 빼고

결국 남은게 탄자니아와 케냐. 그 중 대부분의 시간을 탄자니아에서 보내고 동남아행 항공편이 비교적 많고 저렴했던 케냐 나이로비는 잠깐.


아프리카에서 동남아로 가는 항공권은 300불도 안 되는 대박가격에 건졌는데 문제는 모로코에서 탄자니아.

아무리 검색해도 비싸서 마일리지를 쓸까 고민하다 나중을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그나마 저렴한 것 중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이집트에어를 선택했다.

(유럽이나 북아프리카에서 남/동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권은 대부분 카이로나 이스탄불 경유가 저렴하당)












물론 우린 이집트를 경유. 모로코는 불어 쓰는 나라라 카이로도 le caire라 쓰네.











경유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린 분명 12월 3일 낮에 카사블랑카를 떠났는데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 도착하니 12월 4일.

어쩔 수 없다. 우린 시간보다 돈이 귀한 배낭여행자니까ㅋㅋ


참고로 탄자니아에서 국제선은 대부분 다르에스살람이나 모시에 있는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들어가고 나오고 한다.

그래서 난 부끄럽게도 다르에스살람이 수도인줄 알았는데 수도는 따로 있었다. 이름도 귀여운 도도마.


우리의 탄자니아 계획은 완전 심플. 

2주 일정 중에 반은 잔지바르, 나머지 반은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와 투어가 시작되는 마을 아루샤에서.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동쪽 인도양에 있는 섬인데 다르에스살람에서 배로 3시간 정도, 비행기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대충 계산해보니 배를 타는게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돈이 적게 들어서 우린 배를 타기로 하고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도착비자 50불)

우릴 반겨주는 삐끼들이 비행기를 타라고 꼬시네. 일단 배 타는 선착장까지 택시비를 예상보다 훨씬 비싸게 불렀고

결정적으로 우린 하루를 꼬박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내고 시차적응 안 돼서 힘들어 죽겠는데 

"너네 지금 비행기 타면 택시가 선착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잔지바르에 갈 수 있어"라는 과장이 다분히 섞였지만 영 틀리지 않은듯한 그 말ㅋㅋㅋㅋ


원래 알고 있던 배값은 인당 35-40불, 선착장까지 택시비는 둘이 20불 정도, 비행기는 인당 75불 정도라 배를 타려고 한건데

가보니 택시비로 40불 가까이 부르고 배값도 더 비싸다고 그래서-_- 속는 셈 치고 돈 조금 더 쓰고 빨리 가서 쉬기로 했다.


사진 상의 공간은 나름 국내선 공항(?).   

 

 
국제선 공항에선 택시를 타야하는데 짐이 없으면 걸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린 5불을 냈지만 원래는 더 쌀 것으로 확신함.



 







항공권도 흥정이 가능한 이곳에선 흥정 끝에 65불에 콜!


잔지바르를 오가는 비행기는 경비행기라 좀 위험할 수도 있어서 미리 다른 여행자들이 안전하다고 하는 잘 알려진 몇몇 항공사 이름을 알아갔는데

걔넨 이미 떠났거나 출발시간이 한참 멀었거나 해서 완전 처음 들어보는 회사에서 표를 사버렸다. 나중에 보니 비행기는 다 비슷해보임ㅋㅋ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봤을 땐 대부분 짐 무게제한이 15kg이었는데 20kg까지는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았다.

오빠 가방이 17kg라 잘 됐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느슨해서야 안전한건가 싶은 애매한 마음.











비몽사몽 간에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다. 저게 말로만 듣던 그 경비행기!











내부는 요런 모습. 3자리씩 4줄 총 12명 탑승.

앞에 중국인 아저씨들 덕분에 12명 중에 무려 3분의 1이 동양인이었다. 나머지는 현지인이랑 여행자랑 반반.











생각보다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지 않고 높게 날지 않아 구경하기 좋았던 비행.

아래 보이는 도시가 다르에스살람인데 다녀온 여행자들 대부분 크고 볼건 없고 위험한 도시라고 별로 안 좋아했다.











그리고 파아란 인도양이 눈 앞에!

어느새 우린 대서양에서 인도양으로!











안녕, 잔지바르!


도착한 잔지바르 공항은 비행기를 타고 나가려는 관광객들로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시장통.

줄도 없고 엉망에 사람들은 엄청 시끄럽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우리를 졸졸 따라 다니던 택시기사가 저거 다 시끄러운 이탈리안들이라고ㅋㅋㅋ

잔지바르에서 직접 나가는 국제선들이 수요일에 몰려있다고 하니 잔지바르에서 나갈 때 수요일 오전은 피하는게 좋을 것 같고

럭셔리한 거 좋아하는 이탈리안들이 몰리는 해변은 북쪽 능궤라고 하니 그것도 참고하시길. 


그 와중에 우린 시내 나오기 전에 미리 잔지바르에서 아루샤 가는 비행기표를 사겠다고 그 인파를 뚫고 왔다갔다. 

시내 여행사보다 공항에서 직접 사는게 더 싸고 가격비교도 쉽다. 흥정해서 2시간 반 거리에 125불(Tropical air).

근데 달러를 탄자니아 실링보다 어이없을 정도로 잘 쳐줘서 atm에서 실링을 뽑아 다시 달러로 환전해 표를 사야했음ㅠ













비행기를 타고 온 덕분에 원래대로라면 배에 있을 시간에 잔지바르에 도착! 좋긴 좋구만!

일단 잔지바르의 중심지 스톤타운에서 나름 제일 저렴한 숙소 중 하나인 잠보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둘다 그대로 기절, 쭈욱 잤다.












배 고플 때쯤 일어나 동네 현지인 식당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스톤타운 동네 구경.

후끈한 이 공기, 아아아 반갑다! 더위도! 아프리카도! 경쾌한 스와힐리어도! 잠보! 맘보! 


사진 속 사람들처럼 잔지바르는 기독교가 대부분인 탄자니아 본토와 달리 무슬림이 대부분이다.

위치 상 옛날부터 무슬림 나라들과 교역도 많았고 한 때는 지배받기도 했었고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프리카 남쪽나라들, 탄자니아 바로 아래 말라위에 있을 때만 해도 수입된 물건들은 대부분 남아공산이었는데

여긴 대부분 중동쪽에서 가져온 게 많고 길 가다 쌓여있는 수입 쌀 포대 같은거 보면 파키스탄도 있었다 신기신기.

















아프리카와 중동이 어우러진 사람들의 삶과 이곳의 문화.

우리는 쉽게 '아프리카'라고 묶어 말하지만 사실 하나하나가 어찌나 다른지 잔지바르에 와서 새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스톤타운은 작긴 해도 잔지바르에선 나름 중심 '도시'.

스톤타운의 바다도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해변은 스톤타운에서 차로 30분-1시간 이상 떨어진 마을들에 있다.


스톤타운에만 머물던 첫날은 생각보다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도시 모습에 

그래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탄자니아 본토보다 조금이나마 생활에 여유가 있나 생각했는데

다음날 다른 해변마을로 이동하면서 보니까 스톤타운을 벗어나는 순간 아무것도 없더라.


위키피디아 말로는 오히려 관광업에만 의존하는 상황 때문에 오히려 잔지바르 경제상황이 본토보다 열악하다고도 하는데 뭐가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들엔 자꾸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호텔이니 레스토랑이니 열어서 돈을 벌어가니 그럴 것도 같고.











하지만 기분탓인지 날씨탓인지 모로코보다 사람들의 표정도 훨씬 여유롭고 편안해보여서 덕분에 우리 마음의 피로도 풀리는 것만 같았다.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지인들의 삶과 관계없이 이렇게 나만 일방적으로 힐링받는 이기적인 여행자ㅠ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에 대해 여행자인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지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


동남아에 와서도 계속해서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여행자 물가에 불만을 토로하는 여행자들. 

나 또한 그렇지만- 과연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여행자 각자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더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 또한 자기만 좋고 그만이 아니라 자신의 여행이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영향으로 도로는 반대.

사진에 보이는 트럭이 이 동네 버스 역할을 하는 달라달라. 몇 명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의 사람들이 다 탈 수 있는 신비의 교통수단.











무슬림이라 시리아 상황에도 더 큰 관심을 갖는걸까.











스톤타운의 메인시장.











향신료의 섬으로 알려진 잔지바르라 다양한 향신료들을 팔고 있다.


예전에 독일 폴카네 갔을 때 폴카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온 자연 바닐라로 폴카엄마가 집에서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예술이었던 기억!

한국으로 바로 갈 것 같으면 바닐라 사다가 만들어보고 싶은데 역시나 다음 기회에ㅋㅋ

















아프리카만의 색감, 까맣게 빛나는 아프리카 언니들이 두르고 있으면 정말 예쁘다.

여행자용으로 만들어 파는 옷들은 별로고 현지인용으로 파는 이런 천들이 훨씬 맘에 드는데 그냥 천이라 당장 뭘 만들 수도 없고ㅠ
























잔지바르에 오니 모든게 다 맛있다. 

특히 향신료의 섬이라 커리 종류도 맛이 좋고 해산물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과일도 맛있고! (향신료 많은 모로코랑 어쩜 이렇게 다르지-_-)

저녁으로 시킨 문어커리에 뿅 가서 이후 며칠동안 문어만 먹었다ㅋㅋ











더워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땀이 막 흐르는데 얼마나 기다려온 더위였는지 오빠가 피자 한 조각을 베어물고 말했다. 

 

"행복이 멀리 있는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