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35-437] 대이동의 날'들', 아프리카에서 동남아까지!
돌아온 아루샤 벤슨네 집.
며칠 안 있었지만 벤슨도, 여기서 일하는 안나도,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모두 어찌나 반갑던지.
안나는 우리가 돌아올 걸 알고 우리 쓰던 침대는 아예 치워놓지도 않아서 더 집 같았다ㅋㅋ
돌아온 아루샤에선 하루 자고 다음날 케냐 나이로비로 이동할 때까지 냥이들이랑 놀며 띵가띵가.
아 진짜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지! 정말 가방에 넣어 비행기 타고 싶은 맘 겨우 참았네!
아루샤를 떠나며 기념샷.
만신창이 양말, 꼬매긴 귀찮아서 엄지발가락이 다 튀어나올 때까지 그냥 신었다 하하.
오후 2시에 케냐 나이로비로 출발하는 리버사이드 셔틀버스 타러 이동. 아루샤 안녕!
벤슨이 셔틀이 편하다고 추천해줘서 여행자들이 주로 타는 줄 알았는데 막상 대부분이 현지인이었다.
애초에 케냐는 구경할 생각이 없었던 우린 탄자니아에 올인하기로 결심했지만
탄자니아의 대표적인 국제공항이 있는 다르에스살람이나 모시에서 출발하는 저렴한 항공권을 찾지 못해 나이로비까지 가야 했다.
(참고로 모시는 킬리만자로 등반의 출발점이 되는 마을. 킬리만자로는 너무너무 비싸서 처음부터 포기)
한두시간쯤 달려 도착한 국경마을. 현지인한테나 관광객한테나 물건 팔러 달려든 아주머니들의 끈질김이 정말 대단한 곳이었다.
케냐에선 나이로비 가서 잠만 자고 다음날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자를 사야한다ㅠ
24시간 transit visa 20달러.
하루 밖에 머물지 않았던 케냐라 폴더를 따로 만들까 말까 고민을 잠시 했지만 비싸디 비싼 비자도 샀으니 따로 취급해줘야겠다 싶었다 큭.
하루 밖에 안 있었던 룩셈부르크 같은 곳도 폴더가 있는데 케냐만 차별할 수 없기도 하고ㅋㅋ
이런게 마사이 사람들의 전통 텍스타일.
아루샤 벤슨네서 일하던 안나가 이 텍스타일로 만든 가방을 손으로 만들어 팔길래 하나 샀다.
"오늘 너무 예쁘다! 남자친구 만나?" 라고 물으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던 소녀 안나.
규모가 작은 호스텔이지만 혼자 밥 하고 청소하고 여행자들이 빨래 맡기면 손빨래까지 하느라 쉬지 못하는 안나가 늘 안 되어 보였다.
해가 다 지고 캄캄한 저녁에 도착한 나이로비의 교통혼잡은 역대 최고. 여기저기 빵빵거리지만 차는 꼼짝도 못하고 끄악.
매연은 또 어찌나 심한지. 도착해서 씻는데, 지금까지 매연 심한 곳 많이 가봤지만
코에서 그냥 거무스름한 정도가 아니라 막 숯검댕이처럼 시커먼 먼지가 나오고 휴지로 얼굴을 닦으면 아예 시커먼 게 묻어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와, 이 동네 사람들 호흡기 멀쩡할까?
아루샤 - 나이로비 셔틀버스는 나이로비 공항에 먼저 갔다가 시내에 세워주기 때문에 바로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면 아주 편리하다.
우리도 그냥 공항으로 가서 노숙을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워낙 저렴한 항공권이라 이동에 경유시간 합치면 30시간이 넘는 이동-_-
하루는 편히 자고 비행기를 타는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바로 여기, 이름부터 스탑오버 하우스.
공항과 시내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셔틀 타고 갈 때 미리 기사아저씨에게 이야기 하면 시내가기 전 근처 주유소에 세워준다.
교통체증 지옥인 나이로비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도 편하고 시내 호텔들보다 훨 저렴하면서 위치도 안전하고 도미토리부터 더블룸까지 다양하게.
아침에 찍은 사진이지만 나이로비가 위험하긴 한지 이렇게 경비가 몇 겹씩.
생각보다 차가 막혀 너무 오래 걸린 탓에 (약 6시간) 도착하자마자 근처 햄버거 집에서 주문해서 폭풍흡입.
코끼리가 그려진 케냐 맥주도 하나 먹어보공
아침도 포함이지만 명색이 케냔데 믹스커피 줘서 완전 실망 흑흑.
물탱크 센스를 끝으로 아프리카 지브라와 작별하고
아침에 공항가는 길, 다행히 시내로 향하는 반대방향만 막힌다.
케냐에선 한 게 없어서 환율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마침 처리 못한 탄자니아 실링으로 환전 시도.
너무 작은 돈이라 환전소 언니가 못 해준다고 "너네 그 돈 환전해도 할 수 있는게 없어!" 라고 했지만
"우리 이 돈에 달러 조금 보태면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데 케냐 커피 꼭 마셔보고 싶어 흑흑" 라고 불쌍한 눈으로 부탁했더니 언니가 해줌. 오예!
그렇게 득템한 커피 한 잔에 매우 흐뭇ㅋㅋ
와우 그냥 체인점 커핀데 맛있어서 커피콩 좀 데려오고, 아쉽지만 케냐는 이렇게 한국 가서 커피로 추억하는걸로.
(지금 우리 배낭 속엔 탄자니아, 케냐, 인도네시아, 태국 커피콩이 숨쉬고 있음)
바이바이?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인도네시아 발리.
예전에 중동 몇 나라는 여행했었고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 날짜가 어느 정도 정해지는 바람에 중동은 훅 건너뛰고 아프리카에서 바로 아시아까지.
우리가 찾은 항공권은 나이로비발 사우디아라비아를 경유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300불이 채 안 되는 착한 가격!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좀 오래 기다리고ㅠ 다시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면 따로 구매한 에어아시아를 타고 발리까지 가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그 여정을 떠올리면 숨이 턱하고 막혀 이렇게 짧게 마무리하는 아프리카 일정에 대한 아쉬움을 정리할 정신도 없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 흑흑.
그나저나 이번에 이동하면서 보니 다른 나라보다도 유독 무슬림들은 짐이 무지하게 많다.
국적을 불문하고 케냐와 사우디에서 본 중동쪽 무슬림들도, 말레이시아 무슬림들도 짐이 신기할 정도로 크고 많더라. 왜지?
심사대부터 남다른 사우디아라비아. 첨에 이상한데 데려가는 줄 알고 깜놀ㅋㅋ
보통 짐 검사하면서 간단히 몸에 금속탐지기 대는 것도 여자들은 막 구석진 방에 따로 들여보내서 검사한다.
그래도 오래 기다린다고 공항에서 밥 먹을 수 있는 쿠폰도 주공
킁킁
뿅! 이곳은 말레이시아!
비행기에 올라 눈 감았다 뜨니 우린 아시아에!!!
예정된 목적지였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멀리 이동한 건 오랜만이라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진짜 아시아야?
너무 갑작스럽지만 그래도 말레이시아 기념으로 일단 말레이시아 누들 좀 먹고 갈게요.
에어아시아 타는 공항까진 다시 버스로 이동 후 또다시 비행기. 지겨울 때도 되었지 비행기.
2013년 12월 17일 오전 나이로비를 출발해서 2013년 12월 19일 새벽 2시가 넘어 발리에 짐을 풀었다. 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