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38-440] 이제 우리도 서퍼! 발리 꾸따비치.
30시간 이동 끝에 동남아! 인도네시아 발리!
친구들이 그랬다. 이제 진짜 신혼여행지네?
노노, 흔히 '발리'하면 신혼여행이나 리조트를 떠올리지만 발리가 배낭여행하기 얼마나 좋은 곳인데. 더군다나 우린 서핑하러 왔다구!
새벽에 도착해서 쓰러져 잠들고는 폐인 같은 몰골로 일어나 느즈막히 하루를 시작.
숙소 옮기는거 참 싫어하는데 발리에선 숙소를 많이도 옮겨다녔다.
문 밖을 나서면 이렇게 논밭이 펼쳐져 있어서 좋았던 첫번째 숙소는 비치에서 너무 먼 관계로 이틀 만에 바이바이.
숙소 셔틀을 타고 나온 꾸따비치 중심거리, 우기라서 날씨가 아주 후텁지근 끈적거린다.
여행 막판이라고 계획도 정보도 없이 그냥 막 다니다보니 서핑하겠다면서 발리가 우기인 것도 모르고 왔다-_-
한국 기준으로 겨울철은 우기, 서핑하기 좋은 날씨는 6-7월이라며 흑.
일단 어딘가 들어갈 곳을 찾아 앉고 시원한 현지 맥주 빈탕 한잔!
남미 떠난 이래 북미, 유럽, 아프리카를 지나 참 오랜만에 마음 편안한 가격에 감동감동.
발리 또한 초관광지라 이후에 가게 된 다른 동남아 도시들에 비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동남아다.
따뜻한 날씨에 부담없는 가격, 더군다나 우리 같이 없어보이는 애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으니 덩달아 늘어져 휴가 기분 만끽.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우기 날씨.
중간중간 비를 피해가며 느긋하게 적당한 서핑스쿨 탐색.
여기가 바로 초보 서퍼들의 천국 꾸따비치!
우기라 흐리고 바람도 불지만 여전히 다른 바다에 비하면 잔잔하고 일정한 파도!
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동네에서 유명한 쇼핑몰이 나왔는데 동물원에서 신기한 동물들과 새들을 데리고 나와 행사 중이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 세렝게티를 누비던 우리 눈엔 그저 동물들이 얼마나 갑갑할까 그 생각 뿐ㅠ
후텁지근한 날씨를 못 견디고 사치를 부리며 들어간 스타벅스에선 내 이름을 요따구로ㅋㅋ
중국이름으로 들린건 어쩔 수 없다 치고, 분명히 내가 주문했는데 왜 미스터야? 엉?ㅋㅋ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이 나시고랭(볶음밥)과 커피 밖에 모르고 갔는데 가보니 의외로 참 흥미로웠던 나라.
사실 어느 나라고 가보면 모두 다르고 흥미롭기 마련인데 동남아는 가깝고 나중에 쉽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디 가서 외국인들이 한중일 구분 잘 못하고 비슷한 줄 알면 좀 짜증나는데 나부터가 '동남아'는 그냥 다 '동남아'로 생각해버리고 있었다.
반성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놀라웠던 거.
인도네시아 인구가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는 사실! 이야 엄청 큰 나라였어!
그 중 80%가 무슬림이라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헌법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동의 이슬람 문화와는 분위기가 아주 많이 다르다.
이 곳 발리섬은 힌두교가 우위라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처럼 매일매일 꽃잎을 제물(?)로 바치는 작은 의식을 행하는 발리 사람들.
길 가, 가게, 사원 곳곳에 저런 꽃잎이 촘촘하다.
유난히도 밝고 상냥했던 발리 사람들의 얼굴도 기억에 남고
이제 슬슬 한국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한국식당을 찾아가지 않아도 해변 근처에서 팔던 떡볶이 발견!
인도네시아식 숯불고기꼬치와 함께 맛있는 밤:)
루왁커피도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만나보고! (맛은 좀 비리더라ㅋㅋ)
내가 지리에 너무 약한건지, 아무리 남쪽이라지만 호주와 이렇게까지 가까운 줄 미처 몰랐다.
호주산 고기 덕분인지 고기값도 저렴하공 큭.
지금부턴 드디어 서핑레슨 사진!
이렇게 레슨을 받으면 서핑스쿨 소속 포토그래퍼가 사진을 찍어주는데 언제 이런 사진을 가져볼까 싶어서 돈 주고 샀다.
서핑스쿨은 up2u라고 결국 너 하기에 달렸다는 이름이 오빤 별로 맘에 안 든다고 했지만ㅋㅋ
트립어드바이저 평도 좋고 실제 가서 만나보니 강사분들도 맘에 들고 가격도 가장 저렴했다. 2시간에 25달러 조금 안 되는 가격.
(며칠 레슨을 받을지는 하루하루 받으면서 결정해도 되고 레슨일이 늘어날수록 할인을 해줌)
일단 바다 들어가기 전에 보드에서 일어서는 자세 연습!
우리와 함께 레슨 받던 사람들은 덴마크와 슬로바키아 여행자들
끄아아 이제 바다로! 긴장되는 순간 두둥두둥
서핑 역시 내가 배우자고 질러놓고 막상 바다에 들어가려니 무척이나 겁이 났는데 의외로 발이 닫는 깊이에서 연습을 시작하니 할만했다!
슈우욱 파도 타는 기분 최고!
물도 엄청 먹었지만ㅋㅋㅋ
오, 폼 좀 나오는데?
회전기술까지 배우고 바로 바다로 향한 이튿날 레슨.
조금 더 먼 바다까지 나가서 큰 파도를 잡아타는 연습을 했는데
보드를 가지고 멀리 나가는게 어찌나 힘든지 그냥 보드 잡고 걷는 것만으로 몇 번을 뒤집어지고 (뒤집어지는 스킬도 습득!) 물을 먹고
파도를 타기 전부터 이미 녹초 상태ㅋㅋ 머리는 다 헝클어지고 머리끈도 사라져서 롹커가 되어 서핑을 해야 했다ㅋㅋㅋ
표정은 완전 긴장상태지만 첫날보다 훨씬 재밌었던 둘째날.
파도도 크고 이제 회전도 가능하니 어설퍼도 너무너무 재밌다!
이럴 줄 알았음 남미에서 시작할걸. 무섭다고 안 배운게 이제 와서 후회될 정도!
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팔 자세. 난 오른팔을 90도로 만든다고 만드는데 사진을 보면 너무 쫙 벌려서 웃기네.
반면에 오빠의 어려움은 바로 시선처리.
자꾸 바닥을 봐서 중심을 못 잡고 꽈당꽈당. 근데도 사진은 멋져!
레슨을 며칠이나 받아야 할까 고민했는데 이틀정도 하고 나니 그동안 배운 걸 혼자 연습할 시간도 필요하고
강사선생님도 혼자 연습하다가 잘 안 되거나 새로운 스킬을 익히고 싶으면 그 때 오라고 그랬다.
우린 발리에서 열흘이나 시간이 있었고 곧 내가 마법에 걸릴 것 같아서 일단 우붓이라는 내륙마을에 다녀와 서핑을 더 하기로 했는데
막상 다녀와서 보니 마법스케쥴도 예상을 벗어나 늦게 시작하고ㅠ 기상악화로 파도가 너무 안 좋아져서ㅠ
서핑을 더 하지 못하고 왔다는 슬픈 이야기 흑흑.
결론. 발리는 서퍼 배우기 참 좋은 곳이지만 겨울 우기는 피하세요 흑흑.
사진 보니 또 하고 싶네. 얼른 바다로 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