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63-464]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야,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힘겹게 도착한 루앙프라방.
예전에는 보트선착장이 시내에서 가까워 걸어갈 거리였다는데 이제는 일부러 멀리멀리 세워주는 것 같다.
보트에서 내리면 개별적으로 툭툭기사들과 흥정할 수가 없고 사무실에서 정해진 가격의 티켓을 사야한다. 당연히 비쌀 수 밖에ㅠ
최근 몇 년 새 루앙프라방이 많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도 많이 늘고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런 바가지도 만만치 않아졌구나.
한켠에선 현지인들끼리 툭툭을 잡아타고 유유히 떠나는데 대체 우린 얼마나 바가지를 쓴걸까.
이런 경우 멀리 걸어나가면 저렴하게 툭툭을 찾을 수 있을 것이 확실하지만 너무 지쳐 그럴 힘도 없다ㅠ 그냥 가자구!
숙소 정보는 없고 시내에서 유명한 조마베이커리 근처 골목에 가면 숙소가 많다는 말에 무작정 그리로 갔다.
골목으로 들어서니 정말 사방이 숙소. 하지만 모든 곳이 full. full. full!
낙심해서 다른 길을 찾던 중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분들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 들어갔다가 우연히 당첨!
드디어 빈 방을 찾았다. 그것도 무지무지 깨끗한 방!
사실 라오스에서 화장실 있는 더블룸이 보통 5-6만낍 정도(2014년 1월 기준, 8000낍이 1달러)니 이 방은 꽤 비싼 편이었다. 15달러 정도?
하지만 태국에서 내내 숙소가 춥고 맘에 안 들어 고생을 하다가 이렇게 깨끗하고 편안한 침대에 깨끗한 화장실을 보니 둘다 감동의 도가니.
깔끔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관리해서 역시 청결과 추위에 세심하게 신경써줬고 방에서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모처럼 잠다운 잠을 잤던 루앙프라방.
짐 풀고 샤워하고 바로 향한 곳은 그 유명한 루앙프라방의 만낍부페!
요렇게 차려진 음식은 접시에 양껏 담으면 한 접시에 천원 조금 넘는 가격!
루앙프라방에 왔다면 한번쯤은 꼭 먹어봐야 하는 이 만낍부페.
하지만 맛은 그냥 그랬고 고기나 생선꼬치들은 불포함이라 우린 부페는 한번만 먹고 나중엔 주로 요 꼬치들은 사먹었다.
생선 한 마리에 3만낍 정도 하는데 동남아에서 제일 맛있는 라오스 찰밥이랑 같이 먹으면 다른 바찬 하나 없이 둘이 정말 맛나게 먹을 수 있당:)
이 선풍기는 작동 중!
부페 먹고 신나게 꼬치를 뜯으며 야시장으로ㅋㅋㅋ
배에서는 그렇게 힘들어하더니 샤워하고 삼겹살 꼬치 먹으며 오빤 정말정말 신이 났다. 얼굴에 기름 다 묻히고ㅋㅋ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야~
사바이디 라오스! 그렇게 사람들이 변했다 변했다하던 루앙프라방과의 첫만남.
우린 편히 잘 수 있는 방과 배부른 식사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해서 루앙프라방이 좋기만 했다.
다음날, 숙소 앞 골목 풍경
사람들은 루앙프라방 오면 뭘 하나, 무슨 투어가 있나 살펴보는 중이지만 결국 우린 아무것도 안 했당ㅋㅋ
다들 가는 꽝시폭포 한번 안 가고 먹고 자고 산책하고, 그동안 쌓인 피로 풀기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강변 따라 걷다가 라오스식 오믈렛이 맛있다는 집에 착석!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오믈렛도 맛나고
자리를 옮겨 더 경치 좋고 의자도 편한 곳에서, 보통은 커피를 주문할만한 분위기였지만, 또다시 국수 한 그릇!ㅋㅋ
그동안 라오스 음식에 대해선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라오스 음식들이 우리 입맛에 진짜 잘 맞는다. 진짜.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유명하고 특별한 메뉴가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뭘 먹어도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해서 딱 좋은 정도.
국수 먹고 달달한 라오스 커피로 입가심하고 메콩강 바라보기.
반대편 마을에서 배가 쉴 새 없이 왔다갔다. 물리시간에 배웠던 물의 흐름방향과 배의 속력, 막 그런게 떠오르는 광경이었다ㅋㅋ
이제 좀 걸어볼까?
곳곳에 크고 작은 사원들.
예전 프랑스와 얽힌 역사 때문에 프랑스풍 건물이나 프랑스풍 카페들도 아주 많다.
프랑스 사람들도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이 세 나라를 더 즐겨 여행하는 것 같고.
프랑스 사람이 많든 적든, 우린 빵이 맛있어서 좋고 흐흣.
아직 피로가 안 풀려서 조금만 걷자 하고 시작했는데 또 멀리도 걸어와버렸다.
온 김에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 중 하나인 Wat Xieng Thong.
사원 입구 한 켠엔 밥을 말리고 있었는데 꼭 누룽지처럼 생겼다. 저걸로 스님들 공양하는건가.
기대없이 그냥 들어와본건데 생각보다 볼게 많아서 목이 아플 정도로 두리번두리번거렸던 사원.
태국은 뭔가 더 화려하면서도 심플한 느낌이었다면 여긴 소박하면서도 디테일이 엄청 강하다.
태국 바지로 패션 완성. 우리 둘이 걸어다니면 태국에서도 태국사람, 라오스에서도 태국사람으로 본다ㅋㅋㅋ
독특한 색감!
우쭈쭈
이 사원 맘에 들어서 오늘은 나도 설명 좀 들어보고 싶었지만, 느낌 아니까 오늘도 우리 느낌만 가지고 가는거ㅋㅋ
다시 거리로 나와 돌아가는 길.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어떤 동남아 도시보다 인도가 넓고 차나 오토바이와 부대끼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확실히 루앙프라방의 여행자 거리에는 이제 여행자를 위한 가게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해서 현지인의 삶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여행자들의 템포는 라오스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져 있고 신기할 정도로 모두의 움직임에서 여유가 묻어나는 곳이 루앙프라방.
똑같이 불교국가임에도 라오스만이 가지고 있는 이 평화로운 여유는 어디서 온 건지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왕궁박물관 내 사원
그 바로 앞 푸시언덕에 올라가면 루앙프라방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우린 요기까지만ㅋㅋ 그래도 참 이쁘당!
야시장이 들어서면 장사하는 사람들과 구경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는 여행자 메인 거리.
사진 보니 다시 돌아가고 싶네 여기.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 어떤 장소에 가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간에 가서 누굴 만나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하루하루.
우리가 치앙마이나 빠이에서부터 그토록 기다려온 휴식과 평화는 루앙프라방에 와서 만날 인연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