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Vietnam

[Day 483-487] 베트남의 맛. 먹는 걸로 시작해서 먹는 걸로 끝나는 하노이!

nomadicgirl 2014. 3. 27. 10:03


방콕 와서 갑자기 너무 좋은 숙소에서 쉬었나.

방콕에서 베트남으로 떠나는 아침, 당장 배낭 메고 공항에 가야 하는데 샤워하고 에어컨 바람을 좀 쐬었더니 아침에 갑자기 목이 안 돌아가ㅋㅋㅋㅋ

누워서 꼼짝도 못 하겠다고 생쇼를 하다가 오빠한테 침 맞고 겨우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던 웃지 못할 기억.







이곳은 베트남 하노이! 

2월 중순으로 예정된 오빠결혼식 일정에 맞춰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도시.

사실 방콕에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갈 생각도 했었는데 설연휴 직후라 방콕-인천 항공권이 너무 비싸서 하노이를 거쳐 가기로 했다.


베트남을 찾은 유일한 목적은 베트남 오리지널 쌀국수를 맛보기 위해! 


목적에 충실하게 정말 먹기만 했던 하노이에서의 4일.

원래는 하노이보다 음식이 맛있다는 중부의 훼(hue)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는데 한국 가기 전 스탑오버로 들르기엔 항공권이 애매해서

하노이만 보고 가는 김에 정말 하노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최선을 다해 다 먹어보는걸로!


그전에 베트남 커피 좀 마시고요!ㅋㅋㅋ 신기한 마음에 주문한 요거트 커피. 

베트남 특유의 연유커피만큼 달지는 않지만 커피 위에 요거트가 동동 떠있는 비주얼이나 그 맛이 참 오묘하군!








베트남의 첫인상.


커피, 수많은 오토바이, 무뚝뚝한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사람들이 길거리에 깔고 앉은 저 목욕탕 의자!

키가 딱히 작은 것도 아닌데 어쩜 저렇게 작은 의자에 쭈그려 앉아 한참이고 마시고 노는지 신기신기.







숙소에서부터 친절함과 별개로 사람들의 표정이 참 딱딱하다 생각했는데

세상 어딜 가나 그렇듯 10대 20대 언니들 표정이 제일 밝고 제일 잘 웃고 있다.

역시나 카페 앞 목욕탕 의자에 앉아 까르르 웃으면서 어린 아이처럼 커다란 풍선을 고르고 있는 모습.







커피 마시고 산책하러 나간 호안 끼엠 호수.







 흐익 근데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그렇다. 무지한 우린 몰랐던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중국만큼이나 춘절이 큰 명절이라 일주일도 넘게 계속 휴일이라는 사실을.

마침 미얀마에서 다른 여행자에게 베트남 춘절에 여행하다가 엄청 바가지 쓰고 짜증났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는데 

바가지는 둘째 치고 음식점 다 쉬면 어떡하지?







동남아 어느 나라든 중국사람도 많고 중국의 영향이 느껴졌지만 베트남에 오니 확실히 다르다.

여기저기 보이는 한자 간판에, 조명 빛도, 사람들 옷차림도 무척 중국스럽다?

뭐랄까, 주변 풍경이나 사람들 모습은 딱 80년대 스타일, 그런데 손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언발란스함?











하지만 역시 프랑스의 잔재, 바게트!







미얀마 포스팅 때 깜빡했지만 미얀마에서 길 건널 때마다 차들이 어찌나 씽씽 지나가는지 정말 무서웠더랬다.

그런데 베트남 오니 베트남이 최고-_-


도로에 차와 오토바이와 보행자가 뒤엉켜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미 이것에 익숙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리듬으로 잘 건너고 다닌다.

보행자가 먼저 건너고 있는 상황이나, 심지어 건널목에서 파란불에 건널 때도 차들이 막 지나가는건 미얀마나 베트남이나 두말할 필요 없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미얀마 운전자들은 우리 눈 똑바로 쳐다보고 완전 맑은 미소를 건네며 지나가는거고ㅋㅋ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빵빵.







확실히 명절이라 문 닫은 가게가 많았지만 그래도 길거리 음식이 워낙 많은 곳이라 어렵지 않게 문 연 쌀국수집을 하나 찾았다.

오늘은 일단 닭국물로 시작해볼까나?











그냥 무작정 들어간 곳인데 국수도 밥도 오오 마이쪄!







숙소로 돌아가다 신기해보여서 또 앉아버린 다른 가게.







이것이 바로 반 꾸온.

쌀피를 판 위에 바로 펴서 안에 고기랑 뭐 이것저것 넣고 말아 먹는 음식으로 베트남 북부에서는 쌀국수만큼이나 흔하게 먹는 음식이라는데

내 입맛엔 뭔가 흐물흐물거리는 느낌이 그닥ㅠ







반 꾸온보다 수많은 길거리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는 저 짧은 다리 테이블과 목욕탕 의자가 더 신기했던 베트남의 첫날.







먹는 것 말고는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하노이.

매일 늦잠 자고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인터넷으로 찾은 맛집 가서 점심 먹고 숙소 와서 쉬다가 또 저녁 먹으로 나가는게 우리의 할 일.







오페라 극장 쪽으로 걷다보니 프랑스풍의 건물들도 눈에 띄고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라 그런지,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는 vespa가 떡하니.







노오란 프랑스풍 오페라 하우스도 빨간색 국기로 둘러싸이니 참.







오늘의 맛집 QUAN AN NGON.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좋지만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큰 레스토랑이라 처음부터 여길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역시 우리 예상대로 동네 구멍가게 같은 작은 맛집들은 문을 안 열어서ㅠㅠㅠㅠㅠ 엄청 헤매고 헛탕치다가 결국은 이리로 왔다 흑.







맛난 사이공 맥주 하나 주문하고







엄청 헤매다 와서 허기진 배로 폭풍 주문!

일단은 베트남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분보남보! 그리고 스프링롤.







면을 고기, 채소와 잘 비벼서 소스에 찍어먹는데 꺄 맛있어!







하노이의 새우튀김 반똠.







드디어 먹는구나 오리지날 쌀국수 pho!


외국인 입맛을 고려한걸까, 베트남에서 먹어본 쌀국수 중에 여기서 먹은 국물맛이 제일 깔끔했던 것 같다. 

길거리보다 조미료맛도 훨씬 덜 하고 다른 고명 없이 약간의 레몬그라스와 파가 많이 들어간게 한국에서 먹던 쌀국수와의 큰 차이. 

아 베트남에 와서 먹으면 다르긴 다르구나. 맛나!


배가 고파서였나 제대로 먹은 첫 끼라 그런가 베트남에서 먹었던 식사 중에 가장 만족하고 감동하며 먹었던 기억.

너무 깔끔해서 약간 덜 로컬스럽긴 해도 맛은 참 좋았던 검증된 맛집. 실패하고 싶지 않다면 이리로 가시라!







걷다가 줄이 길어서 보니 아이스크림 하드를 엄청 싸게 팔던 가게. 

여기선 꽤나 유명한 듯. 우리는 하나만 맛봤는데 다른 사람들 막 몇 박스씩 사감ㅋㅋ











오늘의 간식은 바게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따끈한 바게트 안고 걷기'를 베트남에서 할 줄이야.







먹방 포스팅ㅋㅋ 저녁은 이름은 모르겠으나 현지인들이 엄청 먹던 고기 구이.







요렇게 다닥다닥 목욕탕 의자에 앉아 고기랑 채소랑 구워 소스에 찍어먹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현지인들은 불판에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기름과 버터와 함께 고기를 구워서 버터 냄새가 온동네에 진동.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고기의 맛과 양에 국수 하나에 더 도전해본다.







쌀국수에 토마토와 고기나 소라 등을 얹어 먹는 분지에우.







먹자마자 '엇 라면국물 맛이 나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머니가 우리 눈 앞에서 조미료를 봉지째 쏟아넣고 있었다 헉.

베트남에서도 쌀국수 만들 때 조미료를 엄청 넣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던 날ㅠ 확실히 많이 넣은 국물은 맛도 별로고 먹고 나서 속도 쓰려ㅠ








전날 충격 탓에 다음날 점심은 저렴한 프랑스식 비스트로로 잠깐 쉬어주고







디저트는 분지에우를 잘 한다는 집을 찾아 다시 시도해봤다ㅋㅋ







파, 토마토, 소라에 두부까지, 일단 비주얼이 어제의 그것과는 완전 다르군. 합격!







이것도 하노이 특산음식, 짜까.

국물 안에 보이는건 가물치 튀김.







잘 끓여서 안에 들어있던 튀김과 채소와 땅콩을 면이랑 섞어먹는다.







이건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쌈 종류였는데 이름이ㅠ









재료는 좀 달라도 한국서 먹던 월남쌈이랑 구성은 비슷한데 

라이스페이퍼를 말랑하게 적셔먹는게 아니라 그냥 건조하고 딱딱한 상태 그대로 먹는다는게 신기했다.







전에 몇 번이고 헛탕 쳤던 바로 그 집 PHO THIN! (친절하게 간판에 주소도 있당!)







허름한 가게 안 현지인들이 가득가득한 레알 맛집.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아직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이라도 일단 앉고 봐야하는 레알 맛집.

그래 이런게 우리가 원하던 거라고!


근데 여기 사람들 진짜 신기하게 실내고 실외고 바닥에 휴지를 막 버림.








그리고 드디어 눈 앞에 레알 하노이 쌀국수! 퍼!

고기와 면발이 보이지 않을만큼 퍽퍽 얹어준 파가 가장 큰 특징. 그 밑에 고기도 면도 엄청 많고 국물도 무지 진하다. 꺄!








옆에 사람들 먹는거 보고 빵 같은 튀김도 우리도 줘! 해서 같이 냠냠.







여긴 꼭 가야해!







며칠동안 한번도 안 둘러본 하노이 구시가지 걷기



















소화가 될 때 쯤에는 하노이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분짜 맛집 닥킴으로.

떠날 날이 다가오니 하루에 몇 끼를 먹는건지 참.







양념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짭짤한 국물과 함께 주면 면이랑 소스랑 적당히 잘 비벼먹는 분짜.

튀긴 스프링롤 넴잔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주신당.







좀 짭짤하지만 이것도 한국 사람 입맛에 참 잘 맞는 맛. 오빠가 진짜 진짜 좋아했당.

사진 보니 완전 먹고 싶네! 이거 한국에서 먹을 수 있나요???















오토바이에 테이블에 참 걷기 힘들었던 하노이의 거리.







참 고민되었던 하노이의 마지막 만찬은 처음에 갔던 QUAN AN NGON으로.

이 집에서 유명하다는 망고해산물 샐러드랑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_- 하노이 스타일 팬케잌?

이것도 쌈 종류로 저 바삭한 피에 채소와 고기를 싸먹는데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맛이었다.

안 먹어본거 먹느라 새로운 것만 주문했는데 맛은 좋았지만 퍼랑 분보남보를 한번 더 못 먹은게 아쉽네 쩝.







와, 진짜 먹는 걸로 시작해 먹는 걸로 끝나는 하노이 이야기.


생각해보면 베트남에서 먹는 분보남보나 분짜는 그야말로 신세계!였고(아 침 고여ㅠㅠㅠㅠ),

한국에도 워낙 많은 퍼(쌀국수)는 한국과 다르면서도 조미료 없는 맛을 찾으려면 제대로 된 맛집을 잘 찾아가야 할 것 같당.


그래도 맛있으니까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퍼로 마무리.


이제 김치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