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Colombia

[Day 543-546] 뜨거운 카리브! Cabo San Juan del Guía, Parque Nacional Tayrona, Santa Marta

nomadicgirl 2014. 4. 11. 00:59


뜨거운 바다가 기다리는 산타 마르타로!


비야 데 레이바에서 산타 마르타까지 가는 방법은 3가지 정도가 있었다.

가까운 마을 tunja에 가서 (1시간) 오후 3시반에 출발하는 산타 마르타 직행버스 (16-18시간)를 타거나

더 많은 버스회사가 있는 산힐로 가서 (툰하에서 4시간) 야간버스 (저녁 7시 근처, 12-13시간)를 타거나

더 멀리 가장 큰 도시 부카라망가까지 가서 (툰하에서 8시간) 야간버스 (밤 10시 근처, 8-9시간)를 타거나.


정보가 별로 없고 어떤 방법을 택해도 너무 귀찮아서 고민고민하다가 산힐로 가기로 했다.

툰하에서 가는 산타 마르타 버스는 회사가 딱 하나인데 (copetrans) 여행자들의 평이 엇갈리는데다

산힐로 가면 버스회사도 여럿에 오후에 잠깐 쉬면서 저녁도 먹고 버스를 다시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툰하에서 산힐까지는 툰하 도착하자마자 바로 있는 omega라는 회사의 버스를 잡아탔는데

퀴퀴한 냄새가 브라질 버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버스였다 흑. 비야 데 레이바 숙소 아주머니가 괜찮은 버스라고 했는데ㅠ

이거 타고 부카라망가까지 가려고 했으면 얼마나 힘들 뻔 했냐며 산힐로 가길 잘했다 위로하며 그렇게 산힐.


쉬면서 밥이나 먹을 겸 택시를 타고 (또 택시!) 센트로에 갔다.

툰하에서 4시간 왔을 뿐인데 푹푹 찌는 공기! 덥구나!


산힐(San Gil)은 레프팅이나 페러글라이딩 같은 액티비티로 유명한 관광지라 꽤 산에 있을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보고타 2640m, 비야 데 레이바 2140m에 비하면 완전 아랫 동네. 고작 1100m.


워낙 이름을 많이 들어본 동네라 관광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외국인은 우리 뿐.

보고타부터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여기 더 대놓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

동양인인 것도 특이하지만 아무래도 내 헤어스타일 때문에 더 쳐다보는 것 같다ㅠ


언니들이 예쁘기로 이름난 콜롬비아. 

진짜 고져스한 언니들이 있다는 메데진에는 안 가봐서 그렇게 예쁜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긴 생머리를 선호하는 듯. 나 같은 단발머리는 할머니들 말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늘 제대로 먹는 유일한 한 끼니까! 라며 마구 시켜서 와구와구 먹고







다시 터미널. 이제 남미에선 어디 찾아가고 표 사고 택시 타고 이런건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 같다-라고 오빠가 말했다.

안 되는 스페인어라도 이런 종류의 대화에 워낙 익숙해진데다 

택시도 딱히 흥정할 필요 없이 스페인어로 목적지 이야기하고 도착할 때 거리 보고 돈 내면 바가지 없이 알아서 거슬러 준다.


보통 사진에 보이는 brasilia나 berlinas가 평이 좋은 편인데 우린 그 중에서 brasilia.

근데 이건 도로사정이나 기사 재량에 따라 약간 복불복 느낌ㅠ


남쪽에서 산타 마르타로 가는 버스들은 대부분 산타 마르타를 거쳐 카르타헤나까지 가는데

산타 마르타 가는 승객이 적거나 중간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거나 아저씨가 귀찮으면?

산타 마르타 터미널까지 안 가고 중간에 갈라지는 마을에서 그냥 내려줘버린다-_-


열심히 버스회사 검색할 때 copetran이 그런 적 있다는 정보에 일부러 copetran 안 탔는데

이날은 우리 버스가 그따구로 이상한 데 내려주고 copretran은 거의 한 시간도 넘게 먼저 도착했다고,

우리와 함께 산타 마르타까지 가던 현지인이 마구 궁시렁대는걸 들었다ㅋㅋ


더군다나 아직 자고 있던 새벽부터 이상한 코메디 프로그램을 틀어줬는데

한 아저씨가 나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이야기하는 원맨쇼를 볼륨 최대로. 진짜 귀청 떨어져 죽을 뻔한 악몽의 시간ㅠ

옛날에 여행했던 이집트 후루가다 가는 버스 이후 근 십년 만에 최고로 시끄러웠던 기억 흑흑.


그래도 중간 마을에서 콜렉티보로 연결해줘서 어렵진 않게 도착.

콜렉티보 기사아저씨가 우리한테 돈을 받아내려 했지만 아까 버스 아저씨가 분명 돈 낼 필요없다 그랬으니 사기치지 마씨요.

8시쯤 도착한다던 산타 마르타에는 9시 반이 넘어 도착하고 호스텔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끄아 힘들어. 

끄아아아아 더워.


갑자기 하루 만에 덥기도 엄청 더워지고 주변 풍경이 엄청 달라졌다.

나무도 건물도 공기도 사람도. 


산타 마르타 중심지나 그 쪽 바다에 별 관심이 없던 우리에게 tayrona 국립공원으로 가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어 고른 호스텔 dreamer.

현지인들에겐 스페인어 발음으로 '오스딸 드리메르' 하면 다 알아듣는당.


모르고 갔는데 보고타 숙소에서 만난 한국분들 또 만나고

더 좋았던 건 호스텔 근처에 이 동네에서 제일 큰 몰이 똭.


푹푹 찌는 대낮엔 몰에 가서 후안발데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멍 때리다가 장 봐서 오는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ㅋㅋ

다음 날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마실 물에, 먹을거리 바리바리 사서 준비 완료! (국립공원 안에서 파는 음식은 비싸서)








호스텔 앞에서 조금 걸어나와 지나가는 콜렉티보 중에 tayrona 로 가는 걸 잡아타고 국립공원 입구 el zaino.

여기서 입장료를 내고 오늘의 목적지 까보 산 후안 (Cabo San Juan)까지 두 시간 정도 가벼운 하이킹을 시작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좀 비싼데ㅠ 외국인은 무려 38000페소, 한화로 2만원 정도.

그래도 아름다운 산 후안에서 하루 보내기에 크게 아까운 느낌은 없다.







트레일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5km 정도는 다시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데 (물론 걸어가도 되지만) 그게 또 2000페소라는게 함정. 

계속 가격을 올리는지 입장료나 버스비나 호스텔에서 들은 것보다 500페소씩 비쌌음 흑.


암튼 출발! 우린 arrecifes 방향으로!











트레일에 들어서자마자 정글







수북히 쌓인 낙엽더미에서 계속 샤삭- 샤샤샥- 소리가 나서 깜짝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다 도마뱀. 

도마뱀이 그렇게 이렇게 많은 것도 처음이다.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만큼 많아.







정글을 지나다 보면 눈부신 바다!

하지만 트레일 중간에 만나는 바다들은 파도가 엄청 커서 물놀이 금지.







다시 정글. 

가서 이틀동안 마실 물 5리터를 들고 가시는 중.







헉! 원숭이!


중간에 이 정글에 사는 도마뱀이나 새, 원숭이 안내 표지판이 있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갑자기 끼익 끼익 우는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원숭이 가족들! 대박.


정글엔 우리 둘 뿐인데 머리 위 나무에서 왔다갔다 하던 녀석들.

예전에 짐바브웨 빅폴 갔다가 원숭이들 있길래 친구랑 귀엽다고 다가가다가 애들이 막 이빨 드러내며 쫓아온 기억 때문에 무서웠다ㅋㅋ







타잔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은디.


사실 콜롬비아에 올 때 다른 친구가 강추했던 곳은 이 근처 ciudad perdida (lost city)라고 

마추픽추 같은, 물론 그보다 훨씬 작지만 옛날 원주민들이 살던 유적지까지 이런 정글을 따라 걷는 5일 짜리 트렉킹.

이 트렉킹을 다녀온 애들은 "콜롬비아에 간 사람은 둘로 나뉘지. ciudad perdida를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 말할만큼 멋진 경험이라는데

이렇게 끈적한 날씨에 5일 동안이라 생각하니 좀 뻐근해서 넘겼더랬다.


근데 뜨겁긴 무지 뜨겁지만 생각보다 벌레나 모기도 거의 없고 (4월 기준)

차라리 이렇게 더우면 어디라도 물이 보이면 찬물샤워라도 문제 없을 날씨라 해볼만 하지 않았을까 뒤늦은 아쉬움이ㅠ








50분 정도 걸려 중간지점 arrecifes!







여기도 캠핑이 가능하지만 잠시 앉아 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만 먹고 더 아름다운 곳을 향해 출발.

잘은 안 보이지만 사진 속 방갈로 안 쪽에 그물처럼 걸려 있는게 해먹.

텐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해먹에서 밤을 보내는 방법도 있당.







까보 산 후안까지 걷는 길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데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 바로 모래사장 길ㅠ

이글이글 타는 모래 위를 걸으려니 더워죽겠고 발은 푹푹 빠지고 오며가며 여기서 진이 다 빠져버린 듯. 끝이 안 보여!











이제 슬슬 까보 산 후안에 가까워졌는지 놀기 좋은 비치들이 보이기 시작! 꺄오!











조금만 더 오르락 내리락 걷다보면










도착!







일단 하룻밤을 보낼 텐트를 하나 잡았다! (일인당 25000페소)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2시쯤 도착했을 때 자리는 여유있는 분위기.

해먹(20000페소)에서 밤을 지새우는 낭만도 잠깐 생각해봤지만 허리는 펴고 자고 싶어서 텐트를 선택.


밤에 누워있으면 파도소리랑 바람소리만 귓가에 들려오는 바닷가 캠핑도 너무 좋았당.

막상 캠핑을 그렇게 오래 했어도 이렇게 바다 바로 앞에서 자본 건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짐 풀자마자 카메라 버려두고 물에 들어가 첨벙첨벙! 

꺅 시원해!


멕시코에서 갔던 투명한 카리브해만큼 빛깔이 투명하진 않고 물도 그 때처럼 따뜻하진 않았지만

지금의 이 더위를 식혀주기에 딱 좋았던 시원한 까보 산 후안의 바다.


무엇보다 두 시간을 걸어와야 만날 수 있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 없이 텐트나 해먹이 전부라

사람이 많지 않고 한적하게 바다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 좋다 좋아.


물에서 실컷 놀다 그늘에 자리 잡고 누워서 둘다 완전 딥슬립하고ㅋㅋ







보물 같이 숨겨진 바다가 양쪽으로 두 개.

저 바위언덕 위에 보이는 방갈로 1층엔 해먹이, 2층엔 침대가 있는데 저기가 인기가 가장 좋은 자리.







아까랑 다른 비치로 자리를 옮겨 아침 점심에 이어 세 끼 똑같은 샌드위치로 저녁ㅋㅋ

해변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다. 맥주는 미지근하면 맛이 없으니까 럼으로.

매번 마트에서 그냥 제일 싼 럼을 골라보는데 보고타에서 먹었던게 제일 맛있었음.
















바다 앞에 누워 파도소리 듣고 노래 듣고 이야기 나누고 흥얼흥얼.

바다색깔만으로는 순위권 밖이지만 이 보물섬 같은 위치와 분위기만큼은 정말 역대 최고급이다. 







아아 너무 좋아.









그렇게 해가 저물고 밤 늦게까지 주변에 불빛 하나 없는 바닷가에 누워 하늘의 별 보고 이야기 나누고.







캄캄한 밤, 더워서 방충망만 닫고 바깥문은 열어둔 채 파도소리 들으며 누워있을 땐 그렇게나 낭만적이었건만

아침 일찍부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땀에 쩔어 눈을 떠보니 요 모양ㅋㅋㅋㅋㅋㅋ







팔에 귀자국이 날만큼 잘 자는거야 머리가 무거운거야?







더워서 바람이 있는 바닷가로 나왔는데 여기도 이글거리는건 만만치 않다.







남부럽지 않은 바닷가 신혼여행 사진이라며ㅋㅋ











아아 떠나기 아쉬워ㅠ

이래저래 잠도 편치 않을 것 같고 이 날씨에 이틀 이상 먹을 거리를 싸오는건 무리일거 같아서 1박만 하고 가기로 한건데.













아쉬운 마음에 구석구석 산책하며 사진을 남기고















바위 언덕에 오르면 한 눈에 들어오는 비치.







이곳이 까보 산 후안!

정글과 아름다운 바다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곳. 콜롬비아에 간다면 머스트!







앉아서 먼 바다의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머릿 속이 하얘지는 언덕 위.

아침보다 해질녘이 더 아름다웠는데.









산 바다 정글, 에콰도르보다 훨씬 크지만 그 때 느꼈던 것만큼이나 정말 모든게 있는 알찬 나라 콜롬비아! 

우리가 대충 봐서 그렇지 커피농장에 산골 마을에 각종 엑티비티가 가능하고 이 근처 타강가 가면 다이빙도 싸고.

(디, 콜롬비아는 미국에서 항공권 싸니까 함 고려해보렴ㅋㅋ)







카리브해는 이제 막 시작이니까 아쉽지만 안녕! 하며 물에 또 한번 풍덩.







짐 정리하면서 한 장. 안에 꽤 두꺼운 매트리스도 있고 이 정도면 훌륭하다.

우린 침낭 하나 가져가서 같이 깔고 더워서 옷으로 배만 덮고 잠.

장비만 있다면 두시간 거리니 텐트랑 취사도구 가져가서 며칠씩 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가기 전에 누군가의 리뷰에서 빌리는 텐트니의 상태는 별로니까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봤는데

니네가 세렝게티에서 싸구려(사실은 싸지도 않은ㅠㅠ) 캠핑 사파리를 해봐야 상태가 별로인 텐트가 어떤건지 알지ㅋㅋ








패션종결자님과 다시 즐거운? 하이킹 시작.







사실은 너무 더워서 벌써 지쳐버림. 

살이 타들어가ㅠ 이틀 만에 새까매짐ㅠ











안녕 까보 산 후안!







돌아온 산타 마르타. 


역시나 씻고 바로 쇼핑몰로 직행ㅋㅋ 에어컨 아래서 후안 발데스 마시고

밤에는 돌아와 신기한 과일 마라꾸야를 마구 퍼먹었다. 

끝도 없이 나오는 신비의 과일 마라꾸야ㅋㅋ 아우 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