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Panama

[Day 561-564] 매일매일 다른 바다, 매일매일 다른 정글, 매일매일 다른 파나마! Isla Bastimentos, Bocas del toro

nomadicgirl 2014. 4. 30. 07:02






lost & found 호스텔에서도 아침을 팔지만 가격이 별로라 버스 타러 내려와 그 앞에 카페에서 잠시 배를 채우고 가기로 했다.


머핀에 콜라는 무슨 조합인가 싶지만

요렇게 아침부터 일찍 이동하느라 화장실이 편치 않은 날엔 커피를 마셨다가 버스에서 배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Bajareque


산 속의 안개에 쌓여있거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촉촉히 물방울이 적셔오지만 바람과 햇살 때문에 순식간에 말라서 비나 mist라 할 수 없는 자연현상,

파나마 사람들은 그걸 바하레께라 부른다.


보케테에서부터 자주 듣게 되어서 처음에는 가랑비나 호랑이 장가가는 날 내리는 비랑 비슷한 건가 생각했는데

정말 비가 내린다고 느껴지는 와중에 상쾌하게 물기가 싹 마르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날씨였다.


여긴 cloud forest라 더 우중충하고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던 와중이라 왠지 더 우울해보이지만ㅋㅋ


오늘의 목적지 bocas del toro라는 카리브 섬들로 가려면

david (다비드)에서 chanquinola (창기놀라) 가는 버스를 타고 almirante (알미란떼)에서 내리면 되는데

lost & found 호스텔 입구 쯤에서 그 버스를 중간에 잡아탈 수 있다.


보케테에서 다비드로 돌아가 버스를 잡아타면 돌기도 많이 돌고 5시간 정도로 오래 걸리다고 해서 아저씨가 추천해준 방법.

여기서 잡아타면 3시간 정도만에 도착할 수 있는데 함정은 이미 버스가 꽉 차서 오기 때문에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것ㅠ


버스는 30분 마다 한 대 지나간다길래 처음 길 가에 막 내려왔을 때 지나가던 버스를 굳이 아침 먹겠다고 보내고

그 다음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올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오더니 사람이 꽉 찼는지 마구 손을 흔드는 우리를 버려두고 쌩하니 가버렸다.


뭐, 뭐지-_-







뭐가 사람이고 뭐가 짐이여.

오늘 중에 보카스에 갈 수 있을까.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니 다행히도 앞에 지나간 봉고사이즈 버스들과 달리 버스다운 버스가 한 대 왔고 

있는 힘껏 세워달라고 난리를 쳤더니 드디어 세워줬다.


근데 자리는 없다. 서서 가고 중간에 자리 나면 앉아!

지금 그런거 가릴 때가 아니여 무조건 콜.


그렇게 3시간 서서 갈 각오로 만원버스에 올라탔는데 여기도 레이디퍼스트인지 곧 내릴 아저씨가 나한테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고맙습니다!

반면에 오빠는 구불구불 휘청휘청 달렸다 섰다를 반복하는 버스에서 꼼짝없이 서 있게 됐다ㅠ

한 시간 넘게 달려 중간에 큰 마을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내릴 때까지.


사람들 엄청 많이 내리던 이름 모를 마을에서 창 밖을 내다봤는데 그 시골 터미널의 마트 주인도 중국사람.

진짜 중국사람들 짱이다. 지금 있는 코스타리카의 슈퍼란 슈퍼는 다 중국사람이 하는 것 같다.








버스 사진은 없고 바로 보트.

앉아온 자의 여유와 반은 서서 온 자의 지친 얼굴.


버스로 3시간 쯤 달려 알미란떼에 내려 터미널에서 보트선착장까지 여행자 넷이 인당 1달러씩 내고 택시,

거리에 비해 바가지지만 같이 있던 우루과이 애가 전에 와봤는데 배낭 메고 걷기엔 좀 멀다고 같이 타자고 해서.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은 곳에 오면 바가지가 좀 있는데 파나마의 바가지는 그냥 납득할 수 있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보카스행 보트도 현지인은 5달러, 외국인은 6달러 뭐 이 정도?


참고로 다비드로 오가는 버스터미널은 좀 멀고 창기놀라와 알미란떼만 오가는 버스터미널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자 이제 바다다!


산에서 바다로, 그것도 전혀 다른 열대기후의 바다로 이동하긴 했지만 날씨 말고도 몇 시간 전과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가장 먼저 다른 건 길 가에 보이는 사람들의 피부색, 흑인의 비율이 확 높아졌다.

그리고 허름한 집들.


비가 자주 내리고 습한 열대기후보다는 내륙이나 태평양 쪽 기후가 살기 좋기 때문에 

그 쪽에 더 잘 사는 사람도 많고 인프라도 잘 되어 있고 고급관광시설들이 더 많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정말 그 전엔 볼 수 없었던 허름한 집들이 막.

날이 맑을 땐 그래도 아름다운 곳인데 도착한 날은 날씨가 흐려서 더하다.







보카스 델 토로.


보통 그냥 보카스라고 부르는 메인 섬 isla colon 외에도 여러 섬들이 있는데

메인 섬이 가장 잘 발달되어 있고 관광시설이 가장 많은 대신 좀 시끄러운 파티 분위기라고 해서 우린 isla bastimentos에 가기로 했다.

 

그 밖의 섬들은 더 조용한 대신 멀어서 이동 비용이 워낙 많이 들지만

우리가 간 바스티멘토스 섬은 보카스에서 배로 10분 정도 더 이동하면 쉽게 닿을 수 있고 배 값은 1인 3달러.







맑은 날의 isla bastimentos.

선착장 주변으로 숙소, 레스토랑, 가게, 집들이 좀 있지만 섬 안으로 들어가면 정글 그 자체, 아무것도 없다.







선착장 주변에서 가장 저렴한 호스텔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곳에 묵어보기로 한 우리.

배낭을 메고 섬 위의 언덕 정글길로 15분 걸어 올라가면








인근 카카오 농장에서 직접 카카오를 가져다가 각종 음료와 디저트류를 만들어 파는 귀여운 카페와

그 카페 주인이 운영하는 캐빈이 있다.


 





언덕 아래로는 바다가 보이는 정글 속에 숨어있는 저 나무 캐빈!








한 칸은 침실, 다른 한 칸은 부엌과 화장실.


완전히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진 이 집은 태양열만을 이용한 전기와 빗물을 이용한 샤워.

냉장고도 없고 충전도 할 수 없고 물론 와이파이는 꿈도 꿀 수 없다.


여기 있는 동안 집에서 온 카톡에 답을 못 했더니 그 며칠 간 어찌나 걱정을 많이 하셨는지.

엄마, 우리 여기에 있었어ㅋㅋㅋ







여행하며 많은 곳에 가봤지만 이렇게 자연 속에 우리 둘 뿐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더 저렴한 호스텔들을 두고 언덕 위까지 땀 흘리며 올라온 이유는 그거 하나.


아무도 없는 정글 속에서 둘다 완전 프리한 옷차림으로 밖을 마구 돌아다니고

해먹에 누워 파도소리, 바람소리, 온갖 신기한 정글의 새소리 듣던 그 자유로운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이 창 밖 풍경도!







아름다웠던 노을.

캄캄한 밤에는 반딧불이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반딧불이만 오는 건 아닌지라.

낮에 그 사랑스럽던 기분도 잊혀지고 몰려드는 벌레들 때문에 좀 힘들기는 했다.


일부러 불도 안 켜고 실루엣조차 안 보이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나누던 대화가 잠깐은 재밌기도 했지만

여행 나와 둘 다 역대 최고로 많은 벌레 자국이 훈장처럼 새겨졌던 날들.


모기 말고도 무슨 벌레들이 그리 많은지 팔 다리 뿐 아니라 배나 등까지 완전 초토화.

걸어다니면서 막 옆구리 벅벅 긁으니까 오빠가 나보고 아저씨 같다며ㅠ







벌레도 벌레지만 첫날 밤에는  비가 정말 미친듯이 쏟아졌는데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하나도 잘 수가 없었다.

이제 드디어 우기에 접어든 것인가 우울했는데 이 동네에서는 엄청 오랜만에 내린 비라 주민들은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 해가 나올거라는 주인아줌마 말에 

바다와 정글이 보이는 우리만의 부엌에서 기분을 추스리고 커피와 함께 햇님이 기다리던 아침.


무시무시한 섬 물가는 파나마 내륙의 두 배 이상이었지만 이런 부엌이 있으니 해먹는 것 또한 즐거움이었다.


그나저나 이 섬의 슈퍼 주인도 중국인,

우리가 코리아에서 왔다 하니까 자기들끼리 막 "조선이래, 조선!" 막 이러면서 남인지 북인지는 꼭 묻더라.







다행히 오후가 될수록 하늘이 맑아져 걸어서 25분 거리의 해변으로!







안 그래도 정글인데 비가 내려 진흙탕일거라고 해서 장화를 빌려신고 해변으로 향하는 길.

정글은 정글이여. 가다가 뱀도 봤다.




















짠! 이곳은 wizard beach!











파도가 세서 서핑하던 동네 청년 한 둘 말고는 사람 하나 없던 깨끗한 바다.

역시나 멕시코의 카리브를 떠올리면 그 물빛을 따라올 곳이 없지만 이곳 중미 카리브만의 분위기가 있다. 











바다에 왔으니 잠 좀 자야지?ㅋㅋ

자꾸 벌레가 날아들어 못 자겠다고 하자 오빠가 푹 자라고 모래를 덮어줬다.







자다 깨서 물놀이.

카리브해는 어딜 가나 물이 따뜻해서 놀기 딱 좋다.











파나마, 매력이 넘친다 넘쳐.







왔던 길 그대로 가면 되는데 그 새 길은 잃은 우리는 섬의 반대쪽 선착장까지 나와버렸당.


참 친절하게 인사해주던 동네 사람들.

마지막 날 배낭 메고 떠날 때는 내년에 또 보자! 하더라.








다시 밤ㅠ







오늘도 우린 벌레들과 함께 나정이 남편 찾기하다가 취침.

도마뱀은 벌레를 먹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다음날, 이번에는 섬을 벗어나 스노쿨링 투어를 가기로 했다.

사진에 보이는 섬 아래 쪽 dolphin bay에서 돌고래를 보고 coral cay에서 스노쿨링 하고 마지막으로red frog 비치에서 놀다 오는 루트!


4명 이상이면 25달러인데 워낙 사람이 없는 섬이라 동행을 못 구해 둘이서만 30달러씩.

종일 투어 치고 나쁘지 않은 가격에, 숙소를 통해 예약했지만 배를 운전해준 동네 캡틴아저씨에게 직접 지불하는 방식이라 전혀 아깝지 않았다.


보카스에서는 투어가 얼마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한 배에 열 명도 넘게 꽉꽉 채워 다니더라.







잔지바르 이후 ' 뭐, 그 때만큼 돌고래가 많이 있겠어? 안 봐도 되는데...'라는 건방진 생각을 잠시 했지만

돌핀베이 가자마자 돌고래들이 마구마구 점핑! 스핀!


그 때처럼 많은 돌고래가 떼 지어 다니진 않았지만 두 마리가 꼭 붙어 함께 헤엄치고 마주 보며 점프하는 귀여운 모습에

나는 또 으아아아. 꺅꺅. 


봐도봐도 신기한 동물의 세계다 정말.







coral cay의 스노쿨링 사진은 없지만 정말 맑은 바다 아래 형형색색의 산호초들.

신기한 물고기가 많았던 건 아닌데, 산호초의 다양함과 아름다운 색깔은 홍해 이후 최고로 아름다웠던 바다였다.


문제는 우리의 저질 체력.

조류가 좀 세긴 했지만 이제 물에서 놀면 너무 금방 지쳐서 둘다 헉헉.

이 동네 다이빙도 좋다는데 다이빙은 생각도 못 하겠다ㅋㅋ












물에서 논다고 아이폰만 들고 나가서 사진은 요모양이지만 저것은! 저것은!

바로 나무늘보!







몰랐는데 중미에는 이 나무늘보들의 서식지가 많다.

코스타리카에서도 어딜 가나 사람들 나무늘보 보겠다고 난린데 우린 보카스에서 이렇게나 쉽게 봤넹.


나무 높은 곳에 매달려 느릿느릿 움직이거나 잠을 자던 나무늘보들. 

이 날 못해도 5-6마리는 본 것 같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찌나 귀여운지

나뭇가지에 빨래처럼 매달려서 자다가 무슨 소리가 나면 처어어언처어어언히 스윽 보고 다시 잔다.








마지막으로 red frog beach.


여긴 어제 wizard beach 바로 옆인데도 사설 리조트도 많고 비치 입장료도 3달러씩이나 받는다.

그래도 wizard보다 사람이 많은데 배로 접근하기도 편하고 해변이 길고 넓고 파도는 더 약해서 확실히 놀기는 더 좋은 바다였다.


우리는 또 눕자마자 딥슬립. 

해변에 도착했을 때 그나마 좀 흐려져서 다행이었다. 둘다 선크림 하나 안 바르고 얼마나 오래 잤는지.

뜨끈한 모래 위에서는 잠이 쏟아진단 말이지.











red frog beach의 이름이 빨간 개구리인 이유는 빨간 개구리가 많아서!







얘기만 들었을 땐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손에 올려놓으니 요렇게나 귀엽당 으아.

우리 방 앞에도 종종 놀러오던 빨간 개구리 노란 개구리.








기대도 안 했던 동물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물 속에 사는 작은 악어도 봤다!)

숲 속에는 그림 같은 색깔의 꽃들이 피어있고.







신나게 놀고 들어와 싱싱한 카카오 열매로 만든 초콜렛 음료랑 브라우니도 맛 보고.











그렇게 하루가 또 가고 벌써 섬을 떠날 시간이 왔다.







아름다운 바다에, 거친 정글에, 기대도 못했던 동물 친구들까지 잔뜩 만나고 떠나는 보카스 델 토로.


보카스 떠날 때는 코스타리카 와서도 계속 바다 볼 거니까! 하고 미련없이 떠났는데

막상 코스타리카 와보니 파나마가 더 좋았던 것 같다ㅠ 더 싸고ㅠ


괜히 이제와 산블라스 안 간 것도 더 아쉬워지고 보카스에도 더 있을 걸 그랬나 싶네 큭.















배를 타고 보카스 섬으로 가서 다시 알미란떼, 거기서 sixaola라는 국경마을, 국경을 넘고 코스타리카까지 이동하는 날.

크리스 아저씨가 보케테로 다시 오라고 했는데 다시 돌아가면 이 여행이 끝나버릴 것만 같아 코스타리카로 향한다 흑.


이미 우리의 심신은 지친 지 오래. 그래도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뭔지, 스스로도 궁금해 질 때가 있다.

끝없는 호기심?











안녕 bastimentos!























여행해본 곳은 가장 기대와 달랐던 나라가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파나마.

파나마에서는 매일매일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만큼 기대치가 낮기도 했지만 알려진 바보다 훨씬 다채로운 사람과 문화와 자연이 있는 나라.

칼데라에 두고 온 우리집 때문에 언젠가 꼭 다시 가게 될 것 같은 나라.


파나마, 어디까지 가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