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이 121314/US road trip

[Day 601-614] Contigo aqui, Hawaii (Oahu, Kauai).

nomadicgirl 2014. 6. 25. 23:44



산크리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야간버스 이동 후 오후 비행기로 미국 피닉스까지.


미국은 늘 그렇듯 '경유지'의 느낌이다 보니 미국으로 향하기 전 멕시코에서의 모든 것들이 여행의 마지막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도시, 마지막 장거리 이동, 마지막 야간버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뭔가 센치해지고 감성적인 그 기분을 붙잡고 싶어지지만 

역시나 상황은 그렇게 감성에 젖게 내버려두지 않지.


여행 내내 우리가 뼈저리게 얻은 교훈- 세상 일 맘대로 되는 건 없다. 


시티에 예정대로 도착했으면 여유있게 아점 먹고 공항에 가려고 생각했지만 

무지막지한 도로정체로 예상보다 3-4시간이나 늦게 시티에 도착했다.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 스릴이라 생각하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향했던 길.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행기를 놓친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게.






이렇게 쫄쫄 굶고 배고프고 비몽사몽 힘들 때 (특히 공항노숙 뒤!) 공항라운지는 정말 고마운 존재. pp카드 본전은 다 뽑은 것 같당.

멕시코라고 라운지에 나쵸랑 구아카몰레.







생일 이틀 지나 도착한 미국 이모집에선 따뜻한 밥상과 어여쁜 생일 케잌으로 우릴 반겨주셨다.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 삼개국어로 축하 받은 여행 나와 두번째 생일.


작년에도 남미 마치고 와서 넘넘 잘 쉬었던 이모집은 아무리 즐거워도 몸이 지치기 마련인 여행의 꿀 같은 휴식처다.

여기만 오면 정말 대박 꿀잠 대박 딥슬립.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며칠 만에 오빠는 또 포동포동ㅋㅋㅋㅋㅋㅋ


이 티셔츠 작년에 왔을 때 이모가 주신건데 원래 선명한 초록색이었던 옷이 요모양, 체리픽킹 작업복으로 입고 구멍까지 뽕뽕.

이 옷만 입고 있음 영 안 되어 보이는지 티셔츠 하나 줄까? 하시지만 나름 장기여행자 패션의 필수아이템이랍니다.


여행하며 머리를 한 번 쭉 길러봤어도 좋을 것 같은데 

우주 최강의 머리숱을 자랑하는 오빤 머리가 길면 묶이는 길이가 되기도 전부터 어쩌질 못해 자르고 말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좀 아쉽다 쩝.







시원한 산크리에 있다가 애리조나에 오니 안 그래도 더운 애리조나인데 6월 초부터 몇 십년 만에 이례적인 더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멋진 하늘이 있고 오빤 니카라과의 '지독한' 더위 이후로 웬만한 더위는 아무렇지도 않다 한다.







이모집 너무 좋아서 비행기 미루고 더 있고 싶었는데 너무 저렴한 항공권이라 변경수수료가 말도 안 되게 비싸 포기ㅠ


이제 하와이행 비행기가 출발하는 엘에이까지 달려달려! 

미국에서 우리 랜드크루저 김치 없이 렌트카로 달리는 이 길이 어색할 뿐이지만ㅠ











과자 천국







이제 네비 따위 필요도 없이 쌩쌩 달려 캘리포니아.







중간에 아울렛 들러 가볍게 쇼핑하고 엘에이 삼촌집에 오니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모, 삼촌 감사합니다!

미국 안녕! 


아, 아니지 하와이도 미국이잖아.







삼촌집에서 하루 자고 아침 일찍 나와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여행 끝나간다고 하나 둘 담고 가족들 선물 사고

한국에 계신 이모한테 가방도 전달해드리기로 해서 겸사겸사 

피닉스부터 하나 더 늘어난 가방. 







이제 갑니다, 호놀룰루! 룰루! 룰루!







저렴한 항공권 찾다가 어떻게 경유지로 얻어걸린 하와이였지만 우리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바로 이 친구! 

우리의 친구 폴카!


작년 3월 아르헨티카 엘 칼라파테, 엘 찰튼에서 연달아 만나 친구가 되고

9월엔 독일에 있는 폴카 부모님집 찾아가 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번에는 폴카가 살고 있는 하와이까지 왔다.


독일인이지만 독일은 재미 없다며 하와이에 살고 있는 폴카.


지난 봄, 폴카에게 연락해서 우리 하와이 갈지도 몰라! 했더니 

"뭐? 니네 아직도 여행 중이야? 크레이지 으하하하. 근데 내가 하와이에 있을지 독일에 있을지 모르겠어, 올 때 연락줘!" 했는데

하와이 가기 일주일 전쯤 연락했더니 깜깜무소식.


에잉 어떡하지, 호텔은 꿈도 못 꾸겠고 안 되면 그냥 가서 텐트 사서 캠핑을 할까 하고 있었는데

여자친구랑 미국 본토에 아마추어 하키대회에 출전하느라 한동안 인터넷을 못 했다는 폴카는 하와이에 가기 하루 전에 답을 줬다. 오라고ㅋㅋ


하루 전에 연락이 닿았는데 고맙게도 공항까지 픽업 나오고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좁은 집에 우릴 기꺼이 초대해주고

우리보다 미리 와서 지내고 있던 또다른 친구와 함께 우린 그렇게 폴카네 부엌에 매트리스를 깔고 일주일 넘는 시간을 보냈다.



멕시코에서 만났던 다른 여행자가 하와이에 간다고 했더니 그랬다. 

"우와 좋겠다, 호텔 가시겠네요?"


다들 하와이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겠지만 우리의 하와이는 이런 모습. 

집 앞에서 쑥쑥 자라는 바나나 나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서핑보드, 그 위를 뛰어노는 닭들, 오밤중에 서핑하러 나가는 재밌는 친구들,

야자수는 커녕 하늘도 겨우 볼 수 있는 반지하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매일 밤 보드게임과 총싸움으로 승부욕을 불 태운 우리의 하와이.


관광지로서 하와이에 대해서만큼이나 사람들이 종종 편견을 갖는 건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폴카는 여행을 하며 만난 수많은 여행자들 중에서도 좀 특이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까지 와서 남들 다 꼭 가보는 모레노 빙하는 안중에도 없고 클라이밍만 하고

술 담배 커피는 살면서 단 한번도 입에 대어본 적조차 없다 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맨날 둘쎄데레체(캬라멜 같은 거)만 먹고ㅋㅋ

여행하며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다 해결한다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남미에 있다 유럽에 있다 아프리카에 있다 동남아에 있다 왔다갔다.

(폴카 말로는 미국은 신용카드사에서 마일리지를 꽤나 쉽게 줘서 한때는 카드만 한 30개 정도 만들어서 마일리지를 다 모았단다ㅋㅋㅋ)

이런 폴카는 우리가 여행한 것 만큼이나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지구 곳곳을 여행해온 친구지만 여행하는 데에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하와이에서도 여자친구와 비좁은 반지하 집에, 당장이라도 퍼질 것 같은 고물자동차.

하지만 일 끝나고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바다로 산으로 나가 좋아하는 액티비티를 하며 즐기는 인생.


아아 이 친구 정말 누구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즐길 줄 아는 친구구나, 새삼 다시 한번 느꼈다.

지금쯤 월드컵 보며 신나 있을 폴카 얼굴이 눈에 선하다 선해ㅋㅋ







하와이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지만 지역주민 폴카가 좋은 곳들을 콕콕 집어주니 고민할 게 별로 없었다.


도착한 날은 폴카네 커플이랑 섬의 높은 곳에 올라 야경 보며 바람 맞으며 저녁을 먹고 둘째 날부터는 여유롭게 노스쇼어- 북쪽 해변 드라이브.

숙박비를 아껴도 비싼 물가 때문에 이래저래 후덜덜한 하와이였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섬을 구석구석 보려면 렌트카를 추천.


그나저나 폴카네 커플이랑 올라갔던 언덕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컬만 아는 비밀장소였다는데 지금은 일본인 관광객이 우글우글.

일본인이 어찌나 많은지, 폴카네는 지역주민 입장에서 그렇게 단체버스 타고 몰려 다니는 관광객들을 참 싫어했다.

어디가서 일본인이 이렇게 홀대 받는거 처음 봄ㅋㅋ


아 물론 이건 단체로 몰려 다니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시선일 뿐이다.

하와이는 미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백인보다 원주민과 아시아 사람이 많은 동네.

세상 어딜 가도 가게나 레스토랑에 가면 주인이나 돈 받는 건 백인, 나머지 서빙이나 설거지 같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하지만 하와이만큼은 예외였다.

가장 구석에서 테이블 닦고 설거지 하는 사람들이 백인, 마트에 가보면 여자들만큼이나 많았던 다인종의 남자 캐셔들.

짧은 여행자의 경험이지만 확실히 다른 어느 곳보다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격차가 적어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섬 자체에 거주하는 동양인이워낙 많아서 다양한 아시안 요리나 일식집들이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음식이 기름지고 입에 잘 안 맞았던 하와이.

그나마 제일 맛있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Maui Mike’s Fire-Roasted Chicken









핫도그 안에 로스트 치킨이랑 베이컨이랑 체다치즈가 막. 막.


우리가 여행한 나라들은 어딜 가도 한국보다 물가 비싼 나라가 없었는데 하와이가 딱 한국 수준의 물가였다.
대신 비슷한 값을 내고 두 배의 양을 받는다는게 아주 다르지만.








간단히 요기하고 달려서 







하와이에서 한번쯤은 먹어봐야 할 것 같은 쉬림프 트럭.

생각보다 평범하고 뭔가 오랜만에 음식에 장난친 맛이랄까.

이거 먹고 난 다음부터 소화 안 되고 힘들어지기 시작 흑흑.


여행하면서 음식에 장난친다는 느낌 받은 나라는 베트남 중국 한국 밖에 없었다. 요 트럭주인 중국사람ㅠ











다시 달려 오아후 섬의 북쪽 끝! 

와오 하와이 바다가 이렇게 투명할 줄이야!







낮잠 타임?







유명한 해안가는 관광객들이 득실득실하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사람 없는 조용한 바다들이 나타난다.













폴카가 알려준대로 일반 관광객들은 들어가지 않을 작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더 조용한 바다.











다 좋은데 물이 너무 차서 추위 타는 나 같은 사람은 물에서 오래 놀기 힘들다는 게 함정.

춥다고 가만히 못 있고 계속 뛰고 움직이고 물장구 치는 중.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와이에 와서 따땃한 카리브해를 그리워하고 있다ㅠ







섬의 북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다시 호놀룰루까지.

동쪽은 원래 흐릴 때가 많다고 하는데 어김없이 구름이 걸려 있었다.

반짝이는 바다색은 구경 못 해도 화산섬의 아름다운 산세가 이어지던 길.







무슨 전망대가 있어서 올라가보니 바람이 장난 아니넹.



















큰 시차보다 3-5시간 차이의 애매한 시차가 생각보다 더 피곤한데 역시나 엘에이 쪽에서 넘어오니 오후부터 피로가 밀려온다.

와이키키 와서 저녁으로 우동 한 그릇 먹고 바다구경은 하지도 않고 전혀 와이키키스럽지 않은 폴카집으로 돌아가 취침.







다음날은 hanauma bay







오아후섬에서 워낙 잘 알려진 스노쿨링 스팟. 

그만큼 오아후섬에서 가장 관광객들이 바글거리는 장소.


폴카한테 더 조용한 스노쿨링 장소 없냐고 물었더니 하와이 바다는 조류가 심해서 복잡하긴 해도 이런 데가 가장 안전하다며 

사람 없는 게 좋으면 해가 막 뜨는 새벽에 가라고! 그 때 가면 입장료도 안 낼 수 있다고! 했지만 

도저히 그 시간엔 일어날 수가 없어서 그냥 느즈막히 갔더니 역시나 사람이 무지하게 많았다. 


주차대란...미국에서 이런 주차대란은 첨이야 헐.

하지만 보이는 것만큼이나 바다는 아름다워서 놀기는 좋다. 







근데 역시나 물이 너무 차가워서 거금을 들여 입장료도 내고 스노쿨링 장비도 다 빌려놓고 물에서는 잠깐, 나와서 또 낮잠 쿨쿨.

어우 하와이 와서 왜 이렇게 피곤한거야ㅋㅋㅋ







하나우마 베이 나와서는 어제 못 다본 섬의 동남쪽 드라이브







캬 저 비치







시원한 파도소리 들으며 달리다 보면 어느덧 이렇게 잔잔한 에머랄드 빛 바다.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바다가 아름다웠던 하와이에 매력은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오늘도 폴카 덕분에 우리 취향에 딱 맞는 조용한 바다에서 한가로운 오후.


아주 가끔 여기 와서 드레스 입고 웨딩촬영하는 일본인 중국인들만 빼면 거의 현지인들만 놀러 나오는 그런 해변이었다.

이 날은 누군가의 생일이었는지 아이들이 생일을 축하하며 바다에서 뛰어노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

햇살 좋은 섬에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랄까. 퇴근 후에 바다에 가서 풍덩! 할 수 있는 그런 여유!

그러려면 하와이보다 물이 따뜻해야 하는데 역시 나에겐 카리브인가. 아니면 그리운 플로리빠? 








이번에는 오아후 말고 하와이의 또다른 섬, kauai로!







카우아이에 거지 둘 납시오!







카우아이로 갈까 마우이로 갈까 고민을 했는데 폴카가 처음이면 카우아이를 추천한다는 말에 카우아이.

바다만큼이나 멋진 캐년이 있는 섬이다.















하일라이트는 요기!







아름다운 산과 나무와 푸른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다와 구름과 하늘의 경계가 희미한 꿈 같은 풍경!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빛, 

앉아서 바라보고 있으면 눈 앞에 두고도 그림 같은 그런 풍경이었다.

















오늘도 행복한 거지들











캐년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인적 드문 산길로 들어가 뜬금없이 나무를 주워담기 시작한 우리.







이번엔 인적 드문 비포장도로.








짠! 오늘의 스위트홈!







하와이에 오기 전 폴카와 연락이 안 되면서부터 캠핑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여행지라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캠핑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우리 두 사람이 가장 즐겁게 이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 같았다고나 할까.

이제 지칠대로 지쳐서 깨끗하고 뜨거운 물 콸콸 나오는 리조트가 부럽기도 하지만...그건 재미가 없잖아!


오기 전에 대충 찾아보니 하와이는 캠핑하려면 사전에 퍼밋을 미리 받아야 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폴카에게 물어보면 "응? 그런거 필요없어! 내가 알려주는 데 가면 되니까 일단 그냥 와!"ㅋㅋㅋ


유럽에서도 언제나 와일드캠핑을 추천해주던 폴카였다.

"너네한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경찰이 와서 텐트 접으라고 하는 거, 그 뿐이야. 

그럼 그냥 텐트를 접든지, 아니면 그냥 영어 독일어 못 하는 척 버텨봐 큭큭큭"


그렇게 텐트까지 빌려준 폴카가 소개해준 장소!

퍼밋 없이 캠핑을 할 수 있는, 사실은 캠핑장이 아니지만 캠핑하기 너무 훌륭한, 그래서 동네 주민들은 주말이면 나와서 캠핑을 하는 곳!







직접 와보니 정말 바다 앞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캠핑 스팟.







필요한 건 오직 너와 나, 

그리고 고기ㅋㅋㅋㅋㅋ







모래를 파고, 아까 주워온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미리 공항 근처 코스트코에서 사온 두툼한 고기를 불 위에 투척!











채소도 좀 굽고







모래밭에 철퍼덕 앉아서







아-


크아아아 불이 좋으니 고기맛이 다르구나.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 먹은 소고기 이후 최고의 맛이었다. 대박.











밤이 되니 시원해진 모래밭.

나무를 어찌나 많이 주워왔는지 잠들 때까지 모닥불 실컷 피워놓고 마지막 캠핑을 원 없이 즐겼다.


최고의 바다 캠핑, 최고의 스테이크, 최고의 밤하늘.

나에겐 최고인 너.


사실 카우아이 오던 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자꾸 배가 아팠는데

맛있다고 마구 먹었더니 완전 탈이 나서 밤새 텐트를 들락날락ㅠ


피곤했던 오빤 들락날락 텐트 여닫는 소리도 모르고 쿨쿨 자고 혼자 무서워하며 텐트 밖으로 나갔는데

그 때 눈 앞에 펼쳐져 있던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밤바다.

손에 닿을 듯이 커다란 보름달과 바다 위에 비친 달빛, 쏟아지던 하늘의 별들, 파도소리, 

그리고 내 뱃속의 파도소리 흑흑ㅠ








손에 꼽을만큼 좋았던 캠핑이라 (거기다 공짜!) 같은 곳에서 3박을 하고 싶었지만

탈이 나서 밤새 쏟아내고 컨디션 악화로 결국 나머지 2박은 들어가 자기로 했다ㅠ







카우아이에서의 둘째날은 숙소에 시체처럼 누워 시간을 보내고 셋째날 되어서야 겨우 기어나옴.







그 와중에 여기서 먹어볼 수 있는 건 먹고 가야겠다며 피쉬 타코.


비키니 사진 한 장 없이도 바다에서 얼마나 놀았는지 온 몸으로 말해주는 나의 피부.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누가 봐도 여행을 오래 했거나 한국사람이 아닐 것으로 오해함ㅋㅋ







그릴에 미디움으로 구운 생선이 또르띠야 위에 척 하니 얹어진 타코였는데

와우 깐꾼에서 먹었던 피쉬 타코보다 훨씬 더 맛있다, 이럴수가.







하와이 어딜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poke.


회덮밥에 올라가는 회처럼 잘게 썰어놓은 회를 다른 채소나 소스와 버무려 먹는데 밥이랑 같이 먹으면 우리 입맛에 딱이당.

식료품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poke나 아시아풍의 이런 반찬들을 많이 팔고 있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한 끼 해결하기 좋음.







이 모든 것은 맥주와 함께!







어우 귀찮지만 먹기만 할 수 없으니 폭포나 보러 갈까?


(아, 카우아이의 노스쇼어도 아름답고 놀기 좋은 해변과 트레일들이 많은데 우리가 갔을 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원래 그 쪽은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라고 하는데 암튼 억수로 쏟아져서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옴)































렌트카는 늘 가장 저렴한 컴펙트급에서 랜덤. 쉐보레 연비 구려ㅠ









하와이에선 길가에 제일 많은 게 닭.











그리운 하늘.








카우아이에서 3일을 보내고 다시 오아후로 돌아가는 날.

비행기 연착으로 항공사에서 나눠준 스낵.


우리야 시간 많으니까 초큼 짜증나고 말지만 

짧은 일정으로 하와이에 다녀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연착되어서 하루 날리면 속 많이 상하겠다 싶을만큼 연착.








겨우겨우 비행기 타고 오아후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망가진 오빠의 쪼리. 

맨발로 운전ㅋㅋㅋ







나름 마지막 렌트카는 비틀이었는데!







역시 제일 저렴한 컴펙트형을 신청했지만 다른 차가 없다며 같은 가격에 비틀을 내어줌. 럭키!







돌아온 오아후에서는 그냥 좋았던 바다에 또 가고 쇼핑 좀 하고- 그래서 사진이 없네.










마지막날 와이키키의 일몰.















엄청 먼 바다에서부터 엄청 오랫동안 탈 수 있는 와이키키의 파도, 괜히 서퍼들이 하와이를 찾는게 아니구나.

다시 배워서 돌아올테당.








정말 마지막 밤이라니 믿을 수 없어!
















사실 마지막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늘 그래왔듯이 오늘도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면 될 뿐.


그래서 우린 졸려 쓰러지기 직전까지 폴카 커플과 보드게임을 했나ㅋㅋ







화려하지 않은 하와이가 그랬듯 '어디'에 있느냐 보다는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가 매일 매일을 다르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가 이 여행에 쉼표를 찍고 돌아가지만 어디로 돌아가느냐 보다 함께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겠지.







때때로 길 위에서의 하루가 무척이나 길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짧게만 느껴지는 지난 20개월.


지금은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다.

아름다운 자연, 맑은 공기, 좋은 소리, 좋은 향기, 

곁에 있어준 당신, 응원해준 당신, 튼튼한 나의 두 다리.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도.

떠나지 않아도 저마다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웃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


남들이 뭐라 하든 다시 꿈을 꿀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