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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Cuba

[Day 70-71] 쿠바도 투명한 카리브해! 플라야 라르가 (Playa Larga)






씨엔푸에고스의 까사에서도 매우 찜찜했던 숙박비 계산을 마치고 (처음과 말이 항상 달라짐-_-) 터미널로 향하던 아침,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와오! 이 나라 사람들 왜 이렇게 멋지니!

월요일 아침을 열어주는 프라도 한복판 오케스트라!


까사주인들 말고 이런 사람들 옆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말이지!







오른쪽에 보이는 할아버지는 저렇게 입에 시가를 딱 물고 유연한 허리의 움직임으로 지치지 않는 댄스를 보여주셨다.







자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지!







안녕, 잘 있어라!







트리니다드의 가슴 아픈 기억 때문에 씨엔푸에고스 와서는 전날 미리 터미널에 와서 버스 시간을 묻고 버스표를 사두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미리 표를 팔지 않는다며-_- 그냥 당일에 와서 사라고 했다.


근데 당일 버스 시간도 뭔가 정확하지가 않고 "대충 몇 시 근처에 오면 돼" 이런 식.

혹시나 해서 일찍 왔는데 굳게 잠겨있던 비아술 오피스.







초조하게 사무실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기다렸는데

한참 후에 버스가 도착하니 그제서야 사무실 문이 열리고 

뭔가 시간이 매우 없다는 듯 허겁지겁 표를 주고 우릴 허겁지겁 버스에 올려보냈다-_-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플라야 라르가(playa larga)






말 나온 김에 지도에서 쿠바 루트를 보자면

아바나에서 시작 - 서쪽 비냘레스를 잠깐 찍고 - 중남부 트리니다드 - 그 옆에 씨엔푸에고스 - 플라야 라르가 - 북쪽으로 바라데로 - 다시 아바나


이렇게 다녔답니당.


원래는 시간이 넉넉해서 동남쪽 끝 살사의 본고장이라는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다녀올까 했지만 너무 멀어서 패스.

그래서 시간이 남아돌았나ㅠ







지도상 거리로는 씨엔푸에고스에서 그리 멀진 않은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인지 버스 안에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다.

 플라야 라르가에는 버스터미널도 따로 없어서 미리 기사한테 잘 이야기 해둬야 길에 잘? 내려주고 버스 탈 때도 길에서 알아서 잡아타야 함ㅠ


그래도 모처럼 해안선을 따라 좋은 경치 보며 달려 도착! 


인적 드문 동네에서 제일 먼저 만난 건 저 기념비였다.


플라야 라르가가 위치한 쏙 들어간 만은 bay of pigs 라고 1961년에 미국이 쿠바를 침공했던 바로 그 유명한 해안이다.

당시 주요침공지점이었던 해안의 이름은 playa giron(히론)이었는데 결과는 미국의 참패. 

그래서 히론의 승리를 기리는 기념비인가보다.







바닷가 마을이라 까사에 짐 풀고 나오면 바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을 줄 알았더니 이 동네 바다는 누렇다 못해 붉은 빛이었다 헐.

대신 조금 걸어나가면 놀기 좋은 넓은 해변이 있다고 하니 가보자구!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마을.


잔디밭 한가운데서 혼자 볼 일 보는 강아지가 신기해서 찍었던 것 같은데 유독 쿠바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했던 것 같다.

노골적으로? 일을 보고 있는 개들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비둘기를 잡아먹는 고양이, 엄청 큰 신음소리를 내며 짝찟기를 하는 개들까지.


난 동물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키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 낯선 풍경들이 때로는 민망하고 불편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동물적 본능에 가장 가까운 행위들인데, 그런 동물적 본능을 불편해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참 많이 되짚어보게 하는 쿠바.







오늘도 뜨겁고 그런 우릴 위로해주는 건 쿠바 사이다 뿐이구나!







꺄 드디어 바다다!







여기가 진짜 플라야 라르가!















요기는 호텔도 있고 투어셔틀버스도 있나보당.







지금은 여기야.

내일은 cueva de la peces와 punta perdiz 사이 어딘가에서 다이빙을 할 예정!











해변에서 노닥거리다 까사에 돌아오니 이런 진수성찬이?!


사실 까사에서 밥 먹으라고 강요하는 까사는 여기가 단연 최고였다.


도착하는 순간 아침과 저녁 포함 숙박비를 패키지 가격인냥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괜찮아 안 먹을래"라고 말하는 순간 썩어버리던 주인의 표정.

아니 우리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을 앞에 두고 한순간에 표정이 싹 바뀔 수 있지. 사람이 때가 덜 타면 그럴 수도 있나.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고 잠시 후 다시 찾아와 방문을 두들기고 "좀 깎아주면 먹을래?" 하기를 수차례.

방 노크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려버릴 듯한 지경에 이르러 가격을 낮춰 결국 까사에서 먹기로 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밖에 나가보니 이 동네는 밖에서 사먹을 곳이 전혀 없는 곳인데다

결과적으로 밥도 푸짐하게 잘 나와서 나쁘진 않았지만.







까사주인의 그런 노력 덕분인지 인적 드문 마을에서도 여행자가 여럿 있었던 까사였던지라 다음날은 다함께 다이빙을 가기로 했다.

주인 올드카에 독일친구들 네덜란드친구들까지 여섯명쯤 탔나. 나랑 오빤 앞자리에 같이ㅋㅋ







다이빙! 우리가 플라야 라르가에 온 이유!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


그만큼 여기저기 다이빙이나 스노쿨링하기 좋은 스팟이 있지만

쿠바에서 다이빙을 해보기로 한건 무엇보다 가격 때문이었다.


산소 투탱크에 단돈 25불! 로 협상하고 탱크 하나만 하고 끝나긴 했지만...그래도 엄청 싸니까!







여기가 다이빙 스팟!

쿠바에도 이렇게 투명한 바다가 있었다니!







다이빙 중엔 사진이 없지만 미국과의 전투 때문인지 바닷속 깊숙히 보물상자가 있을 것만 같은 오래된 난파선 주변을 구경했는데 색다른 재미였다!


당시에 우린 코수멜에서 오픈워터를 따고 처음으로 한 다이빙이 이곳 쿠바에서였는데,

멕시코에서 완전 푸근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던 산토스 아저씨와 달리 

매우 까칠한 인스트럭터가 나한테 자세 이상하다고 자꾸 핀잔을 줘서 산토스 아저씨가 너무 그리웠다 엉엉.







다이빙이 끝난 뒤에는 모두들 스노쿨링 삼매경











잘 왔네 잘 왔어. 지루했던 쿠바병과는 바이바이?

그럴리가.















바다에서 길 건너편 숲으로 들어가면







멕시코 세노떼 같은 공간이 숨어있기도!







실컷 놀고 까사에 돌아왔더니 우리 침낭을 이렇게 앙증맞게 말아놓으셨다.

여기 이불 찜찜해서 안 쓴건데 허허.


내가 느끼기엔 불필요한 서비스인데 많은 까사주인들이 이런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아침이나 저녁 줄 때도 마치 최고급 레스토랑처럼 깍듯한 서빙.








그리운 풍경ㅠ











아침부터 다이빙을 하고 왔더니 방에 와서 씻고 나서도 여전히 뜨거운 대낮이라 다시 바다에 나왔다.







그늘에 앉아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며 맥주만 벌컥벌컥.


기분 좋게 다이빙을 하고 왔는데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보니 뭔가 쿠바에서 힘들었던 이야기가 다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지금은 하도 오래 전이라 무슨 얘길 나눴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얘기하다 분위기가 싸해졌던 기억만 남음ㅋㅋㅋㅋㅋ







기억 나니?







군것질거리가 없던 쿠바라 올 때 비행기에서 받은 과자를 아끼고 또 아껴서 쿠바 나갈 때까지 먹었지.

이 과자 내가 참 좋아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