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드디어 마지막날, 모두가 기다려온 마추픽추를 보러가는 날이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잉카트레일의 마지막 게이트는 오전 5시 30분이 되어야 열리는데 모든 그룹이 새벽 4시부터 나와 줄을 선다. 먼저 가려고!
우리도 새벽 3시 기상, 아침인지 야참인지 알 수 없는 팬케잌을 먹고 4시에 나와 줄을 서니 두세번째 정도로 꽤 앞쪽이었다.
5시 반이 되어 담당자가 나와 문을 여니 모두들 박수와 환호성ㅋㅋ
다시 한번 티켓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트레일에 들어서니 이게 웬일, 매번 우리보다 느려서 뒤쳐지던 카린 아줌마가 믿을 수 없는 빛의 속도로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앞에서 걷는 그룹도, 우리 뒤에서 따라오는 그룹도 마찬가지.
다들 그렇게 마추픽추가 보고 싶은가? 하면서 우리도 엄청 열심히 걸었다.
멈춰서서 사진 찍을 아주 잠깐의 여유도 없이 이렇게ㅋㅋㅋ
새벽에 한시간 반을 덜덜 떨며 기다리느라 옷을 엄청 껴입고 있었는데 앞뒤로 하도 무섭게 걸어서 벗을 엄두도 못 내다가
어쩌다보니 우리가 제일 앞이 되고 뒤에 사람도 안 보이고 땀도 너무 나서 잠깐 멈춰 옷을 벗고 있자니
빛의 속도로 사람들이 휘리릭 지나갔다ㅋㅋㅋ 우리가 다시 끼여들 틈도 없이 따닥따닥 붙어서ㅋㅋㅋ
네 발로 기어올라가야 하는 그링고킬러 계단도 (여기선 서양인을 '그링고, 그링가'라고 부른다) 순식간에 올라가고
다들 일사불란하게 걷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ㅋㅋㅋ
두 시간 조금 안 되게 걸었을까, 오전 7시쯤 우리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마추픽추!
사진으로 보니 감동이 잘 전해지지 않지만ㅠ 그리고 아직은 멀어서 작게 보이고 한동안 더 걸어야 했지만
진짜 마추픽추 안에 들어섰을 때보다 이 때와 감동이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마추픽추라서라기보다 4일동안 걸어온 길의 끝에 도착했다는 성취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3박 4일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
사실 같은 그룹이 아니면 이야기 해볼 기회도 많지 않았고 트레일에 사람이 북적거리면 왠지 좀더 조용한 길을 걷고 싶기도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동안 못 느껴온 동질감 같은걸 느꼈던 것 같다ㅋㅋ
(마추픽추를 보고 쿠스코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전 온천에 갔더니 잉카트레일을 한 사람들만 가득했다. 다들 다리가 너무 쑤셔서ㅋㅋ)
마추픽추 아래로 보이는 지그재그 흉한? 산길은 버스가 다니는 길 (버스비도 엄청 비싸다. 25분 정도 편도에 9.5달러 이건 학생할인도 외국인은 안 해준다)
마추픽추를 감싸고 올라오는 구름
코카잎 위에 돌을 올려 걸어온 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곳
비는 좀 많이 왔지만 그래도 안 다치고 안 아프고 건강히 걸어올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산 위로 올라오는 아침햇살도 보고
잉카트레일을 따라 가면 마추픽추의 상단에 이르게 되는데 도착하자마자 첫 인증샷을 찍으려 하니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더 기다려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었는데 아래로 내려가 게이트 밖으로 나가 엄청 북적이는 관광객 사이를 뚫고 도장을 찍은 뒤 재입장을 하고 올라와야 한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해가 점점 올라올수록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마추픽추가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얼른 높은 곳에 다시 올라 마추픽추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자유시간 전까진 힘들어도 카린 아줌마의 설명을 듣는 척 해야했다.
카린 아줌마의 영어가 힘들기도 했지만 잉카 사람들이 마추픽추를 왜 버리고 떠났는지도 모른다면서
여기는 무슨 방, 여기선 뭘 했다- 하는 설명들이 뭘 근거로 하는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좀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깊이 없는 이 포스팅)
하지만 이렇게 반듯반듯하게 깎아 딱딱 맞춰 쌓아올린 돌들은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왼쪽에 딱딱 들어맞는 부분이 오리지널, 오른쪽 삐뚤삐뚤 올록볼록한 부분은 사람들이 새로 보수한 거
정교한 기술, 수로 이런 것들만 봐도 대단한 문명을 이루고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했다.
동서남북 방향도 정확하고
깎아지를 듯한 절벽에 돌을 쌓아 만든 테라스. 이래서 공중도시라고 하는구나!
콘돌의 신전
마추픽추 뒤쪽으로 10여분 걸어가면 있는 잉카브릿지.
절벽 옆으로 난 좁다란 길과 이제는 위험해서 지나갈 수 없는 다리.
4일동안 걸어온 잉카트레일보다 이게 더 우리가 상상해온 잉카트레일에 가까웠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려온 마추픽추의 전경!!!
잉카 역사도 잘 모르고 관광객도 너무 많다고 하고, 와서 생각보다 실망스러우면 어쩌지? 했던건 다 쓸데없는 걱정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인 엄청난 규모의 이 공중도시는 입이 쩍 벌어질만큼 대단했다!
여기에선 제대로 된 인증샷!
걸어서 마추픽추에 도착했습니다! :)
새벽 3시부터 시작한 하루
마추픽추 테라스에 누워서 좀 쉬고
마추픽추 아래 마을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내려와 온천으로 몸도 좀 풀었더니 살 것만 같았다 휴!
샤워실도 없고 저 풀장이 전부인 이 온천에는 온통 페루비안 사람들과 잉카트레일 멤버들만 있었음ㅋㅋ
(참고로 와라스에서도 온천을 갔었는데, 시설은 와라스가 훨씬 열악하지만 (화장실 같음) 물은 와라스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기차 타고 쿠스코!
마추픽추 보고 다른 꾸스꼬 근교 유적지 트렉킹도 하자고 했던 우리, 잉카트레일 다녀오고 나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그 얘기는 쏙 들어갔다ㅋㅋ
우린 역시 유적보단 자연이지! 이러면서ㅋㅋ
쿠스코에서 만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남미여행에서 마추픽추를 가장 기대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은데,
잉카트레일을 하고 난 우리는 마추픽추보다 그 이전 3일의 여정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페루에 온지 3주가 넘었는데 큼직큼직한 트렉킹 2개 말고는 디테일이 없어진 페루.
트렉킹을 딱히 즐겨하지 않았던 우리인지라 굳이 이전의 산타크루즈와 잉카트레일을 비교한다면 자연이 끝내줬던 산타크루즈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잉카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걸어봐도 좋을 길인 것 같다.
(비싸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 되는 시스템들이 조금 귀찮게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마추픽추를 건너뛸 사람은 없을테니-
페루 정부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여기서 관광객 돈을 다 뜯어가는 것 같다-ㅁ-)
다만 가장 하이라이트인 마추픽추에 4일째 못 씻고 떡진 머리에 땀냄새 풀풀 풍기며 오다니 사진을 다시 보면 뭔가 속상하기도 하다ㅋㅋ
이제 당분간 트렉킹은 지긋지긋해서 (트렉킹 이후 포스팅도 넘 힘들고ㅋㅋ) 트렉킹을 피하고 싶다고 했더니
같은 호스텔에 묵는 네덜란드 아저씨가 (네덜란드 사람 진짜 많다! 어딜 가나 있음!)
너네 남쪽으로 내려간댔지? 근데 트렉킹을 피하고 싶다고? 음하하하 하고 비웃었다 헐
'지구별살이 121314 > Peru'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121] Moray (모라이), Salineras (살리네라스), Cuzco (2) | 2013.02.12 |
---|---|
[Day 113-120] Cuzco (쿠스코) 둘러보기! (1) | 2013.02.07 |
[Day 115-118] 걸어서 마추픽추(Machu Picchu)! Camino Inka (1) (2) | 2013.02.05 |
[Day 108-111] 안데스야 고마워! 산타크루즈 트렉킹 (Santa Cruz Trek) (3) | 2013.01.30 |
[Day 107] 빗속 트렉킹, Laguna 69 (69호수 트렉킹), Huaraz (2) | 2013.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