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빠가 미쿡에서 제일 보고 싶었다던 그랜드캐년으로 향하는 날!
원래는 루트상 모뉴먼트 밸리에서 Antelope을 거쳐 가려고 했으나 가이드투어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antelope 투어를 미리 이틀 뒤로 예약해 놓은 탓에
(곧 포스팅이 이어지겠지만 여긴 사진이 중요!해서 빛이 좋은 시간대에 미리 예약을 해야함)
어쩔 수 없이 그랜드캐년에 먼저 가기로 했다.
그랜드캐년도 North rim과 South rim이 있는데 우린 어쩐지 남쪽이 보고 싶어서 남쪽으로-
그래서 말도 안 되게 미련한 거리를 달리고는 무지 지쳤던 하루ㅋㅋ
하지만 시작만큼은 너무나 따뜻한 애리조나로 다시 넘어간다는 생각에 흥얼흥얼 노래가 나올만큼 신이 났었지.
그랜드 캐년에 가서 알았다. 애리조나도 높은 곳은 춥구나. 이모집만 따뜻한 거였어 엉엉.
모뉴먼트 밸리에서 그랜드 캐년까지는 그닥 힘들진 않았다.
국립공원 진입 전부터 엄청난 계곡이 뙇.
너무 커서 감이 안 오는 그랜드 캐년, 오히려 우와아- 감동할 감조차 생기질 않는 크기다.
사진 찍으면서도 도저히 원하는 느낌이 담기질 않아 맘에 안 들었는데
여기 올릴 사진을 고르면서도 계속 '뭐 이렇게 본거랑 달라'
그나마 괜찮다고 고른 사진도 몇 장 없다ㅋㅋ
바로 여기가 그랜드 캐년!
열이는 미국이 첨이지만 나는 사실 어릴 적,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 이번에 로드트립을 한 서부지역 대부분을 와본 적이 있다.
함정은 어려서 기억이 거의 안 난다는건데-_- (이게 정상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 나는 여섯살)
그 중에서도 이곳 그랜드 캐년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걸 보면 그 때도 여긴 엄청 신기하긴 했었나보다.
엄청 멀고 깊고 크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중ㅋㅋ
계곡 크기만큼이나 이 계곡을 둘러싼 국립공원의 크기도 어마어마한데,
사실 미국관공지는 도로가 워낙 시원하게 뚫려있어서 둘러보는 시간은 정말 '보기 나름'이다.
차로 쓱 보고 나오면 정말 얼마 걸리지도 않지만
천천히 캠핑하고 구석구석 트레일 따라 걷거나 자전거 타며 이동하면 일주일도 모자를만큼 천차만별.
계곡 아래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코스는 2박 3일 정도 걸린다고 한듯.
평소 같으면 후자 스타일을 택했겠지만 이번 로드트립의 컨셉은 공짜로 재워주는 곳이 아니면 무조건 무브무브!
그래서 국립공원마다 차로 쓱 보고 내려서 사진 찍고 다시 올라타서 쓱 보기를 반복했더니
감동도,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관광'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남미에선 원하든 원치 않든 어디 한군데 가려면 고생고생 버스타고 한참을 걸려 도착했을 때의 감동의 몇 배는 되었던 것 같고
지나고 나서 떠올려보면 목적지보다 가는 길,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이 더 생생한데.
어쩐지 잠깐 '우아아'하는 사이에 끝나버리는 것 같은 미국 로드트립.
우리는 루트 상 국립공원 동쪽 입구로 들어가서 첨엔 사람 많은 줄 잘 몰랐는데 메인이 되는 입구는 남쪽으로 가니 사람이 바글바글.
여기저기서 중국말 한국말이 아주 귀가 아플 정도로 들렸다. 힌국 단체관광객 분들, 중국단체관광객 저리가라할만큼 시끄러움ㅠ
이런거 워낙 싫어해서 보는둥 마는둥 하고 휙- 빠져나온 기억.
어차피 내일 antelope으로 향하려면 다시 북쪽으로 가야하는데
무슨 오기였는지 이왕 온김에 더 남쪽으로, 처음 로드트립을 시작했던 피닉스에서 북쪽 한시간 반거리 Sedona까지 가보기로 했다.
(루트 들으면 너네 뭐하는 짓이니 할까봐 이모한텐 세도나까지 간거 말씀도 안 드렸음ㅋㅋ)
세도나는 한국사람들에게도 유명한데, 특히 이곳의 붉은 모래와 바위산들이 특별한 종교적 기운이 있다나 뭐라나.
하지만 넘 힘들게 도착해서 그런지, 해가 지고 있어서 그런지 우린 그냥 그랬음.
대체 왜 온거니ㅠ 미안해 내가 오자고 했어ㅠㅠ
오히려 사진은 없지만 세도나 가는 길 보았던 oak creek canyon이 정말 좋았다.
여긴 진짜 가볼만하니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들러보시길!
너무 힘들어서 어디서 캠핑할지도 모르겠고 로드트립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사먹었던 저녁.
고기는 맛났지만 밥 찍으려던 건 아니고 옆 테이블 개성있는 폭주족 할머니 할아버지 찍으려고ㅋㅋ
미국 로드트립 중 캠핑장에 가면 비수기라 더 그런지 전부다 캠핑카(RV) 끌고 여행 온 할머니 할아버지 뿐이었는데
(우리 또래는 물론이거니아 여행스타일이 워낙 다르니 배낭여행 때 호스텔에서 애들 만나 놀던 것처럼 얘기나눌 사람도 없고 참 적적했다ㅠㅠㅠㅠ)
가끔 이렇게 마음대로 입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시는 분들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동네라 교회도 많고 그 중 유명하다는 곳에 가서 사진 한 장 찍고 얼른 나온 세도나.
가봤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잠깐 스쳐지나왔다.
역시 여행은 느리게 해야 제 맛.
오늘은 내 기억 속의, 그리고 열이 상상 속의 그랜트 캐년을 만난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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