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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Italia

[Day 341] 처음 만난 돌로미티! Dolomiti di Sesto 2박 3일 트레킹, 그 첫째날.








돌로미티 포스팅에 앞서 얘네가 어디로 다녔고 돌로미티는 어디인가 궁금해하실 분들(디님)을 위해 보너스!



(A)파리에서 출발해 일단은 남쪽으로 달려 (E)피레네를 찍고 이어지는 남부프랑스를 거쳐 다시 북쪽으로.

(K)앙시, (L)스위스 프리부르, 그리고 (M)독일 와인축제와 폴카집. 이후 오스트리아로 향해 (P)짤츠부르크와 (Q)할슈타트를 삼십분만에 보고ㅋㅋ

이탈리아 북부로 입성.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얼마 멀지 않은 (S)(T)로 표시된 곳들이 앞으로 가게 될 돌로미티!


이것이 약 한달 전까지의 루트되겠습니당. 

그럼 이제 이탈리아를 시작해볼까나!












다소 우울했던 오스트리아를 지나 북부 이탈리아 국경을 넘었다.

다 지나고 보니 이탈리아는 우리에게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 뭔가 비싸고 맘에 안 드는데 볼 것도 먹을 것도 너무 많은 애증의 관계랄까ㅋㅋㅋㅋㅋㅋ


암튼 드디어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 

이탈리아 북부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돌로미티에서 우리는 고민없이 폴카가 추천해 준 곳 두 군데 정도를 가볼 계획.


그 중에서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얼마 멀지 않은 Sesto라는 마을에서 시작하는 트렉킹을 2박 3일에 걸쳐 하게될 예정이고

오늘은 그 근처 도비아코라는 마을에 찾아놓은 캠핑장에서 자기로 했다.










*강추 캠핑장 Camping Olympia


지금까지 유럽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캠핑장 되시겠다!

성인 2명, 작은 텐트에 차 한대 해서 비수기 가격 20유로. acsi 책자에는 안 나와있는데 카드 보여주니 4유로 정도 할인해줬다.

지금까지 acsi로 다닌 다른 캠핑장보다 약간은 더 비싸지만 와이파이 포함에 역대 최고의 청결도와 친절함.

비수기라 자리도 텐트, rv 구분 없이 원하는 곳에. 전기도 포함. 









무엇보다 눈 앞에 펼쳐진 저 풍경+ㅁ+









뜨아.










오늘도 커다란 rv들 사이에서 꿋꿋한 우리의 오렌지 집!


추운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텐트 문 다 열어제끼고 밥 한 숟갈 먹고 산 한 번 바라보고 (돌로미티가 굴비도 아니고ㅋㅋ)

그리고 돌로미티 오를 생각에 신이 나서 잠을 청했는데 아 맞다, 여기 산이지. 밤새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ㅠ

밤새 잠을 설치고도 다음날 아침 우린 퉁퉁 부은 얼굴로 싱글벙글.


원래 알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해진 우리의 취향, 우린 정말 자연을 좋아하나보다.











돌로미티 간다고 아침에 카메라 렌즈 닦다가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먼지 때문에 본체 내부까지 구석구석.

너무 열심히 닦던 나머지 안에 주요 부품 하나가 똑-하고 떨어져 버렸다. 헐 완전 비상.

거의 울기 직전 상태까지 갔다가 다행히 좋은 캠핑장이라(?) 캠핑장 마트에서 접착제를 구할 수 있었고 그걸로 급한 불을 껐다.

휴, 지금까지 이렇게 찍어서 포스팅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_-












돌로미티 돌로미티하지만 사실 돌로미티는 굉장히 넓은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오늘 우리가 가게 될 곳은 Alta Pusteria 지역의 Dolomiti di Sesto.

이탈리아어로 sesto, 독일어로는 sexten. 지명이 하도 왔다갔다 해서 혼란스럽지만 쉽게 말해 Sesto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되겠다.


산이 얼마나 겹겹이 있는지 걸을 수 있는 트레일도 엄청 많고 우리처럼 며칠을 걸을 생각이면 만들 수 있는 루트도 엄청 다양해진다.

우리는 일단 sesto에서 출발해 가운데 그림의 가운데 큰 산봉우리 왼쪽의 길로 올라가 산장에서 1박을 하고 

산을 넘어 그림의 오른쪽 커다란 봉우리들,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Tri Cime를 보고 다시 1박 후 내려올 예정. 

그림에는 없지만 더 오른쪽으로 나있는 수많은 트레일을 거치면 우리가 어제 캠핑한 도비아코까지 갈 수 있는데 

그 쪽 트레일들도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우린 그냥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주차는 sesto보다 조금 더 산쪽으로 들어와 moso라는 마을에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에 무료로! 가능하다.

조금 더 가면 트레일이 시작되는 지점 호텔 앞에 하루 3유로 정도 내고 가능하지만 

어차피 moso 마을부터 푸른 숲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주차하고 걷는게 나을 것 같다.


트렉킹 전 먼저 지도도 얻고 산장정보도 얻을 겸 sesto 인포센터에 들렀다.

그렇게 사람 많은 동네는 아닌 것 같아 맘 놓고 있었는데 주말이니까 산장 예약을 하는게 좋을거라는 직원의 말.

참 친절했던 그 직원은 전화가 없는 우릴 위해 원하는 산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남은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줬는데 헐, 진짜 자리가 없다고 한다.

다행히 내일 가고 싶었던 산장은 자리가 남아있어 예약하고 오늘은 조금- 1시간 반-2시간 정도? 더 걸어야하는 산장까지 가보기로 했다. 










독어와 이탈리아어로 된 표지판.


우리가 원래 묵고 싶었던 곳이 comici 산장인데, 일단 저기까지 가서 1시간 반 정도 더 가야 하는 상황.

휴 근데 우린 별로 안 걸을 생각에 이미 늦게 나온 상황이고 2-3시간짜리 코스가 갑자기 4-5시간이 되어버리니 쫌 걱정되는데ㅠ 











일단 출바알!









꼭 이렇게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되어있던 돌로미티의 벤치들.











좋은 경치 감상하는 포인트를 알려주는거ㅎㅎ

그나저나 오늘도 오빠의 배낭은 이렇게나 크다ㅠ 이상하다 침낭 밖에 안 넣었는데ㅠ









구름이 많지만 그래도 우릴 반겨주는 하늘:)










초반에는 긴 평지가 이어지고 










오르막 시작!

아까 멀리서 보이던 산봉우리들이 코 앞에. 오를수록 각도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파노라마 구간!










생각해보면 파타고니아 이후 이렇게 제대로 걸어보긴 처음인 것 같다. 그게 벌써 6개월 전ㅠ

남미에서 참 좋았던 체력은 그동안 차만 타고 다니면서 다시 저질체력으로 돌아온건지 어제 추워서 잠을 못자 이런건지

풍경이고 뭐고 오르막에서 완전 맥을 못 추고 헉헉거리던 나ㅋㅋ 아흑.











전망좋은 귀여운 벤치에서 잠깐 또 쉬어주고.










파타고니아처럼 여기저기서 물을 떠 마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물이 귀한 이곳. 오빤 물 뜨러 저기까지!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아 전달되지 않는 거리감.

얼마 안 걸어온 것 같지만 벌써 우리가 시작한 지점은 보이지도 않는, 저 강줄기 끝 너머 어딘가.











근데 두시간 걸린다던 comici 산장까지 두시간만에 못 갈거 같은데 그 다음 산장까지 해 지기 전에 갈 수 있을까? 

난 그냥 comici 산장에 자리 없어도 바닥에서라도 재워달라고 부탁해볼래... 막 이러던 때ㅋㅋ










시작할 때 멀리서 보이던 산봉우리는 이렇게나 가까이에










엄청난 봉우리들이 코 앞에 뙇

오빠는 또레스 델 파이네의 삼봉보다 여기가 더 멋지다고 했을 정도!









저 아래 파란옷 입은 사람 보면 규모를 대충은 가늠할 수 있을 듯ㅎㅎ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그래, 오늘은 쨍쨍한 것보다 구름이 좀 있는게 더 좋다! 그랬는데

오를수록 기대하지 않았던 파란 하늘이 점점











위에 위에 있는 사진에서 가운데쯤 볼록 튀어나온 봉우리를 더 올라가 옆에서 보면 이런 모습- 뒤로 길게 바위가 이어져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어쩜 이렇게 다른지, 사람도 세상일도 그러려나. 


















이제 저 오른쪽 코너만 돌면 comici 산장!!!


여기가 원래 우리가 가고 싶었던 그 산장, 자리가 없어서 예약한 다른 산장은 저 큰 산봉우리 왼쪽으로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정말이지 그만 걷고 싶던 순간, 일단 밑져야 본전이니 혹시나 남는 침대 있나 물어보고 안 되면 여기서 좀 쉬다 가자구!











헉헉거리며 오늘 더 못 걷겠다 하던 나는 산장을 보자마자 오빠보다 훨씬 더 빨리 완전 빨리 뛰어 올라가 남는 자리 없냐고 물었는데, 

있다! 있어! 오빠 있대!ㅋㅋㅋ


잘은 모르겠지만 예약없이 오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남겨놓는건지, 암튼 가장 위층 가장 춥고 좁고 어두운 구석방 침대 2개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일단 짐 좀 내려놓고 따뜻한 커피 한잔.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 와서 마시는 첫 커피다!

이때부터 쭉, 이탈리아에서는 아무데서나 마셔도 중간은 했던 이탈리아 커피.

근데 대부분이 중간정도 하는게 함정ㅋㅋ 우리는 늘 아주 맛있을거라 기대했는데ㅋㅋ

오빤 이름만 보고 시켰더니 에스프레소에 알콜이 섞인 희한한 맛ㅋㅋ











더는 못 걷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자기로 했더니 원래 더 가야했던 그 길이 궁금하다ㅋㅋ

몸도 녹였고 짐도 내려놨으니 가볍게 산책이나 하고 올까? 










어느새 맑게 개인 하늘! 와우!










산장 옆에 다들 텐트 치고 밥 해먹고 그랬던 또레스 델 파이네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여긴 참 다르네 싶었다.

산 위에 산장만 덩그러니. 계절 탓도 있겠지만 여긴 산장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하긴, 산장 숙박비가 칠레가 훨씬 비쌌다. 40달러가 넘었고 여긴 알파인클럽회원이면 10유로. 

우리는 아니니까 20유로지만ㅜ 유럽에서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회원이당. 우리도 나중에 그거 가입해서 알프스 싹 다 돌아봐야지!


근데 시설은 또레스 산장들이 훨씬 좋다. 뜨거운 물 잘 나오고 방도 따뜻하고 침대도 그정도면 편안했고. 

여긴 샤워는 물론 꿈도 못 꾸고 방은 춥고 매트리스는 푹 꺼져있고. 워낙 오래 되었으니까.



암튼 이제 어느 장소에 가면 그동안 여행했던 다른 장소가 떠오르고 그러다 그리워지고 그 때에 관한 얘기들에서 재미났던 에피소드까지 줄줄이.

우린 참 추억할 게 많다.










산장을 등지고 올라가는 길, 올라갈 수록 저 멀리 눈 덮힌 산봉우리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저긴 또 어디야 궁금해 궁금해!

















9월 중순이지만 돌로미티의 바람은 아주 쌀쌀.











이쯤에서 나는 그만 가도 되겠다 했고 웬일로 오빠는 원래 가기로 했던 산장까지 가보고 싶다 하고

그래서 나는 쉬면서 기다리고 오빠만 다녀오기로!











저기 어딘가 오빠ㅎㅎ










나는 혼자 봐도봐도 신기한 산봉우리들 바라보고

















정말이지 끝내주는 위치마다 산장이 하나씩 있던 돌로미티.

사진 왼쪽 산을 잘 보면 지그재그 하얀 길이 우리가 걸어온 길이고 그 끝자락 조그맣게 보이는 집이 우리가 묵는 산장이다. 캬!











조금 더 가까이ㅎㅎ








혼자 노는 것도 좋긴 좋은데 칼바람에 카메라 잡은 손가락이 슬슬 얼어가고 있을 때











오늘도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

배낭 없이 걸으니까 그 산장까지 30분도 안 걸려 뛰어갔다 오셨다고ㅋㅋ











다시 산장으로 돌아와










저녁은 산장에서.


폴카가 산장음식 진짜 맛있는 로컬푸드라고 하도 그래서 첨부터 사먹기로 하고 왔는데 덕분에 편하긴 했지만 음식은 그냥 평범했다. 

그래도 이탈리아라 이런 산장에서 파는 파스타도 한국보단 맛있네 헐랭.


산장에서 자는 사람들이 모두 레스토랑에 모여 시끌시끌 완전 꽉 찼던 공간.

그 와중에 산 좋아하는 유럽 아저씨들 사이에서 쌩뚱맞은 동양인 둘은 다들 좀 신기해하는 눈치.











피곤해서 밥만 먹고 일찌감치 방에 올라와 누운 우리. 

어제 못 자고 오늘 많이 걸어서 완전 기절해 잘 것 같아! 라며 아무것도 모르고 히히거리던 순간.


이 땐 몰랐다. 유럽할아버지들의 위력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살다살다 그렇게 코 고는 사람'들' 처음 봤네. 아오 귀청 떨어질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