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타운을 떠나 잔지바르의 바다를 만나러 가는 날!
잔지바르는 Zanzibar Archipelago라고 해서 몇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지금 있는 Unguja가 주로 잔지바르라고 부르는 가장 큰 메인 섬.
지도를 보면 서쪽 중심부에 스톤타운이 있고 아름다운 해변을 보려면 섬의 북쪽이나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유명한 해변들이 생각보다 서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가급적 이동을 줄이고 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던 우린 어느 해변으로 갈까 고민고민.
조수간만의 차가 엄청 큰 동쪽 해변과 비교해 수영하기 좋고 물도 깨끗해서 일찌감치 고급 리조트들이 많이 들어섰다는 북쪽의 능귀(Nungwi)
능귀 근처에 배낭족들이 주로 찾는다는 Kendwa
북쪽 해변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바다에 해조류가 많이 떠 있어서 풍덩!하긴 어렵지만
대신 훨씬 한적하고 바다에서 일하는 현지인의 삶을 조용히 엿볼 수 있는 동쪽 해변 파제(Paje)와 지도엔 없지만 그 아래 잠비아니(Jambiani)
이 해변들이 가장 대표적인 곳들인데 우리가 일단 가보기로 한 곳은 저들 중 한 곳이 아닌 Matemwe(마템웨)였다.
이유는 단 하나, 다이빙하기 좋은 포인트라서!
사실 잔지바르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작년 쿠바에서 다이빙할 때 만난 네덜란드 친구가
자기가 해본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는 잔지바르라고 했던 그 말을 듣고 난 다음부터.
물론 이 친구는 다이빙 경험이 엄청 많았지만 홍해도, 갈라파고스도 안 가본 친구라
홍해나 갈라파고스에서 해본 우린 정말 '최고'일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궁금해지기 시작했는걸!
탄자니아에 오기로 결정을 한 다음부턴 잔지바르의 좋은 다이빙 포인트부터 집중검색 후 matemwe로 결정!
matemwe는 지도 상에서 북쪽 능귀와 동남쪽 파제 사이 북동쪽 해변. matemwe란 지명 옆에 보면 mnemba(므넴바)란 이름이 보이는데
matemwe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이 mnemba 섬이 완전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란다.
원래는 이 mnemba 섬에 가려고 했더니 완전 말도 안 되는 미친 숙박가격 (아마 무인도 같은 느낌으로 유럽인들이 허니문을 주로 가는 곳인듯)
그래서 전날 스톤타운에 있는 다이빙샵에 가서 물었더니 스톤타운 다이빙샵에선 서쪽 바다로만 다이빙을 나가고
mnemba 근처로는 matemwe 해변에 있는 다이빙샵에 가서 할 수 있다고.
잔지바르에서 이동수단은 두 가지 정도. 현지인과 함께 타는 달라달라 아니면 관광객만 타는 택시.
달라달라는 한 사람에 2000실링(1600실링=1달러/ 2013년 12월 기준), 짐값 500실링. 짐값은 비싸도 둘이 합쳐 1500 내에서 주면 된다고 한다.
우린 갈 때 숙소에서 실실 웃으며 친절을 베풀던 직원 말에 껌뻑 속아 불필요한 삐끼를 달고 거의 2배를 냈지만-_- 택시는 기본이 30달러니까 뭐.
아프리카는 처음이 아니라 현지인과 함께 타는 동네 교통수단이 왠지 익숙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편.
거기다 탄자니아의 달라달라는 완전 편리하게 버스처럼 번호가 다 있다. matemwe로 가려면 118번! 시장 근처에서 찾을 수 있다.
순조로웠던 출발
matemwe가 종점인 이 달라달라는 수시로 멈춰 사람이 내리고 타는데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계속해서 타기만 한다.
내가 볼 땐 분명히 꽉 찾는데 또 타고 또 타고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아니라 알라딘의 요술 달라달라!
이 상황을 어떻게는 찍고 싶은데 사진을 찍기엔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들 얼굴에 대고 접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다리를 찍어버림ㅋㅋ
가방 아래 내 다리가 있고 내 다리 옆엔 청바지 입은 아저씨가 있는데 그 사이 어딘가 오빠 다리도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아직 꽉 차기 전. 사람이 더 타면 우리 줄과 맞은 편 줄 사이에 바닥에 사람들이 들어와 앉기 시작한다.
어깨가 접혀서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겨우 한 팔을 차 밖으로 빼내서 셔터만 누른 사진. 하늘색 옷이 내 등임ㅋㅋ
원래는 내 옆에 빨간 옷 입은 사람이 앉아있었고 이미 나는 가능한만큼 무릎을 붙이고 어깨도 접고 있었는데
내 덩치 3배쯤 되는 초록색 아저씨가 들어와 뒤도 안 돌아보고 내 오른쪽 다리와 빨간 옷 사람 왼쪽 다리 위에 뜨끈한 엉덩이를 들이밀 땐
아저씨가 내 무릎 위에 앉는 줄 알고 진짜 식겁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신기하게 홍해가 갈라지듯 자리가 생기더라. 일반인들에게도 통아저씨처럼 몸을 압축하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원래는 40분쯤 걸린다고 들었는데 1시간 20분 가까이 걸려 도착한 matemwe 마을.
같은 섬인데도 스톤타운보다 훨씬 더 뜨겁고 덥다.
백사장 위에 있는 마을. 야자수 너머가 바로 바다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 걸어가는 길. matemwe는 다른 해변만큼 관광객이 많지 않고 아직 사람들 사는 집과 숙박시설이 한 데 섞여있다.
나는 이런 마을에 오면 집은 어떻게 생겼나 수도는 있나 전기는 들어오나 창문은 있나 모기장은 있나 이런 것들부터 습관적으로 살피게 되는데
그러면서 나는 편하게 쉬겠다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괴리감을 느낀다ㅠ
다른 데는 잘 모르겠지만 matemwe에는 대형리조트 이런건 다행히 없고 대부분 크지 않은 방갈로 형태의 숙소.
하지만 이런 수영장 하나만으로도 바깥과의 갭이 크긴 크다 흑.
우리가 잔지바르에 있었던 건 12월 초(12월 4일-10일). 운이 좋게도 딱 성수기 직전이었다.
숙소들은 대부분 비수기 가격에 그나마도 잘 찾으면 프로모션 특가에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찾은 숙소가 딱 그런 곳.
이 동네에서 제일 저렴한 방갈로들이 1인당 20달러라고 들었는데 나름 여기서 꽤나 좋은 편에 속하는 숙소가 30% 할인해서 1인 26달러.
방도 엄청 깨끗하고 수영장도 있고 아침은 어찌나 잘 나오는지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을 건너뛸 수 있을 정도였다.
짐 풀고 수영장 물에 풍덩! 했는데 뜨거운 태양 덕분에 따땃해서 앉아있기 딱 좋았던 그 온도, 그 때의 행복했던 느낌이란.
도착하자마자 다이빙샵을 찾아 다음날 다이빙을 예약하고 수영장에서 쉬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바닷가 산책을 나왔다.
조수 차가 얼마나 크냐면, 지금은 물이 다 빠진 상태고 물이 차면 왼쪽에 보이는 돌담까지 물이 차올라 산책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근데 오전 늦게부터 오후까지는 물이 빠져있는 시간이라 바다에 몸을 담그기 쉽지 않은 해변.
어디선가 번개처럼 나타나 인사를 하던 강아지!
아시다시피 줌렌즈가 없는 관계로-_- 먼 바다에 나가있는 사람들을 똑딱이 줌으로 당겨 찍었더니 사진이 이모냥 흑.
사진은 구려도 동네 꼬맹이들 발가벗고 깔깔 대며 물에서 노는 모습 정말 귀엽다:)
아주머니들은 물 빠지면 매일 같이 나와 미역 같은 해조류를 건져올리는 일들을 하고
아저씨들은 고기 잡으러 가는지 배를 타고 나간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시작된 다이빙
이젠 수중팩도 없는 관계로 다이빙 사진은 없고 배 위에서 찍은 거 밖에 없다 흑흑ㅠ
뒤로 보이는게 바로 mnemba 섬. 이 근처에 오니 저쪽 해변과는 또다른 에머랄드빛 바다! 괜히 인도양으로 허니문을 떠나는게 아니구나!
그러고보니 이렇게 제대로 놀만한 바다는 정말 오랜만인데다 다이빙은 갈라파고스 이후 처음, 무려 11개월 만이다.
1년 이상 안 하면 다시 복습교육을 미리 받고 들어가야 한다는데 우린 11개월이라 복습 없이 바로 들어갔다.
기억이 안 날까봐 좀 걱정됐는데 역시나 나는 부력조절을 잘 못해서 뻘짓을 좀 하고ㅋㅋㅋㅋㅋ
이곳에서의 다이빙은 딱 기대한만큼!
홍해만큼 환상적인 빛깔이나 갈라파고스처럼 엄청난 압도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맑고 투명한 바다라 시야가 최고였고 물고기들도 컬러풀!
디를 위해 비교해주자면 코수멜보다 훨씬 아름다웠어 (근데 너도 안 한지 거의 1년 되어가지 않니?)
다이빙 경험이 많지 않지만 장비 관리수준은 지금까지 중에 제일 좋았다.
아름다운만큼 잔지바르에선 인기 포인트라 배가 많다.
다이빙을 마치고 식사!
우리가 머문 숙소 숙박은 할인가였지만 레스토랑은 우리 수준엔 너무 비싸서
다이빙 현지 강사선생님한테 여기서 제일 싸고 맛있는 식당을 추천받아 간 곳. 맛도 좋고 양도 무지 많다 대만족이었당.
잔지바르 향신료가 들어간 볶음밥과 오늘도 역시 문어!
문어를 저렇게 통째로 구워준당. 잔지바르는 문어가 진짜 맛있다 짱짱.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미소가 절로 번지는 중ㅋㅋ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벌써 밤.
어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행복한 하루가 또 이렇게 흘러간다.
'지구별살이 121314 > Tanza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431] 사파리 투어 그 첫번째, 바오밥 나무와 타랑기레 국립공원(Tarangire National Park) (2) | 2014.01.30 |
---|---|
[Day 429-430] 아루샤(Arusha)에서 사파리 찾기 (3) | 2014.01.30 |
[Day 427-428] 다시 스톤타운, 돌고래 떼와 함께 바다 수영을! (2) | 2014.01.26 |
[Day 426] 삶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바다, Matemwe. (1) | 2014.01.16 |
[Day 422-423] 진짜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스톤타운 (Stonetown, Zanzibar) (7) | 2014.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