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다시 오면서 달라진 점 하나,
예전 같으면 시간이 몇 배로 걸리고 힘들어도 아끼려고 무조건 버스를 타고 다녔다면
이젠 0.1초 쯤 고민하다가 바로 "귀찮아 그냥 택시 탈까?"
보고타를 떠나 3-4시간 거리의 비야 데 레이바(Villa de Leyva)로 떠나던 아침, 그렇게 택시에 올라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호스텔 주인 존이 택시 불러 택시값까지 알아서 흥정해주고
심지어 나는 우리가 어느 터미널로 가고 있는지도 차에 타면서 존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거야? 라며ㅋㅋㅋ
친절한 존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남미에서의 이동에 익숙해져서 별로 걱정되는게 없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모로코 소매치기를 떠올리며 위험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자며 둘이 "정신 바짝 차리자!" 하고 있는 중.
그나저나 부탁하지 않아도 참 친절하고 철저했던 존.
택시기사가 "너한테 좀 나눠줄테니 그냥 더 비싼 값 불러" 해도
투어 에이전시에서 "애들 보내주면 커미션 줄게" 해도 절대 오케이하는 법이 없는 믿을만한 친구였다.
역시 존이 추천해준 libertadores 버스를 타고 큰 마을 Tunja로 3시간 정도 이동,
거기서 다시 작은 봉고 버스로 갈아타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비야 데 레이바.
libertadores 버스는 콜롬비아에서 타본 것 중 제일 좋았고!
툰하에서 비야 데 레이바는 보통 40분 정도 걸린다는데 도로 공사 때문에 구불구불 1시간 반도 넘게 걸렸다ㅠ
넓디 넓은 비야 데 레이바의 광장!
광장 크기만큼은 콜롬비아에서 제일이라고 하지만 그 광장이 텅텅 비어있을만큼 사람 없고 한적한 마을, 주변은 온통 산:)
땅덩이 넓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예쁜 시골 마을이라 주말이면 관광객, 현지인들로 북적이고
특히나 토요일에는 장이 열려서 사람이 더 많다는데 우리가 도착한 건 월요일-_- 떠나는 목요일까지 마을은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낮에 입 심심할 때 요기할 길거리 음식이 너무 없어서 좀 힘들었지만
자그마한 카페들에 맛있는 커피는 어느 골목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마을.
도착하자마자 광장 근처 존의 사촌이 오픈준비 중이라는 호스텔을 추천받아 갔는데 너무 준비 덜 된 방을 비싸게 불렀다.
어쩔 수 없이 나와서 광장 한켠 보이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다시 숙소를 검색하는데
그 때 그 커피와 당근케잌 한 조각의 감동이란!
결국 이 동네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호스텔 renacer.
마을 중심지에서 15분 정도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위치 때문에 고민을 했는데 전화해보니 첫번째 택시는 공짜!라고 해서 바로 콜.
주말에는 예약 안 하면 방이 없다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꽤 한산한 편이었다.
안 그래도 조용한 동네지만 더 산으로 올라가 주변에는 자연 뿐인 곳에 자리잡은 숙소.
다소 시끄러웠던 보고타의 호스텔에서 내내 잠이 불편했는데 여기 와선 3일 내내 완전 꿀잠.
모처럼 뜨거운 물 콸콸 나오는 화장실 있는 방, 방 옆에는 뒹굴뒹굴하기 딱 좋은 해먹까지.
밤에 다녀도 안전하다는 비야 데 레이바.
짐을 풀고 나니 벌써 해질 시간이라 저녁이나 먹자고 광장 주변으로 내려왔다.
전날 밤 보고타에서 생일 전야제를 했지만 아직도 오빠 생일이니까!
보고타에 며칠 있었다고 벌써 콜롬비아 음식에 살짝 질려서 피자와 라자냐로 외식!
겉보기엔 볼품 없는 피자였는데 어찌나 싱싱한 재료들을 아낌없이 투척하셨는지 의외로 맛이 진짜 좋았다. 해피해피 벌쓰데이!
늦잠 자고 일어나 커피로 시작하는 아침.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푸른 나무 뿐. 캬 좋구만!
지금은 날씨가 쌀쌀해서 대부분 우리 같은 숙박객이었지만
보통은 오버랜더들이 차 끌고 와서 캠핑하기에 딱 좋은 시설과 가격!으로 더 잘 알려진 듯한 곳.
우리도 푸른 잔디를 보니까 막 텐트 치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캠핑 한창 하고 다닐 때 캠핑 지겹다고 그렇게 불평하던 마음은 어디 가고 다른 걸 하고 있자니 또다시 그 때가 그립다. 아아 못 말려!
그나저나 나와 함께 여행 중인 아이폰 카메라는 렌즈가 상했는지 점점 흐리멍텅해지고 있다ㅠ
눈이 부셨던 하늘
정겨운 시골길을 룰루랄라 걸어 마을 구경에 나섰다.
집들은 꽤 좋아보임. 부자 동네여?
워낙에 산악지형이라 그런가 집집마다 사륜차들.
작고 네모난 귀여운 차들이 많아서 계속 우리의 시선을 빼앗았다.
특히나 마을 중심은 걷기도 불편할 만큼 울룩불룩한 돌길.
이런 길을 작은 차들이 들썩들썩거리며 기어갈 때면
"우리 김치 같으면 이런 길 껌일텐데. 힘도 안 들이고 지나갈껄?" 이러면서. 잘 있니 김치야?
커다란 광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돌길과 하얀 건물들.
콜롬비아에 오기 전까진 잘 알지 못했던 비야 데 레이바였지만
우리가 가본 남미의 콜로니얼 마을 중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을 중심지에 나와도 딱히 할 일이 있는건 아니라
대부분 카페에 들어가 커피 마시며 와이파이로 검색하고
지치면 나와서 아이스크림 먹고
장 봐서 들어가는게 전부.
그런데 참 좋았던 숙소에서 딱 한가지 아쉬웠던게 부엌. 부엌이 너무 별로라 제대로 뭘 할 수가 없었다ㅠ
또다시 우리 장비 다 가지고 다니며 뚝딱뚝딱 요리하던 캠핑이 그리워지던 순간.
싱싱한 채소는 토요일 장에 가야 만날 수 있는지 채소가게의 채소나 과일 상태도 영ㅠ
유일한 길거리 음식 아레빠.
이거보다 보고타에서 먹은 con todo (전부 다 들어간거!)가 짱 맛있었는데 사진이 읍따.
쌀인지 뭔지로 만든 빵 사이에 이렇게 소세지나 햄, 치즈, 계란 등을 넣어 먹는 간식.
con todo는 진짜 온갖 채소에 버섯에 파인애플에 없는 거 없이 다 들어가서 터질듯한 비쥬얼과 맛이 대박이었는데.
별거 안 해도 방에 돌아오면 둘 다 지쳐서ㅋㅋ 오빤 해먹에 난 침대에 누워 딩가딩가.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잘 가서 다른 트렉킹이나 액티비티나 주변 마을 구경은 생각도 안 했당.
하루는 화장실 거울 떼다 놓고 굳이 햇살 맞으며 앞머리 자르기
요정도 장비로
괜춘한가?
여전히 어디로 갈까 언제 떠날까 망설이지만 슬슬 다시 리듬을 찾아가는 여행.
언제 어디로 갈지가 고민된다기보다 긴 이동이 귀찮은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흑.
시원한 봄바람이 불던 비야 데 레이바를 떠나 뜨거운 카리브해까지의 대이동.
보고타의 추위가 언제냐 싶게 지금 있는 카리브해는 정말 너무 뜨거워서 우린 또다시 시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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