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테페섬에서 나와 그라나다행 버스를 타기 위해 rivas 터미널로.
리바스에서 그라나다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인데 택시 타라고 삐끼가 엄청 꼬였다.
처음엔 20달러에서 시작하더니 10달러, 그러다 한 사람에 3달러까지 가격이 훅훅 떨어지는데
막상 너무 싸지니까 못 믿겠더라ㅋㅋ
터미널에 도착한 건 12시 반 쯤.
택시 타라면서 다음 버스는 3시 반이라는 사람부터 2시라는 사람까지 말이 너무 달랐는데
론리에는 45분에 한 대라고 나와있었고 옆에서 버스 기다리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1시면 온다고 해서 그냥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정말 사람 많고 시끄럽고 더웠던 터미널.
저 안에는 도박 기계가 있는 것 같았는데 아저씨들이 아주 바글바글.
온갖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걸어다니며 장사하는데
간식거리부터 과일, 채소, 안경, 시계, 기생충 약(버스에서도 기생충 약 파는 사람은 매번 있더라),
정말 별로 같아보이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사던 번쩍번쩍 가짜 금목걸이까지.
결국 1시가 조금 넘어 버스가 오긴 왔는데 다시 사람이 꽉 차고 꼭 서서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나서 2시가 다 되어 출발했다.
오늘도 버스 기다리며, 버스 안에서 기다리며 땀을 한 바가지 쏟았는데
어찌나 피곤했는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문에 머리 쾅쾅 박아가며 딥슬립.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 코스타리카에 이어 서서히 여행지로 각광받는 니카라과를 '제2의 코스타리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두 나라는 국경만 마주하고 있을 뿐 사람도 자연도 도시분위기도 정말 다르다.
특히나 니카라과에는 코스타리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스페인풍 콜로니얼 도시들이 있으니
대표적인 두 도시가 바로 이곳 그라나다와 다음에 가볼 레온.
코스타리카는 산이 하도 많아서 별로 못 건드렸나.
그라나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아침, 점심 다 거르고 움직인 탓에 뭐라도 먹자고 광장 주변에 나와봤다.
노오란 성당이 있는 광장을 보자마자 떠오른 건 과테말라의 대표적인 콜로니얼 도시 안티구아.
광장 주변에 늘어선 마차들 하며.
니카라과 와서는 자꾸만 과테말라가 떠오른다.
광장 모퉁이마다 음식점이 있었는데 그 중 현지인이 가장 많아 보이는 곳으로.
여긴 가게 이름이 뚱뚱이네ㅋㅋ
중남미에서는 뚱뚱하다는 뜻의 gordo라는 단어를 참 아무렇지 않게 쓴다.
남자고 여자고 좀 통통하다 싶으면 "걔 있잖아, 뚱뚱한 애" 아니면 "어이, 거기 뚱뚱한 애!" 이런 식으로 막 "gordo/gorda"라고 부르는데
한국이나 서양에서처럼 딱히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지도 않고 불리는 사람도 별로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니카라과의 전통음식 중 처음 먹어보는 vigoron.
유카 삶은거 위에 양배추 샐러드를 잔뜩 올리고 튀긴 돼지껍질과 함께 먹는다.
맛은 꽤 신기해서 한 번 쯤 먹어볼 만은 한데 이거 먹고 또 배가 아팠다.
먹을 때부터 어째 찜찜하더만-_- 땀으로 쏟고 배 아파 쏟고 온 몸의 진액이 쫙쫙 빠져나가는구나 하아.
하도 더우니까 빙수처럼 얼음 갈아 시럽을 뿌려 먹는 간식 또한 니카라과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얼음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갈아주는건 볼만 한데 시럽맛은 실패!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린 둘 다 안티구아를 별로 안 좋아했다.
도시 자체는 예쁘장하지만 과테말라의 다른 곳이나 보통 사람들 사는 모습과 괴리감이 느껴지던 동네.
알록달록한 광장 주변의 관광객만을 위한 비싼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것도 별로.
그라나다는 그런 안티구아의 모습을 참 많이 닮아있었다.
도시 한 켠 자리잡은 관광객 거리에는 그야말로 값비싼 바와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는데
건물 색깔만 알록달록하지 진짜 이 도시만의 개성은 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신기했던 곳은 마을의 재래시장.
숙소가 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중심지를 오갈 때 늘 지나가야 했던 시장 풍경.
복작복작 먼지냄새 사람냄새 나는 시장.
이런 골목과 허름한 집들과 구정물이 흐르는 개울을 지나 도착하는 여행자 거리는 그래서 더 인위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달라.
다음날 아침
여기저기서 평이 좋았던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었는데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맛도 별로라고 돈 아까워하던 오빠.
차라리 이 가격이면 코스타리카에서는 훨씬 맛있는 커피에 배부른 한 끼를 먹었을텐데ㅠ
해가 뜨거워지기 둘러보자고 나왔는데 이미 뜨끈뜨끈!
그래도 오늘은 알록달록한 건물들 지나 호숫가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도시 곳곳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성당이 여럿 있는데 더워서 다른 데는 못 가보고 이거 하나.
야구하던 사람들.
니카라과 오니 동네에서도 야구하는 꼬마들, 야구 배트 들고 다니는 청년들이 자꾸 보인다.
여기는 축구보다 야구인가.
lake nicaragua.
지난번 오메테페 섬이 있던 그 호수. 호수가 크긴 정말 커서 여기 그라나다까지 이어져 있다.
별로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이 근처 섬으로 가는 투어상품도 있고
하려고 맘 먹으면 할 건 많을지도 모를 동네.
하려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더위가 함정ㅋㅋ
뜨거워진 태양에 너무 힘들어서 다시 숙소로 후퇴!
오늘도 제일 재밌는 건 동네 시장통.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시장으로 가시라!
니카라과 와서는 땀을 엄청 흘려서 매번 티셔츠를 갈아입을 수가 없어서
그냥 잘 말렸다가 다시 입고 또 입고 하나만 집중공략ㅋㅋㅋ 일명 땀복ㅋㅋㅋ
섬유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그래서인지 옷가게 엄청 많다.
다행히 이번 숙소에는 선풍기가 있어서 선풍기 아래 앉아 과일이나 깎아먹으며 남은 하루를 보냈다.
코스타리카랑 똑같이 장 봐도 반의 반도 안 나오는 행복한 니카라과.
과일값도 무지 싸다. 특히 메론, 수박, 파인애플처럼 크고 물 많고 한국에선 비싼 과일들!
더위 먹은 나를 보고 힘내라며 오빠가 선곡한 노래
"하!지!만! 힘을 내 이만큼 왔잖아~"
아니 지금 나보고 소녀시대 목소리에 힘내라는겨?ㅋㅋㅋㅋㅋㅋ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은 오빠와 달리
나는 목표가 있거나 최종적으로 기다려지는 목적지가 있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좋아할 것도 없지만
그냥 오늘도 이 사람 덕분에 한 번 더, 아니 백 번 더 웃는다.
딱히 돌아가는 날이 기다려지지 않아도
가서 같이 냉면 먹고 빙수 먹을 생각에 또 웃는다.
함께니까.
그저그랬던 그라나다,
다음은 같은 콜로니얼 도시지만 훨씬 좋았던 레온으로 힘내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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