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버스를 타고 메리다의 도착하니 새벽 5시.
빨렌께부터 8시간- 계속 반복된 이동탓에 허리가 아프다ㅠ
해가 뜨길 기다렸다가 버스터미널을 나와 숙소를 찾았는데 다행히도 이번 숙소는 깨끗하고 마음에 든다!
메리다는 멕시코에서 마야인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유카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큰 도시.
근처에 치첸이샤 같은 유명한 유적지도 있지만 나중에 깐꾼에서 갈 수도 있고
일단 우리는 체력을 위해 메리다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덕분에 메리다에서는 딱히 한 일도 없고 사진도 별로 없다ㅎㅎ
하지만 덕분에 빨렌께에서부터 오빠가 감기기운으로 몸이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졌다.
짐 싸면서 스스로 직업병이라고 놀려대며 바리바리 싸온 한약들이 여행에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도착하자마자 간만에 따뜻한 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뒹굴뒹굴 쉬다가
주인 아주머니한테 이것저것 묻는데 밖에 음악소리 들리냐며 당장 나가보라고 하신다.
Dia de Revolucion! 혁명기념일 축제야. 피곤해도 잠깐이라도 가서 보고 와!
Por favor! (뽀르빠보르는 플리즈~)
무거운 다리로 터벅터벅 길을 나서 음악소리를 따라갔더니 중앙공원 근처에 인파가 몰려있다.
학생들, 어른들이 단체별로 참가해 이것저것 장기를 뽐내는 행렬이 이어지는데
한 팀에서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이어지는 여러 팀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멕시코, 과테말라 여러 곳에서 강남스타일을 들어왔지만 혁명기념일에도 강남스타일이라니! 어쩐지 신기하다ㅎㅎ
쉬어가는 메리다지만 한인 박물관만큼은 찾아가보기로 했다.
지난번 띠깔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소설 검은꽃을 통해 알게 된 한인들의 멕시코 이민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위치는 65번 길 - 397
1905년에 미국처럼 잘 사는 나라 멕시코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제물포에서 멕시코행 배에 오른 1000여명의 사람들은
사실상 일본-영국계 회사에 속아 기온이 40도가 넘는 메리다 근처 농장에 노예로 팔려와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전혀 다른 나라에서 매질을 당해가며 혹독하게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후손들이 그 분들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예전에 1세대 할아버지들이 살던 집을 개조해 2005년에 작은 박물관을 세웠는데
처음 이 땅에 건너온 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한국 이름 그대로, 누군가는 멕시코식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림 속 작물이 애니깽이라고 온 몸에 상처가 나면서 수확해야 했던 작물.
밧줄이나 지금의 플라스틱 용도처럼 쓰일만큼 억세고 강하다고 한다.
4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안고 살았는데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돌아갈 고국을 잃고
또 못된 지주들이 여권을 찢어버려서 돌아가지 못했고
6.25전쟁 이후에는 가족들이 어디에 사는지 살아는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야 했다고 한다.
1000여명 중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람은 단 4명 뿐이고
스페인어 교수가 되어 돌아간 1명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갈 수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박물관을 지키고 계신 이민 3세대 제니할머니.
한국어는 못하시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배운 한국 음식은 매일 같이 드신다며
우리에게 김치를 꺼내주셨다!!!!!
멕시코 메리다에서 과자와 콜라와 김치를 먹게 될 줄이야!!!!!
고맙습니다 할머니!!!!!!!!
정말 열성적으로 땀을 뻘벌 흘리며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신 할머니.
이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고향을 그리워하던 할머니의 할머니가 떠올라 그렇게 눈물이 나셨다는데.
박물관에 비치된 할머니의 할아버지 자료에서 한자로 적힌 황해도 출신이라는 내용을 읽어드렸더니 너무너무 기뻐하셨다.
지도에서 황해도를 찾고, 황해도를 영어로 적어달라고 하시고.
우린 둘 다 평소 애국심이 강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듣기만 해도 화가 나고 슬퍼졌던 이민 역사.
농장에서 풀려난 뒤 많은 한인들이 메리다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게 되었는데,
밤이면 술집에 모여 울면서 제물포를 외쳐 술집 이름이 제물포로 바뀌고 그 자리가 지금은 제물포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57번과 72번 길이 만나는 곳에서 볼 수 있는 El Chemlpo
밤의 도시 메리다는 낮에 놀고 밤에 쉬는 다른 멕시코 도시들과 달리 낮에 쉬고 밤에 구경하기 좋은 도시!
밤에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행사로 낮보다 밤에 보는 거리와 광장이 더 아름답고 밤거리가 훨씬 활기차게 느껴진다.
밤이면 이곳저곳 공원에서 매일 다른 행사가 열리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사람들.
신기한 것은 음악의 리듬이 살사에서 차차차에서 룸바로 계속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리듬에 맞춰 모든 곡을 소화해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정말 평생 춤을 춰온 사람들이라 다르긴 다른가보다!
레스토랑에서도 라이브 공연
멕시코에 다시 왔으니 따꼬도 따코지만 유카탄 지방만의 전통 요리들에 도전!
돼지고기 구이 Poc-chuc
또르띠야 위에 계란후라이, 다른 재료와 양념을 올려먹는 Huevos motulenos
따꼬와 조금 다른 Panucho와 Salbute
칠면조 스프와 전통 소스로 요리해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찐 닭요리
유카탄 전통복장 입고 또르띠야 구우시는 아주머니
전통요리로는 가장 유명한 곳이 La Chaya라는 레스토랑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들로 북적인다.
메리다와 와서 느낀게 이전 와하까나 치아파스와는 전혀 다른 물가.
음식값도, 커피값도, 하다못해 편의점 과자값도 다 비싼데ㅠ 깐꾼 근처가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ㅠ
암튼 그래서 계속 가격에 후덜덜하다가 큰 맘 먹고 La Chaya에 가봤는데 결과는 대만족! 정말 맛있다!
이 레스토랑 이외에는 중앙공원 이외에 외곽 공원 근처나 시장에 가면 저렴한 먹거리들이 있어서 한두개씩 시도해보기 괜찮다.
전통요리는 아니지만 아보카도가 풍부한 동네라 시켜본 아보카도 피자!
유카탄 마르가리따와 맥주에 레몬즙과 소금을 뿌려먹는 chelada
그냥 야금야금 마셨는데 생각보다 술이 세서 둘 다 훅 가 버렸다ㅎㅎ
처음 두 날이 너무 흐리고 비가 와서 바닷가에 가도 이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지막 날 해가 쨍쨍해지니 날씨도 더워서 안심이 되었다.
바다로 갈 시간이 되었구나 히히
쉬어가는 메리다라 사진도 글도 엉망이지만ㅠ
여기서 충전한 에너지로 카리브해를 쌩쌩하게 만나야겠다!
과테말라 플로레스에서 없어진 오빠 쪼리도 메리다 시장에서 저렴하게 득템하고
레어아이템 체 쪼리 50페소
월마트에서 만난 반가운 초코파이로 힘!
(전날 아웅 한국에선 좋아하지도 않는 초코파이가 먹고 싶네~ 이랬는데 바로 다음날 발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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