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스터섬이 가물가물하지만 다시 칠레!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사막 산페드로 데 아따까마 (호스텔에서도 너는 지금 가장 건조한 사막에 있어! 물을 아껴써야 해! 라고 엄청 강조함)
리마에서 이스터섬 갔을 때는 별 느낌 없었는데,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오니 같은 사막인데도 엄청 다름을 실감한다.
여권에 볼리비아 도장 꽝 찍고 미리 여행사에서 연결해준 칠레 승합차에 올라타면 그곳부터 칠레.
(바로 칠레 입국사무소에 갈 줄 알았더니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 아따까마에 가서야 사무소가 나타났다. 빡센 세관절차와 함꼐)
하지만 칠레 아저씨들은 우리 표에 적힌 것과 다른, 이미 꽉찬 승합차 통로 보조석에 우리를 구겨 앉혔고
2박 3일동안 비좁고 덜컹거리는 지프차에서 불편했던 오빠는 칠레에서도 목받침 없는 의자에 앉아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다(진짜 화냈음ㅋㅋ)
그래도 갑자기 뻥 뜷린 아스팔트 도로 덕분에 그런 의자에 앉아서도 꾸벅꾸벅 잘 졸다가 입국사무소에 도착하니
방긋방긋 웃으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우리를 반겨주네. 칠레구나.
이제 후덜덜한 물가가 우리를 반겨주겠지? 엉엉
내가 차에서 자는 동안 엄청 내려왔다고 오빠가 얘기해줬는데, 내려보니 정말 차가운 바람은 온데 간데 없고 푹푹 찌는 날씨.
여기도 2000m는 되는데.
나는 원래 더운 것도, 사막도 정말 좋아라 하는데! 몸이 힘드니까 그 더위가 너무나 힘들게만 느껴졌다.
미리 인터넷으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도미토리를 예약해뒀는데 제대로 보니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저렴한 거라고 해봤자 비좁은 도미토리가 1인당 19달러 정도. 볼리비아에선 화장실 달린 더블룸을 둘이 묵고도 남을 돈인데 엉엉
아따까마가 워낙 작아서 멀어봤자긴 한데 길도 모르고 (실제 호스텔은 진짜 구석에 숨어있었음) 오랜만에 엄청 헤맸다 물도 없이 휴
그나마도 서로 멀리 떨어진 방에 각각 침대 2층. 2층도 그냥 2층이 아니라 앉아서 고개도 들 수 없게 천장과 맞닿은 2층ㅠ
볼리비아에서 좀 쉬고 왔겠다, 이제 우리의 계획은 열심히 기나긴 칠레를 내려가 빨리 호수와 파타고니아 지역에 입성하기!
아따까마도 오래 있을 생각이 별로 없어서 도착 당일 오후 느즈막히 시작하는 달의 계곡 투어를 다녀오고
다음날 바로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로 고고씽하기로 했다.
다행히 여행사들이 엄청 많아서 짐을 풀고 나와 어렵지 않게 당일 4시 투어를 찾았고 (7000페소, 입장료 별도)
생각해보니 새벽 5시 이후에 먹은게 없어서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피자를 몇 조각 입에 물었다. 하지만 그게 화근ㅠ
4시에 시작하는 달의 계곡 투어 전에 다음날 산이타고로 가는 24시간짜리 버스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버스회사들이 시에스타라고 다 문을 닫고 4시가 되어야 연다는 것.
투어에서 다녀오면 문이 닫혀있을거고, 아침에 와서 사자니 까마가 없을 것 같고 (미리 알아봤을 때 다음날 까마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상태)
이 몸상태로 세미까마를 타자니 24시간이 끔찍하고.
그래서 좀 무리지만 나는 4시까지 기다렸다가 표를 사서 조금 늦게 가고, 오빤 미리 여행사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투어 버스를 잡아놓기로 결정.
했지만 그늘도 없는 버스회사 앞에서 30여분을 서서 기다렸는데 4시가 넘어도 문을 열 생각을 안 하네 이런ㅠ
결국 4시 10분까지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여행사까지 허겁지겁 뛰어가 투어버스에 올라탈 수 밖에 없었는데- 두둥-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오우 노우
그 뒷이야기는 구구절절 쓰려고 했으나 별로 상큼하지 않고 길기만 해서 요약하자면,
차는 이미 출발을 했고 푹푹 찌는 사막 한 가운데서 이뤄지던 투어 도중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구역감에
달의 계곡 코 앞까지 참다가 결국 포기를 선언하고 돌아왔다는 것.
그 와중에 금방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다음날 산티아고행 버스 티켓을 끊어놓고(무슨 자신감이래!) 호스텔에 들어왔는데
며칠 전부터 있던 물갈이증상, 복통, 약간의 고산(고산은 꼭 절대적인 고도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몸상태에 따라 고도에 대한 적응도가 매번 달라짐),
피로, 일사병, 체기가 겹친건지 쉬어도 상태는 좋아질 줄을 몰랐고 그날 밤새 나는 2층 침대를 오르내리며 여행 시작 이래 최고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방에 있었던 오빠를 아침이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찾아가 깨우고
그날 반드시 24시간 버스를 타야했으므로 침 맞고 약 먹고 집중치료 시작
그래서 무사히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에 도착했다는 해피엔딩스토리^^* (허선생님 짱!)
무려 52100페소(10만원 좀 넘음)나 하는 24시간 버스에선 예상과 달리 끼니 때마다 터미널에 멈춰줄 뿐 먹을걸 주지 않았고
먹을 수도 먹을 것도 없었던 나, 돈 주고 사먹기는 아깝다고 끝까지 버티던 오빠
이렇게 두 사람은 근 48시간동안 기아체험도 해봤다는 이야기^^*
'
그래서 오늘 포스팅은 사진이 달랑 3장!
달의 계곡은 보지도 못했답니당! (난 많이 아쉽진 않지만 오빠 미안ㅠ)
여행을 하다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고 어쩔 수 없이 놓치는 것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예전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어진 상황과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시간들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만나는 어떤 사람들은 '어디어디 안 갔어요? 어휴 거기 진짜 좋은데' 하면서 자신의 경험만이 최고인냥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결국 여행은 경험하는 각자의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즐기며 가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물론 일상의 삶도. Live your own adventure;)
휴 이제 바닥 한번 쳐줬으니 에너지 빵빵하게 충전해서 남쪽 끝까지 쭉쭉 쏴줘야지! 기다려라 파타고니아!
암튼 지금은 산티아고에서의 네번째 밤- 잘 쉬고 한국 음식 해먹으면서 회복 중!
오늘은 한인마트 가서 떡 사와서 떡국 해먹고 드디어 한 살 더 먹었습니당!
오빤 이제 삼십대 중반, 난 아직도 이십대 음하핳하
'지구별살이 121314 > Chi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150] 남쪽으로! 아름다운 호수마을 Pucon(푸콘) (0) | 2013.05.30 |
---|---|
[Day 149] 칠레 와이너리 투어, Concha y Toro (0) | 2013.05.29 |
[Day 146] 산티아고에서의 외출, 항구도시 Valparaiso (0) | 2013.05.29 |
[Day 142-149] 3월 초, 가을바람이 불어오던 칠레의 Santiago (1) | 2013.05.28 |
[Day 101-105] 모아이보단 하늘! Rapa Nui, Isla de Pascua, Easter Island (3) | 2013.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