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로이가 있는 엘찰튼으로 향하는 길, 뭔가 역사가 엄청 깊다는 호텔 앞에서 쉬어갔다.
아르헨티나에서 타본 버스 중 가장 쾌적했던 버스 또레스 델 파이네ㅎㅎ
엘 칼라파테-엘 찰튼은 겨우 3시간 거리, 오전 오후 버스가 있는데 늦잠 자고 뱅기표 사느라 오후 버스를 탔다.
엘 찰튼은 아주 작은 마을이라 보통 다음 도시로의 이동을 위해 왕복표를 사고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곳은 아르헨티나. 관광지 버스표 가격은 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히치하이킹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우리가 지구 어느 곳에 서 있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구마구 설레던 시절.
우슈아이아를 찍고 더이상 내려갈 남쪽이 없다는 사실에 (남극은 돈 더 벌어서 와야하므로ㅠ) 여행이 끝난 것 마냥 울적해지기도 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씽씽, 저 멀리 피츠로이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짠! 늘 구름에 둘러싸여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피츠로이가 멀리서부터 너무 쉽게 모습을 드러내고 우릴 반겨줬다.
안녕안녕!
버스가 마을에 진입하기 직전 모두 국립공원 안내소에 내려서 직원의 설명을 듣도록 되어있다.
주의해야 할 점, 동물을 만나면 알려달라는 내용 등
아르헨티나답지 않게ㅋㅋ 엘 찰튼은 입장료가 없다.
사실 모레노 빙하 들어갈 때 낸 국립공원 입장료에 포함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암튼 여기선 별도의 확인절차가 없다.
굳이 빙하가 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엘 찰튼만 와서 몇날몇일이고 마음껏 산에 올라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말!
실제로 우리가 만난 독일친구 폴카는 모레노 빙하는 패스하고 엘 찰튼에만 3주 동안 머물면서 온갖 트렉킹과 클라이밍을 즐겼는데,
엘 찰튼에 들어선 순간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린 왜 3일 밖에 엘 찰튼 일정을 안 잡고 왔는지, 왜 우슈아이아행 뱅기표를 미리 샀을까! 막 후회하면서ㅎㅎ
지나고 보면 그 때 우슈아이아에 가서 좋은 인연을 만났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엘 찰튼은 떠날 땐 정말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꼭 다시 갈꼬야!
날씨는 끝내주는데 이미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짧은 전망대 하이킹만 가볍게 하기로 하고 얼른 짐만 풀고 뛰쳐나왔다.
정말 흥분되는 마음으로 뛰쳐나왔음ㅋㅋ
3-40분 걸리는 코스로 안내되어 있는데 막상 그 정도도 안 걸리는 짧은 산책로다.
피츠로이 산맥이 한 눈에 들어오는 환상적인 시야를 자랑하는 곳이니 꼭 가보시길!
씐나씐나
시간상 역광인게 좀 아쉬웠지만 뒤에서 광채가 나는 피츠로이도 짱이었다. 눈으로 직접 보는게 훨씬 더-
역광이 아니라 해를 받는 피츠로이가 보고 싶다면 오전에 전망대에 오르면 될 듯.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만 가능할테지만!
어떤 산을 보고 이렇게 흥분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이틀 뒤 트렉킹으로 산에 올라 더 가까이에서 만난 피츠로이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암튼 처음이었다.
멍하니 앉아
대체 왜 그렇게 멋진건지, 뭐가 피츠로이를 멋지게 만드는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너무 멋져, 그랬다.
그리고 이 날 우린 드디어 처음으로 파타고니아의 콘돌을 봤다.
정말 크고 선명하게!
오빠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콘돌이었는데 히히
죠기 보이는 자그마한 마을이 엘 찰튼.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피츠로이. 이름도 어찌나 입에 착착 감기는지ㅋㅋ
라구나 또레와 피츠로이 트렉킹의 기대치 급상승! 남은 날이 더 기대되는 엘 찰튼의 하루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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