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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Argentina

[Day 164-165] 다시 아르헨티나. 진짜 빙하! 페리토 모레노 빙하!



W 트렉킹 마지막날 우리가 그토록 무리를 했던 건, 바로 다음날 El Calafate로 이동하는 버스표를 사기 위해서.

그렇게 다행히도ㅋㅋ 그레이산장에서 12시 반 배를 타고 나와 버스를 갈아타고 뿌에르또 나탈레스로 돌아오니 오후 4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전에 묵었던 숙소는 방이 없어서 소개해준 호스텔로 짐을 옮기고 대여장비 정리해 반납하고 바로 버스표를 사러 나갔는데 

망할 가이드북이 지도를 이상하게 그려놓은 덕분에 버스회사 근처에서 헤매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우린 눈 앞에서 마지막 남은 엘 칼라파테 행 버스표를 놓쳐버렸다. 

뭐 하루이틀 늦게 갈 수도 있는건데, 바로 눈 앞에서 다른 사람이 표를 사고 우린 못 사니까 그 순간의 빡침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ㅋㅋㅋ


여행 내내 한국 가이드북 백배즐기기는 잘못된 주소, 지도, 애매한 정보로 우리 속을 긁어왔는데

사실 거의 보지도 않으면서 가끔씩 한국어가 그리울 때 펼쳐보는 재미에 차마 버리진 못하고 있다가

이날 엄청 빡친 오빠 손에 바로 쓰레기통으로ㅋㅋㅋ


암튼 이제 비수기로 넘어가는 시점인데도 모든 버스표는 동이 난 상태(모두 오전 8시 30분 출발)임을 확인하곤

절망한 채 주룩주룩 비를 맞으며ㅠ 몇 군데 투어회사를 돌아다닌 결과

몇 천원 더 비싼 가격에 오후 4시 반에 출발해서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버스표를 구할 수 있었다.

밤에 도착하긴 싫지만 숙박비가 더 싼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자는게 낫겠다 싶어 결정.


막상 다음날이 되니 늦잠도 자고 오후까지 호스텔에서 푹 쉬고 괜찮았던 것 같다 흐흐

 


 



 


 



여행사 봉고는 우리 둘만 달랑 태우고 씽씽 달려 칠레와 아르헨 국경에 내려줬다.

또레스 델 파이네 오가며 쿨쿨 잠만 자느라 놓친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어서 넘 신났던 길!

이것이 파타고니아!



쉬운 아르헨 국경넘기. 도장 대충 쾅 찍고 버스를 갈아타고 쭉 달려 밤 10시가 다 되어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아르헨 버스답게 꽤나 불편했지만ㅋㅋ 나름 여행사버스라고 원하는 호스텔 앞에 내려주는건 좋았다. 

아르헨 호스텔답게 그 시간에 만원 정도 내고 소고기 닭고기 쵸리소 맘껏 먹을 수 있는 바베큐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차에서 너무 녹초가 되어버린 우린 식욕도 없고 아르헨 페소도 부족하고 그래서 그냥 패스ㅠ

다음날 모레노 빙하로 향하는 버스를 예약하고 곧장 기절했던 것 같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로 향하는 버스는 그냥 일반 버스인데 떠나고 돌아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_- 투어 같다.

오전 8시나 오후 1시 정도에 가는게 있는데 버스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 오후에 가야 빙하가 녹아서 무너지는 걸 많이 볼 수 있고 사람이 적어 좋다고 해서 우리도 고민을 좀 했는데

(보통 일찍 보고 저녁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음) 

결과적으로 이날 오후 날씨가 아주 꽝이라 오전에 가길 잘 한 것 같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오전에도 날씨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ㅠ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직원이 일제히 버스에 올라 입장료를 수거해 가는 것도-_- 아주 신선했다.


전부터 누누히 말해왔지만 참 받아들이기 힘든 아르헨티나의 관광물가.

모레노 빙하도 불과 몇 달 사이에 가격이 또 올랐다. 이것도 3개월 전이니까 지금쯤 또 올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2013년 3월 기준준 버스비가 125페소, 입장료가 130페소였음 (공식 달러-페소 환율이 5, 암환율이 8정도 되던 시절)


모두가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지만 그래도 안 보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지갑을 여는 곳.

우씨, 아르헨티나는 너무 좋은 자연을 많이 가지고 있어!!!


 


 



 


 


근데 하도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해서 빙하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배도 탔다-_- 1시간 남짓 걸리고 90페소.

사실 이거 안 타도 빙하에 엄청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꼭 타야 되나 싶기는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ㅋㅋ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더군다나 날씨가 추워서 빙하가 유난히도 안 무너지던 날 그나마 여기서 멋진 장면도 보고!

 


 



 


 


빙하바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른 곳에선 절대 해볼 수 없는 경험도 했고ㅋㅋ


 


 



 


 

난 배에 타 있는 내내 찬 바람에 눈물이 주룩주룩

정말 추웠다.


 


 


 


 



사진으로 보면 규모가 감이 안 오지만 고층아파트 같은 높이의 빙하다. 진짜 빙하!

 


 




 


 

빙하 위를 직접 걸어보는 투어도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패스.

 


 




 


 





 


 




 


 


 


 



이제 전망대로 가볼까?



 


 

 


 



전망대에서 바라본 페리토 모레노 빙하!

뒤로 쫙 펼쳐진게 전부 빙한데, 계속해서 매년 몇 cm씩 앞쪽으로 자라나고 있는 신기한 빙하다.

 


 



 


 


쬬기 개미같이 보이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어떤 규모인지 감이 오려나

 


 




 


 

빙하가 무너진 잔해들- 우르르쾅쾅 천둥소리가 나면서 무너지는 모습은, 뭐랄까 정말 시원하다. 

평소엔 눈 앞에서 이렇게 커다란게 무너지는 걸 볼 수도 없고 

계속 자라나고 있다니 무너지는 걸 보면서 온난화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ㅎㅎ

 


 




 


 


 


 



하지만 워낙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쉽지가 않았다ㅠ 날씨가 추워서 몇 번 보여주지도 않음ㅠ

좀더 보고싶어서 추운 바람에도 꾹 참고 앞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실패ㅠ


꽁꽁 언 몸도 녹이고 점심도 먹을 겸 카페테리아에 들어가 핫쵸코 한잔 시키고 싸온 샌드위치를 먹으려는데 

직원이 와서 외부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_- 음료도 주문했는데-_-

무너지는 걸 찍지 못해 속이 상했던 오빤 기분이 더 상해가지고는 애꿎은 나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레이빙하 갈 때는 안 되도 끝까지 해보더니 오늘은 왜 찍으려고 노력하지 않냐며. 헐ㅋㅋ



 


 


 


 



 


 



다시 버스를 타고 엘 칼라파테로 돌아오니 거짓말처럼 맑고 화창한 하늘.

우슈아이아로 향하는 저가항공편을 알아보러 LADE 사무실을 어렵게 찾아갔는데 (공터에 버려진 집처럼 있어서ㅋㅋ)

4시에 벌써 영업 끝났다고 퇴근하고 계셨다, 쿨하게 내일 다시 오라며ㅋㅋ 


적게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거, 나도 참 좋아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는데

막상 고객의 입장이 되고 보니 '아니 얘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데 이래도 되나? 왜 더 노력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 싶어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이곳은 라틴아메리카!

 


 




 


 


다음날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가서 직원이 출근하길 기다려ㅋㅋ 우슈아이아행 티켓을 끊었다.

역대 타본 비행기 중 가장 작고 당장이라도 추락할 듯한 엔진소음이 무지막지한 LADE 항공은 버스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기하지만

엘 칼라파테에서 환전할 곳을 찾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카드결제를 했다는게 함정ㅠ

덕분에 당시 아르헨티나에 대한 오빠의 미움과 우울감이 극에 달해있었음ㅋㅋ 

근데 사진 다시보니 모레노 빙하에서 엄청 신나 있었구마 뭘ㅋㅋ




우슈아이아는 며칠 후고, 일단 우린 엘 찰튼으로 향했다.

내 사랑 피츠로이를 만난 그곳, 엘 찰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