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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France

[Day 317-319] 배낭아 돌아와줘! 순탄치 않은 유럽자동차여행의 시작, Paris.



이제 진짜 유럽이다.











이제는 참 싫어하게 된 SAS에서 준 커피를 마실 때만 해도 참 설렜지.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북미를 나와 너무 추웠던 아이슬란드를 거쳐 따뜻한 신대륙(?)으로 넘어간다는 생각만으로.



미국 로드트립 이후 우린 둘다 자동차여행보다 무거워도 직접 배낭을 매고 걷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여기저기 알아봐도 둘다 유럽에서 기차로 할인받는 아름다운 나이를 넘긴지 오래고ㅠ 숙박비 비싼 유럽에서 오래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캠핑,

답은 다시 자동차여행이었다.



모두들 자동차 리스를 시작하는 빠히.

그래서 이번 항공여정은 아이슬란드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를 경유해 빠히까지.

오슬로에서 경유시간이 꽤나 넉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에서 한참이나 지연된 비행기, 

덕분에 오슬로에서 우린 조마조마 달려 빠히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빠히.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처음이지만 프랑스는 세번째.

항상 여행을 시작할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즐거운) 일들이 벌어졌던 여행지라 처음으로 오빠와 함께 하는 프랑스는 어떤 여행이 될지 참 궁금했다.

그래서 그날 비행기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까! 설렌다!" 뭐 이런식의 글을 일기에 적었던 것 같다.



나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였을까. 

진짜로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배낭이 안 왔어!!!

지연된 첫 비행기 때문에 서둘러 갈아탄 오슬로 비행기가 문제가 된 것 같다.



이전의 프랑스에 왔을 때만 해도 나는 생소한 프랑스식 사고방식이 너무 재밌고 맘에 들었다.

살아본건 아니라 제대로 아는건 아니겠지만, 뭐랄까 한국사람인 내가 느끼기에는 훨씬 더 자유분방한 사고방식, 자기 멋대로인 느낌.

하지만 이번에 느낀 프랑스식 일처리는 정말 -_-



원래대로라면 공항에서 나와 차를 찾고 파리에서 하루만 자고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던 우리의 계획.

짐문제로 항공사 직원과 이야기를 하는데 현지 연락처도, 주소도, 당분간 머물 호텔 같은 것도 있을리 없는 우리는 완전 멘붕이었다.

직원은 어찌 해주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금은 어디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내일까지 기다려봐야돼-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고.



'니 사정은 니 사정이지 내가 걱정할 바 아니야' 하는 태도에서 바로 이게 프랑스구나 싶었던 순간.

일단은 오늘밤 공항근처 호텔에서 투숙할테니 내일 오전까지 기다려보고 다시 방법을 찾기로 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나와 만난 우리 리스차, 르노 씨닉.

이름은 그냥 씨닉이다.


차를 만났지만 배낭 생각에 갑갑하기만한 차주.


갈아입을 옷도 샤워도구도 전부 그 배낭 안에 있는데ㅠ

짐처리 하느라 시간이 늦어 마트도 다 닫고 먹을 것도 하나 없이 쫄쫄 굶고

공항 근처 제일 싼 체인호텔이라 호텔에도 샴푸니 뭐니 아무것도 없어 씻지도 못하고 잠든 프랑스에서의 첫날밤.










예상대로 다음날 체크아웃 시간까지 항공사에서는 여전히 가방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_-

그렇다고 무작정 호텔에서 돈 쓰며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나중에 짐 때문에 든 비용영수증을 편지로 보내면 항공사에서 보상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믿을 수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일단은 체크아웃.

다행히 파리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가 있어 한국에 연락해 그 연락처 받아 항공사에 걸어놓고 볼 일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파리관광은 나중에 차 반납하고 할 예정이라 유일한 볼 일은 바로 이 캠핑카드.

유럽 내 acsi 가맹 캠핑장에 가면 12/14/16유로(성인 2명 기준)에 캠핑이 가능한 할인카드다.

성수기에는 적용되지 않는 캠핑장이 대부분이라 비수기에 유용한데, 특히 캠핑비 비싼 이탈리아-_-에서 아주 잘 쓰고 있다.


적용되는 캠핑장 위치와 주소 등이 정리된 책자와 함께 14유로정도, 책자를 편집한 잡지사에 직접 가서 살 수 있다.

단, 이 캠핑카드 때문이 아니라면 절대 가볼 일 없을 것 같은 동네에서 건물 주변을 막 서성이다가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야 했다ㅋㅋ

(주소: rue olof palme 6)











그리고 또다른 볼 일은 한인마트.

파리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인마트 덕분에 네비가 알려주는대로 갔을 뿐인데 

굳이 미리 보고 싶지 않았던 주요 관광포인트를 차 안에 앉아 다 보게 되어버린 날ㅜ


난 어차피 예전에 다 본거라 괜찮은데 오빠는 기대가 컸는지 이렇게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자기 보고 싶지 않았다면 매우 속상해했다ㅋㅋ

그래서 에펠탑만큼은 차에서 내려 보고 가기로- 8월이라 주변 주차는 무료!

















중간에 와이파이 접속해서 사촌오빠로부터 항공사에서 가방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


















신나는 마음으로 빵순이인 내가 무지 좋아하는 프랑스 바게트, 크로와상 품에 안고 사촌오빠 집으로 향했으나

얘네 일처리상 안 올 수도 있다는 사촌오빠 말처럼 그날 온다던 가방은 밤이 늦도록 오지 않았다 휴

가방 기다리며 와인만 홀짝홀짝.


결국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돌아온 배낭. 

으 어서 파리를 뜨자! 남쪽으로 고고!

















원래는 계획에 없었지만 사촌오빠의 추천으로 들르기로 한 르와르 고성지대.

시간이 늦어 캠핑장에 짐을 풀고 고성은 다음날 보기로 했다.


우리의 배낭은 어딜 다녀왔는지 알 길이 없고 그 사이 안에서 주방세제가 터져버린 덕분에 일단 다 풀고 말리기ㅜ

잘 보면 오빠 배낭 속 주요 아이템들은 전자기기 충전기들, 고마워 다 들어줘서ㅜ

그래도 없어진거 망가진거 없이 돌아와줘 고맙고 처음으로 춥지도 않고 이렇게나 따뜻한데 모기도 없이! 캠핑을 할 수 있어 감동했던 날.


휴 정말 정신없었던 3일, 지나가긴 지나가는구나.










그런데 프랑스 캠핑장 화장실 변기에는 왜 받침이 없어? 

휴지 없는 것 또한 프랑스 스타일이니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