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텐트 접다 나를 기절시킬뻔 했던 녀석!
텐트 접느라 허리 숙이고 얼굴이 바닥을 향해 있을 때 완전 10센치 거리에서 발견하고 놀라 자빠졌다ㅋㅋㅋㅋ
텐트 아래가 따뜻했나. 우리랑 같이 잤나보당.
뭘 그리 놀랐냐고? 가까이서 함 봐봐ㅋㅋ
우리가 갔던 루트로 이동할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피레네에서 카르카손으로 향하는 길목 어딘가, 혹시나 지나간다면 묵어가기에 괜춘한 캠핑장.
단돈 10유로에 와이파이 빵빵. 단 코인샤워라 샤워는 패스~
나는 프랑스가 세번째.
처음 프랑스는 빠히 근교와 현지 사람들도 가지 않는 서쪽 끝 시골마을에서 워크캠프로 3주를 보냈고
두번째 프랑스는 바로 다음해 스페인에서 바스크 지방을 따라 올라가 남서쪽 이름 없는 작은 마을들.
프랑스에서 이름 좀 있다 하는 관광지는 빠히 말고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아, 스트라스부르랑 니스는 가봤네.
프랑스에 다시 온다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사람들이 소위 '남불'이라 말하는 엑상프로방스, 아흘르(아를) 근처 동네였다.
전에 가본 니스 쪽 바닷가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던 터라 미련없이 패스!
오늘은 아흘르까지 달리기로 하고 가는 길 중세성벽마을로 유명한 카르카손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어디든 도로 옆에 쉴 곳이 많았던 프랑스의 도로들.
여기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카르카손!
커다란 성 마을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없고
일단 들어가면 각종 레스토랑과 기념품가게 호텔들이 즐비한 관광지.
내성에 들어가는 건 별도의 티켓이 필요하다.
사실 성 밖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이 보고싶어 가보기로 한거였는데, 그런건 다 공중에서 찍었는지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길이 없다.
작아서 금방 보고 아흘르까지 달려 달려!
학생 때 남들 하는 흔한 찍고 찍는 유럽여행, 그렇게 대충대충 보는거 싫다고 안 했는데 정작 자동차여행 하면서 그렇게 대충대충 보고 다니고 있다.
왠지 차도 리스했는데 한곳에 오래 머물기도 아깝고 아직까지 오래 머물고 싶을만큼 매력 있는 장소도 없었고.
아침에 눈 뜨면 아침 먹고 씻고 텐트 접고 달려서 어딘가 보고 또 달려서 캠핑장 찾아 텐트 치고 밥 해먹고 씻고.
그러고 나서 텐트 안에 들어가 누울 때면 둘다 끄으응- 신음 소리가 절로 났다.
여행을 하는건지 일을 하는건지 쉴 시간도 없고 이상할 정도로 바빴다 정말 이게 뭔지ㅋㅋ
차에서 멍 때릴 시간도 없이 운전까지 해야 했던 오빠는 이 때쯤 어디선가 정말 쉬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때 그 금방이라도 눈물을 똑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네.
독일 가면 친구집 갈거니까 그 때 쉬자며 다시 힘을 내어보고. 얍!
역대 최고로 모기가 많았던 아를 캠핑장에서 맞는 아침.
드디어 반 고흐의 마을 아를이다. 원래는 '아흘르'라고 해야 현지 발음에 더 가깝지만 그냥 편하게 아를.
오늘은 토요일, 바로 아를에서 가장 큰 장이 열리는 날이다.
반고흐보다 시장! 오전에 시장을 먼저 둘러보기로.
남부에 오니 훨씬 더 강렬하고 다채로워진 색감의 음식들!
와인에 곁들일 치즈도 좀 사고
스페인과 가까운 동네라 그런지 빠에야를 많이 팔고 있었다.
오늘 점심으로 당첨!
잘은 몰라도 음식을 봐도 그렇고 위치상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음식과 문화가 많이 섞인 것 같은 느낌.
반 고흐는 이곳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한걸지 더 궁금해진다.
예술도 미술도 문외한이지만 반고흐 그림만큼은 참 좋아라 하는 우리.
이제 본격적으로 반고흐의 흔적을 따라 걸어보기로!
이렇게 반고흐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곳에 가면 그의 그림과 함께 설명이 붙어있다.
여긴 그 유명한 정신병원.
여긴 그 유명한 카페.
카페는 반고흐가 그림을 그렸을 때 모습 그대로 잘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글쎄.
고흐는 달빛과 별빛 아래 반짝이던 건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을 것 같은데
건물이 너무 그림 속과 똑같은 샛노란 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좀 의외였다고 할까.
별로 운치도 느낌도 없고 그냥 그림만 좋다.
그래도 기념샷.
원래는 저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하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었지만 분위기도 별로고 비싸기도 넘 비싸서 패스.
근처 조용한 골목의 작은 카페에서 잠깐의 휴식.
고흐 그림의 배경이 된 장소를 몇 군데 더 찾아봤지만 볼수록 그냥 고흐가 천재인듯.
고흐가 느낀 거리의 정취와 그 때의 햇살과 공기는 그냥 그의 그림 안에서 느끼는 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고흐는 어떤 차림으로 이 자리에 서서 어떤 기분으로 그림을 그렸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꽤 재미난 일이었다.
배가 고팠을까 술에 취해있었을까 허름한 모습으로 길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름없는 화가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막 비웃음을 샀을까, 그 때는?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빠에야를 먹고ㅋㅋ
여름 끝물인데 여전히 뜨거웠던 태양.
반고흐만 알고 왔는데 뜨거운 태양과 도시 곳곳 남아있는 로마의 흔적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투우경기 광고차량이 하루종일 도시 곳곳을 누비고 다니고 기대와 달리 너무 촌스러워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던 아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와서일까, 도시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던데.
우린 기대와 달리 촌스러워서 재미있고 기대와 달라 고흐라는 사람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더 감탄하고 간다.
아를에서 나와 엑상프로방스 캠핑장에 짐을 풀었다.
여기는 남쪽으로 마르세유, 니스 등 유명한 바닷가 마을이 이어지는 Cote d'Azur 지방.
이번에 여기 바다는 안 갈꺼지만 바다에 왔으니 해산물은 먹어봐야지.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해물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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