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Genova까지.
스위스 제네바 아니고 이탈리아 제노바! (이탈리아 친구 말에 따르면 유럽 애들도 이거 헷갈려서 기차 잘못 타고 그런다고ㅋㅋ)
프랑스 동쪽에서 이어지는 이탈리아 북부의 지중해 도시들이 있는 Liguria주의 주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기도 갈 계획은 없었다ㅋㅋㅋ
브라질에서 우리가 놀고 먹고 자던 플로리빠. 우리를 재워줬던 마르코스를 기억하시나요?
그 때도 썼을 것 같지만 마르코스는 칠레 출신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자란 친구였는데 마르코스가 자란 도시가 바로 제노바.
우리가 이탈리아 간다니까 마르코스가 우리 엄마집에 가면 엄마가 좋아할거야! 했고
마침 우리가 가려고 했던 친퀘테레 가는 길에서 조금 벗어난 마을이길래 가기로 했는데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엄마가 바쁘셨는지 갑자기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우리도 인터넷도 잘 안되고 찾아가기 애매해서 차라리 잘 됐다-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오랜만에 페북에 들어갔더니 마르코스가 제노바 사는 자기 친구한테 우리가 찾아갈거라고 얘기 다 해놓고
우리한테는 연락해보라는 메세지만 남겨놓았네ㅋㅋㅋㅋㅋㅋ
원래 루트에서 꽤 많이 벗어났지만 (더군다나 고속도로를 안 타는 우리로서는 보통 생각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므로) 재밌겠다 싶어 콜!
근데 그 친구는 직딩이라 평일에는 바쁘니까 금요일에 오라했고 금요일 퇴근시간 이후로 가려다보니 시간이 남아버렸다.
그래서 제노바로 향하는 길에 둘러보게 된 오늘의 지중해 도시들.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 (Santa Margherita Ligure), 포르토피노 (Portofino), 그리고 카모글리 (Camogli).
어제 이미 바닷가 근처까지 이동해서 캠핑을 해서 오늘은 아침부터 해안도로 따라 드라이브!
꽤나 점잖았던 저기 북부 산악지대 운전과 달리 산 좀 넘어왔다고 많이들 터프해지셨다.
더군다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요리조리 추월해오는 오토바이들과 불쑥 튀어나오는 자전거와 보행자들.
운전 젠틀하게 하는걸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오빤데도 진땀이 뻘뻘 나도 자꾸만 깜짝깜짝.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던 것 같다.
전날 캠핑장에서도 이전 산악지역에서 만난 이탈리안들과 사뭇 달랐던 사람들의 표정과 태도ㅋㅋ
다들 우릴 보면 신기하고 궁금하단 표정을 숨기질 못하고 그러다 와서 "너네 차 번호판은 왜 빨간색이야?" 묻고
바닥에 앉아서 밥 먹으니까 의자는 필요없냐 묻고 거리낌 없이 맛있게 먹으라며 덧붙이는 "치노"
(스페인어로 중국인이라는 뜻인데 남미에서 그랬듯 얘넨 그냥 동양인을 그렇게 부름)
많은 자동차여행자들이 이탈리아에 오면 한국에서 운전하는 기분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달릴 때 빨리 가려고 추월은 좀 해도 놀라울 정도로 잘 지키는 신호. 한밤 중에 보는 사람 하나 없는 도로에서도.
그리고 보행자들이 그렇게 막 튀어나올 수 있는 이유도 차들이 보행자를 무조건적으로 배려하기 때문.
물론 이건 우리가 다녔던 북부에 한해서. 안 가본 악명높은 남부는 잘 모르겠음!
슬슬 모습을 드러내는 마을!
첫번째 도시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 (Santa Margherita Ligure)
보이는 바와 같이 지중해 휴양도시. 바로 이틀전 눈 내리던 돌로미티를 떠올리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지중해는 지중해구나!
근데 보이는 것보다 더 부자들이 오는 고급 별장과 리조트가 즐비했단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포르토피노(Portofino)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포르토피노는 여기보다 더 고급 휴양지라 주차비가 어마어마 하다길래 여기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고 다녀온건데
여기 주차비도 만만치가 않아서 다녀와서 계산해보니 버스비 생각하면 그게 그거더라-_-
암튼 비싸다고 소문난 포르토피노 가기 전에 대충 점심만 해결하고 가기로 하고 골목탐험!
어딜가든 맛있는 음식은 신선한 제철재료에서 나오는 법!
우리가 갔을 때는 버섯이 최고인 시즌.
곧 가게 될 제노바는 포카치아의 원조!
이탈리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포카치아지만 이 근방에서는 더 흔하다.
배고파
배를 채우고 도착한 포르토피노 (Portofino)
이 근방에선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알려진 제노바를 제외하고는 휴양지로는 가장 잘 알려진 마을 중 하나.
지도로 보면 툭 튀어나온 반도 끝에서 다시 쏙 들어간, 우리말로는 '곶'이라 하는 그런 지형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휴양지라고 해도 좀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면 고급 요트들이 가득.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부터 명품샵들이 이어져있고 주차비도 그렇지만 레스토랑 가격도 헉 소리 나오는 완전 관광지였다.
물에서 놀고 싶어도 비치는 없고 요트 타고 나가야 하고 암튼 좀 실망이당.
점심 먹고 와서 다행이라면서 그나마 좋았던 언덕 산책로로.
마을 언덕에 성이 하나 있어서 그리로 향하는 산길을 걸으며 바다를 볼 수 있고
조금 더 멀리 벗어나면 국립공원으로 이어진 트렉킹 코스도 맛볼 수 있다.
근데 요트, 쫌 타보고 싶다ㅋㅋㅋㅋ
지중해의 태양은 어찌나 뜨거운지,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땀이 뻘뻘 나서 바로 젤라또!
이탈리아 와서 거의 매일 젤라또를 시도해봤지만 별로 시원치 않았던 그 맛 (우린 맛없음 사진도 안 찍어줌ㅋㅋ)
그러다 드디어 찾았다, 맛있는 젤라또!
젤라또가 포르토피노를 살렸군.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 고급 휴양지는 아무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인가.
깐꾼만 엄청 그리워하다가 다시 산 마르게리따로 돌아왔네.
차를 끌고 이동하던 중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
멀리서 바라본 마을은 상상 속의 이탈리아 지중해 마을들과 닮아있다.
이번에는 까모글리 (Camogli)
전보다 탁 트인 바다에 우리가 원하는 한적함까지.
리구리아의 지중해 도시들 중에는 가장 맘에 들었던 곳.
로컬들도 여길 많이 찾는지 며칠 후 친구들이랑 다시 한번 오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음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오는 거였는데.
우린 더위에 지쳐 커피 한잔 하고 또 포카치아 먹으러ㅋㅋ
제노바의 또다른 별미, 페스토.
이 동네의 알록달록한 건물들, 자세히 보면 건물장식부터 창문까지 가짜가 많다ㅋㅋㅋㅋ
그림으로 나름 입체감을 살린 그들만의 센스. 그들도 덥고 귀찮았겠지ㅋㅋㅋㅋ
이렇게 우릴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이탈리안들, 이제 진짜 이탈리안 친구 만나러 제노바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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