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자동차로 여행하면 요렇게 귀여운 녀석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
오스트리아를 떠나 체코로 향하는 길
가을의 포도밭이 이렇게 노랗고 예쁜 줄 처음 알았다.
덕분에 즐거웠던 드라이브!
체코 국경을 넘자마자 비넷구입.
처음으로 스티커로 붙이는 비넷 받았다고 좋아라!
우리가 향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체코 동남부의 브르노(Brno)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큰 제 2의 도시라는데 공업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우리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큭.
다음 목적지는 폴란드. 폴란드에서는 쿠바에서 만난 친구집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친구가 주말에 오면 좋겠다 해서
주말까지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오스트리아는 물가지옥이고 체코나 폴란드에서 루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도시들 중 당첨!
정보도 없고 별 기대도 없었는데 역시 체코답게 알록달록한 건물들.
체코는 유럽연합이지만 화폐는 체코 코루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단 환전부터. 유럽이지만 동유럽에선 잘 확인해야 함ㅠ
길거리 환전소가 첨에 안 보여서 은행 들어가서 했다가 커미션 엄청 떼였다-_- 나중에 보니 길거리 환전소도 많고 환율도 더 좋고-_-
환전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나라들이나 지금처럼 유럽 근처에 있는 모로코에서는
관광객들에게 1유로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애매한 환율, 애매한 계산으로 1-2유로쯤 대충 더 받아먹으려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단위가 작아서 그런지 유로 쓰는 나라 관광객들이 그래서 그런지.
암튼 1유로면 우리한텐 1500원 정도니까 결코 작은 돈이 아닌데 "뭘 1유로 가지고 그래~" 이럴 때마다 진짜 짜증난다ㅠ
막판이 되어 그런지 실갱이도 귀찮아서 에잇 더럽다 그냥 가져라! 하고 줘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1페소라도 더 깎으려고 실갱이 하던 남미에서의 모습이 떠올라 괜히 남미한테 미안해짐 흑흑.
걷다보니 광장에 시장. 꽃 컬러도 남다른 체코ㅋㅋ
언덕으로 더 올라가면 페트로브 성당도 있는데 사진이 별로라 생략. 더 유명한 슈필베르크 성도 있지만 거긴 귀찮아서 안 갔다.
자동차와 트램이 함께 달리는 도로, 첨에 가선 어디서 달려야 하는지 특히 교차로에선 완전 정신없었다.
남는 시간을 체코에서 보낼까 폴란드에서 보낼까 하다가 체코를 고른 이유는
하루라도 더 빨리 체코 맥주를 맛보고 싶어서였다 큭큭.
가기 전에 찾아보니 브르노 양조장은 두 군데 정도가 유명한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곳 Pegas.
맥주맛도 괜춘하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놀람. 프라하가 아닌 체코의 다른 도시 물가는 정말 사랑스럽당.
그리고 브르노에서 가장 유명한 양조장, 이름도 starobrno!
원래는 구시가지에 있는 pegas를 갔으니 스타로브루노는 안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다시 차를 타고 이끌리듯 이곳으로ㅋㅋ
근데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 훨씬 맛있다 스타로브르노!
여기 펍에서 파는 스테이크도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체코는 실내에서 흡연이 허용되는 곳이 많다.
도저히 담배연기가 자욱한 펍 안에서 뭘 먹을 자신이 없어 맥주만 사가지고 야외에 앉아 맥주만 마셨는데
나중에 보니 체코에서 여기만큼 평이 좋으면서 저렴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때 먹을걸 그랬어 엉엉ㅠ
일 끝나고 맥주 한잔 하러 온 현지인들로 가득했던 펍. 야외며 1층, 지하까지 꽉 찼더라.
영어도 안 통하고 직원들도 바빠서 우리 같은 외국인 따위 잘 신경써주지 않지만 그런게 좋잖아! 브르노에 가면 여긴 꼭 가야함 강추!
스타로브르노는 브르노 마트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
나는 다른 유명한 체코 맥주들보다 이게 제일 맛있던데, 아 보니까 또 먹고 싶네ㅠ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 와서는 본의 아니게 금주중ㅠ
저렴한 숙소 찾다보니 시내에서 떨어진 호수 근처까지 갔다.
아침에 일어나 안개가 내려앉은 가을호수를 산책하고
폴란드로 향하는 길 다른 도시 하나 더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그 하나 더는 바로 올로무츠(Olomouc).
올로무츠는 브르노보단 관광객들에게 좀 더 알려진 도시다.
시청사 건물이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기념탑, 분수, 동상들이 볼거리.
그 중에서 우리가 보고 싶었던건 시청건물 한쪽 이 천문시계!
1500년대에 만들어진게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어서 1940-50년대에 복구하면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개조되었단다.
쉽게 말해 종교적인 성자, 천사 그림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양한 노동계급을 표현했다는 점이 특이하고 또 프라하의 천문시계와는 많이 다른 점.
우리가 보고 싶었던 건 매시 정각 종을 치고 춤을 춘다는 인형들!
그래서 정각 근처가 되면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시계 앞으로 모여든다ㅎㅎ
정각이 되었고 드디어 시작된 퍼포먼스는 뭐- 기대만큼은 아니다ㅋㅋㅋㅋㅋ
그냥 가만히 서 있는 인형조각들이 천천히 돌고
음악에 맞춰 대장장이 아저씨들이 움직이는 정도ㅎㅎ
그래도 아기자기 귀엽기는 하더라. 엄청 짧은 프라하의 퍼포먼스에 비하면 조금 더 길기도 하고ㅎㅎ
정처없이 걷다가 들어갔던 어느 성당의 천장.
다 비슷해보이지만 나라마다 성당 내부가 참 다르다.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을 떠나 색감이나 조각이나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천문시계 말고는 딱히 보고 싶었던 도시는 아니라 대충 한바퀴 돌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러다 발견한 사진전.
다음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전쟁 이전 아우슈비츠 수용소 근처 도시 크라코프에 살던 유대인들에 관한 내용이라 급관심.
가격도 착하다. 이 갤러리랑 다른 박물관 하나 더 포함해 1유로.
관광객이 많지도 않지만 이런 갤러리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는지 친절한 설명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사진전을 보고
내친 김에 티켓에 포함된 Archdiocesan Museum까지.
뭐가 있는 박물관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올로무츠에서는 꽤 손에 꼽히는 곳 중 하나인가보다.
겉에서 보기와 다르게 규모가 장난 아님. 올로무츠의 역사부터 해서 각종 종교화, 조각, 번쩍거리는 보물, 마차까지.
주차시간에 마음이 쫓겨서 그랬는지 정말 봐도봐도 끝이 없어 막판에는 너무 힘들 정도였다ㅋㅋㅋ
박물관 앞 성당.
예정에 없던 박물관에서 하도 오래 있었더니 힘도 들고 배도 고픈데 주차시간은 지났고 폴란드에도 해지기 전에 들어가고 싶고.
결국 간단히 요기만 하고 바삐 차로 돌아가 폴란드로 향한다.
곧 돌아올게 체코! 스타로브르노 덕분에 앞으로 만날 체코 맥주들에 대한 기대감 업업!
해가 급격히 짧아지고 있던 나날.
아우슈비츠 근처라 그런가 폴란드 들어서자마자 분위기 무지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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