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오스. 태국 북부에서 중국 운남성으로 넘어가는 일정을 포기하면서 라오스를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는 루트를 택했는데

그러자니 국경지대 훼이싸이에서 루앙남타를 거쳐 버스 타고 루앙프라방까지 갈지, 1박 2일 슬로우보트를 타고 갈지가 또 고민.

배는 타기 싫은데-_- 루앙남타 트렉킹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정보에 그냥 보트 타고 루앙프라방까지 바로 가기로 했다.







태국 북부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는다면 거쳐가야하는 태국의 치앙콩. 이름도 귀엽다 치앙콩!







어차피 시간상 보트는 내일 타야해서 치앙콩에서 자고 아침 일찍 국경을 넘어 보트 타러 가도 되는데

그냥 아침에 시간 편하게 쓰자는 생각으로 바로 국경을 넘어버리기로 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보트 타고 3분이면 넘었다던 치앙콩-훼이싸이 국경.

그 사이 우정의 다리라는게 생겨서 이제 국경넘기가 시간으로 보나 비용으로 보나 몇 배는 더 복잡해져버렸다 흑.


버스에서 내렸을 때 본 치앙콩은 그저 작은 태국 마을 중 하나지만 새로 만들어진 국경은 이렇게 새로 뚫린 적응 안 되는 넓은 도로 끝에.

흥정도 할 수 없게 이미 담합해버린 툭툭을 타고 태국 국경으로 향해야 했다.







옆에는 막 새로 올라오는 건물들, 호텔이 들어서는 듯.


이렇게 태국 국경에 도착해도 끝이 아니다. 다시 라오스 국경까지 유료인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_-

주말이라고 돈까지 받는 국경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담합한 툭툭기사들이 우릴 반긴다. 아오 빡쳐.

그나마 처음 툭툭은 얼토당토치 않은 가격을 불러서 그냥 보내고 다른 여행자들이 더 모여서 흥정하길 기다려 탑승.

타고 훼이싸이 마을로 이동해보니 확실히 짐 들고 걸어갈 거리는 아니다. 이러니까 툭툭기사들이 맘 놓고 담합하는게지.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한 시간쯤 걸렸나. 배 타고 국경넘기의 소소한 로망은 저 멀리 안녕.







예상은 했지만 태국과 참 많이 비교되던 훼이싸이의 숙소.

정말 맘에 안 드는 방에서 억지로 하루를 묵으며 동남아에서 제일 맛나다는 비어라오로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한숨만 푹푹.

나는 자꾸 과테말라 플로레스에서 쥐가 찍찍대는 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던 그 숙소가 겹쳐지더라ㅋㅋ


우리처럼 단지 이동을 위해 거쳐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트렉킹이나 자원활동을 하기 위해 훼이싸이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국경과 숙소에서 바로 질린 우린 사진 한 장 안 찍고 아침부터 도망치듯 탈출해서 보트 선착장으로 향했다.







안개 낀 훼이싸이의 아침.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훼이싸이에서 만난 라오스의 첫인상은 '악 중국스러워'였다.







보트에서 먹을 샌드위치와 과자 준비!










말 그대로 슬로우보트.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1박 2일의 시간이 걸리는 보트다.

하루를 이동해 중간에 빡벵이라는 마을에서 밤을 보내고 다시 하루를 꼬박 이동해야 하는 일정.







보트는 11시쯤 출발한다는데 (물론 훨씬 늦게 떠났다) 아침부터 너무 일찍 나와서 시간이 많이 남아버렸다.








근처 카페에 앉아 안개가 걷히는 메콩강 구경










저 건너편이 태국이거늘 흑. 벌써 그리워서 어째ㅠ

우릴 실망시키지 말아줘 루앙프라방!











보트가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타는 보트는 하루 한 대만 보내려는 작정인지 정원 이상으로 꽉꽉 채워넣으면서

몇몇 보트는 뭔가 돈 많아 보이는 사람들 몇 명 채우더니 하나 둘 유유히 떠나갔다.







가만 보니 보트 하나하나가 한 가정의 소중한 생계수단인듯.

아이들이 나와 배를 고치고 손질하고, 우리가 탔던 보트는 아빠가 운전하고 엄마랑 딸이 매점에서 물건 팔고 그런 식.







무언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그 와중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불교국가 특유의 평화로움에 더해 라오스만이 가지고 있는 느린 템포와 여유.


훼이싸이부터 루앙프라방 가는 길은 참 힘들었지만, 그 힘든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라오스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가 앉아있던 카페. 카페에서 나온 뒤에도 한참을 기다려 보트는 12시 반은 되어 출발한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음 치앙콩에서 자고 여유있게 오는 거였는데!







어쨌든 출발!







대부분이 여행자들이지만 중간중간 현지인들도 함께 타고 이동.

뒤에 앉아있던 꼬마의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라던데 배에 타고 있던 현지인들 중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영어를 할 줄 아는 분이셨다.


그나저나 훼이싸이에서 사온 샌드위치 진짜 맛없엉.







메콩강의 풍경













뱃길이 아니면 길이 없을 것 같은 정글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바깥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멍 때리고 있자니 슬슬 해가 넘어가는데







갑자기 배가 멈췄다. 

그랬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메콩강 한 가운데서 엔진고장!







일단은 고칠 수 있을지 기다리며 다들 내리자마자 수풀 속 화장실을 찾아.







좀 손을 써보는 듯 하더니 방법이 없는지 짐을 다 내리라고 했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빡벵까지 갈 수 있다면서.


원래 1박 2일이 아니라 하루 만에 루앙프라방까지 갈 수 있는 스피드보트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엄청난 굉음과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한 작은 보트, 그리고 비싼 비용 때문에 대부분은 슬로우보트를 선택하는거.


근데 스피드보트가 지금 와도 한 대에 5-6명 밖에 못 타는데 이 많은 사람들은 언제 빡벵까지 데려다준다는 거지?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해는 저물고-_-

우리 배 도와주려고 잠시 멈췄던 다른 배는 현지인들만 옮겨태우고 우릴 떠나갔다 흑흑. 







이미 모두들 포기상태로 행동이 앞서는 몇몇 사람들이 나무를 주워와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 오늘 여기서 노숙하는거야! 메콩강 한 가운데서!


여행에서 종종 마주치는 여행자들의 이런 점들이 참 좋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불평만 하고 앉아있기보다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즐기려 노력하는 모습들.

캠프파이어를 피우니 갑자기 캠핑 기분이 막 나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애들 가방에서 하나 둘씩 독한 술이 막 튀어나오니 그 모습이 넘 웃겼다ㅋㅋ


누군가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난 이 모든 상황이 서프라이즈고 재미일테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귀찮고 힘든 시간일테지만

이미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보낼지는 나의 선택.


우리는? 이제 이런 상황이 놀랍지도 않고 힘들고 새벽이 오면 더 힘들걸 이미 알고 있지만 딱히 맘에서 불평이 튀어나오지도 않고

집 밖에서 너무 오래 돌아다녔나. 마치 예상이라도 한듯 그냥 무덤덤했던 것 같다. 좀 귀찮은데 돈 아껴서 잘 됐네 정도ㅋㅋㅋㅋㅋ







빡벵 가서 훼이싸이처럼 맘에 안 드는 숙소에서 잘 바에야 여기서 돈 아끼며 노숙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걱정되는건 추운 밤공기ㅠ


사진 왼쪽 아래에 보면 아기도 있었다. 

무려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기! 유럽사람들은 참 대단한게 저런 어린 아이들을 잘도 데리고 여행하는데 

그래도 상황이 이쯤 되니 모두들 아기는 걱정이 되어서 완전히 캄캄해지기 직전 스피드보트가 한 대 와서 저 가족을 데리고 갔다.







메콩강의 노을







또 하나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겨버렸네. 굳이 없어도 되는 추억ㅋㅋㅋ

세상 일 맘대로 되는거 없다고, 여행하며 그거 하난 확실히 배운다고, 둘이 그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모래밭이 너무 추웠던 우린 일찌감치 배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누웠다.

원래대로라면 빡벵에서 저녁을 사먹어야 하는데 이미 가져온 먹을 거리는 떨어져서 배에 있는 매점에서 라면 하나 사다 나눠먹은 저녁.

그마저도 동이 나버린 후에 배가 고팠던 사람들은 맥주만 줄창 사마시며 배를 채워야 했던 슬픈 이야기.

어찌보면 엔진이 이렇게 고장나버린건 배 주인의 책임인데, 배가 멈춰버린 덕분에 배 주인은 매점장사로 돈을 더 벌었다 하하.


우린 그나마 가방이 다 있어서 양반이었지, 출발 전 어떻게 일이 꼬였는지 배는 이 배에 탔는데 짐은 다른 배에 실었다는 사람들은 완전 난감-_-

그런 사람들은 두꺼운 옷이 하나도 없어서 덜덜 떨며 밤을 지새워야 했는데 

밖에서 서양 애들이랑 놀던 중국 남자애는 그래도 우리가 동양인이라 편했는지 오빠한테 와서 옷을 빌려갔다.







늘 힘든 상황이면 되뇌이는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아침이 오고







밤 사이 배에 타고 있던 독일아저씨가 엔진을 어떻게 고쳤는지 (진짜 독일인들은 대단해ㅠ) 배가 출발해 빡벵에 도착.







진짜 내려서 화장실 들릴 새도 없이 우리 배를 기다리고 있던 옆 배로 바로 갈아타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출발했다.

하아 정말 춥고 힘든 모습ㅠ 정말 춥고 힘들었어ㅠ


보이는 것처럼 배에 창문이 없기 때문에 밤새 꽁꽁 언 몸으로 달리는 배에 앉아 아침 찬 공기를 맞고 있자니 다들 얼어죽으려고 했다 정말.


원래 배 두 대에 나눠탔던 인원이 한 대에-_- 근데 이 배가 전날 탔던 배보다 훨씬 좋은 배였다. 복불복!

저녁이 돼야 루앙프라방에 도착할텐데 먹을 걸 하나도 못 사서 어쩌다 걱정했는데 이 배는 배 안에서 밥도 팔고.












어느 마을에 가든지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무지 시크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남자아이들, 배에 있던 서양언니가 인사하니까 정말 환하게 웃더라.







풍경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 이제 다 왔나 싶었지만 배에 타고 있던 현지인들과 아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언제 도착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옆에서 다른 여행자들 떠드는 소릴 들으니 한두시간은 더 가야할 것 같아 기대를 말자 체념하고 앉아있을 때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

"웰컴 투 루앙~프라방~!"







지난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지금은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오빠와 오빠의 절친과 꼭 닮은 현지인분과 인증샷.




전날 12시 출발, 메콩강 위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 8시부터 꼬박 이동해 오후 5시 반쯤 도착.

괜히 '슬로우' 보트가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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