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과격하지만 라파스 거리를 힘겹게 걸으며 라파스 포스팅 제목은 꼭 "미친" 라파스라 하자고 약속했었다ㅋㅋ
2월 초엔 페루나 볼리비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기간.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린 살짝살짝 3-4일 정도의 차이로 쿠스코 근교 피삭이나 푸노의 축제를 놓치게 되었는데
(사실 날짜를 맞출 수도 있었지만 일정을 복잡하게 꼬아가면서까지 보고싶을만큼 흥미가 있진 않았다)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스로 이동하던 주말은 남미에서 브라질 리우 카니발 다음으로 크다는 볼리비아 오루로 카니발이 열리는 시기였다.
우리도 미리 날짜를 당겨 오루로에 갈까 고민을 했지만 그렇다고 띠띠까까를 대충 볼 수는 없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더 귀찮고,
일단 원래 일정대로 일요일 라파스에 가서 카니발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 오루로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었다.
(결국은 안 갔지만. 토요일, 일요일에 비해 월요일은 규모가 너무 작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의상과 춤을 볼 수 있는 건 오루로지만, 이 때 볼리비아는 나라 전체가 카니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스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마을, 그리고 수도인 라파스에서 카니발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열기 때문에 우린 좀 힘들었던지라ㅠ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스는 버스로 3-4시간 남짓.
중간에 호수를 하나 건너는데,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각자 표를 사고(2볼) 작은 배로, 버스는 따로 건너온다.
선착장 주변에서 동네분들이 시끌시끌 신나게 춤을 추고 계셨다.
먼저 건너와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길거리 음식도 먹어봤는데
기대보다 별로였던 옥수수, 그리고 덤으로 주신 튀긴 치즈
(아만따니에서 아주머니가 튀긴 치즈랑 달걀 중에 고르라고 할 때 달걀 먹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우 짜!)
우리 경험으로는 옥수수는 에콰도르가 알도 제일 크고 제일 맛있었다.
물론 여기도 알은 엄청 크다. 한국에서 먹는 거랑 똑같은 강냉이를 파는데(신기해!) 알이 거의 3-4배는 큰 것 같다ㅋㅋ
뉘신지 몰라도 재밌는 포즈의 동상과
알파카랑 사진 찍어주는 아저씨들.
쿠스코에선 이런 아주머니들 사진 찍었다간 (아니 아주머니 말고 주변 풍경만 찍어도) 몇십미터 좇아와 돈을 달라고 해서 엄청 무서웠는데
볼리비아 아저씨들은 방긋방긋 해주신다.
라파스에 거의 다 왔을무렵, 슬슬 주변이 도시구나- 싶어질 때쯤 아까보다 더 제대로 의상을 차려입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와 카니발+ㅁ+ 하면서 신기했었지 휴
라파스 근처로 오니 아주 오랜만에 심한 교통정체를 경험했다. 역시 도시는 도시구나!
이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와 우박이 쏟아져내렸는데 다행히 라파스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릴 때 쯤엔 비는 그쳤다.
하지만 난관은 이 때부터 (사진은 없다. 카메라 꺼냈다간 망가지기 십상)
배낭을 짊어지고 숙소를 찾아 걸어야 하는데 거리엔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어쩐 일인지 사람들이 모두 폰쵸(우의)를 입고 있었다.
몰랐는데, 얘네는 카니발 때 물총 쏘고 이상한 거품 스프레이를 뿌리고 노는 전통이 있다는 거!
상대가 누구든, 길에서 아무한테나 무차별 폭격!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꼬마들은 귀엽기라도 하지?
(얘네도 얄미운게, 오빠는 남자어른이라 무서운지 안 하고 나한테만, 꼭 뒤에서 엉덩이 같은 곳에 물을 뿌린다)
건물 위에서 갑자기 물풍선을 던져서 풍선조각이 날아온 걸 맞으면 정말 아프고 위험하다 싶기도 했고
어른들이 달리는 차 안에서 물을 쏴- 뿌리고 간다거나 완전 뚱한 얼굴로 물총을 찍- 쏘고 가면 나한테 시비거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불쾌하기까지 했다.
중간중간 차 세우고 커다란 탱크에 물 채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시무시.
옛날에 좋아하는 이성한테 마음을 표시할 때 물을 뿌리던(지금처럼 무시무시하게 뿌리진 않았겠지?) 전통에서 시작되었다던데
우리를 꼬실 것도 아니고 참ㅠ
이렇게 복면을 쓰고 갑자기 나타나면 또 기겁하고.
보통은 스페인어를 하다가 당황을 하거나 급하면 영어가 튀어나오는데, 이날은 정말 급했는지 나도 모르게 "하지마!"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얘넨 던지는 척만 하고 귀엽게 포즈.
며칠간 도로 한쪽을 통째로 통제하고 가장행렬이 이어졌다.
중남미에 와서 축제를 볼 때마다 가장 인상깊은 점은 젊은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모두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즐거워한다는 것.
힘들어서 밖에 오래 못 있고 호스텔 방에서 구경했다.
라파스는 그냥 동네 사람들이 함께 노는 분위기였다면, 보다 완성된 의상을 입고 제대로 공연을 한다는 오루로 카니발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숙소에서 만난 친구말로는 사람들이 다 거리에서 밤새고 술먹고 놀았다던데ㅎㅎ
골목골목도 축제.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 나와서 술병 들고 춤추고.
술 먹고 즐기는건 좋은데, 나를 또 한번 경악하게 만든건 아저씨들의 무차별 노상방뇨ㅠㅠㅠㅠ
어디 구석진 곳에 숨어서 하는게 아니라 사람들 다니는 길가에, 것도 벽이 아닌 길을 향해 노상방뇨하는 아저씨들.
(난 중고등학교 때 바바리맨 한 번 안 본 사람인데!!!)
처음엔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하도 많으니까 나중엔 신경질이 나더라. 어우, 저 아저씨 미쳤나봐!!! 하다가 미친 라파스ㅋㅋㅋ
페루나 볼리비아나 치마 모양은 비슷한데 볼리비아에 오니 이렇게 반짝거리는 질감이 훨씬 많다.
수제 회전목마ㅎㅎ
수크레에 도착해서 호스텔 주인아주머니가 라파스는 어땠어? 하길래
물 맞느라 너무 힘들었어- 했더니 여기도 마찬가지였어 밖에도 못 나가고 호호 하셨다. 나라 전체가 그랬나보다ㅋㅋ
준비하고 각오하고 같이 놀면 씐날 수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준비 안된 관광객에겐 조금 버거웠던 카니발 기간의 라파스.
'지구별살이 121314 > Boliv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138-140]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우유니 2박3일 투어 (6) | 2013.03.01 |
---|---|
[Day 137-138] 말이 필요없는 세계 최고! Salar de Uyuni (우유니 소금사막)♥ (8) | 2013.02.28 |
[Day 130-135] 볼리비아에서 발견한 평화로움, 수크레(Sucre) (2) | 2013.02.27 |
[Day 128-129] Laikakota 전망대, Valle de la luna (달의 계곡), 라파스 (0) | 2013.02.20 |
[Day 124-126] 볼리비아의 띠띠까까! 코파카바나(Copacabana)와 태양의 섬(Isla del sol) (2) | 201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