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이 여행이 시작된지 365일, 딱 1년이다.
이것은 일년전, 우리가 사랑하는 멕시코에서.
(사진보니 좀 늙은 것 같아 갑자기 눈물이ㅋㅋ)
우리는 지금 크로아티아! 유럽에서도 특히 기대했던 크로아티아였는데 들어오는 날부터 일기예보는 일주일동안 전국적으로 비.
보통은 여행 중에 비가 오면 귀찮고 원망스럽기 마련인데 그래도 유럽 중에 물가 싼 크로아티아에서 비가 내려 다행이라며
모처럼 실내에서 숙박하며 밀린 사진정리도 하고 글도 쓰고 지난 1년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아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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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우리와 이 여행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왜 세계일주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우리 스스로도 새삼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게 만드는 시점.
처음 남미에 발을 내딛었을 때와 비교하면 새로운 것들, 눈으로 보는 것들에 대한 흥분감이 다소 떨어지기도 했고
몸이 힘든 날이 반복되다보니 우리만의 유행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가 쌓이고 쌓여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근데 여행을 왜 시작했더라?
그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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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눈에는 삶이 일하는 것과 노는 것 딱 두가지로만 나뉘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서 정해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온 부류가 대부분인 나의 주변인들에게는 더욱.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들로부터 '팔자 좋다'라고 돌아오는 말이 참 싫었고
우리가 이 여행을 왜 시작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어 버린 적이 많았다.
'팔자 좋다'라는 말에서 그 시니컬한 어감을 걷어낸다면 맞다, 우리 팔자 참 좋다.
여행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니까.
누군가의 말마따나 이건 '개고생'인 날이 더 많을지라도 우리가 좋아서 하는 여행이니까.
그 때도 쿨하게 '맞아요 우리 팔자 좋아요'라고 대답했다면 좋았을텐데 왜 그러질 못했는지.
아끼고 고민하고 선택한 일에 대해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였겠지.
놀고 있다는 말도 굳이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놀고 있다는 말보다 살고 있다는 말이 더 좋다.
살면서 단 하나의 직업만을 고집할 필요없듯 나는 그냥 여행자의 삶을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났기에 갖게 되는 짧은 여행의 환상과 거품을 걷어내고 여행생활에 한번 찌들어보고 싶었다.
물론 여행자이기에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든 그 깊숙한 고민과 부조리와 고통을 알 길이 없다는게 이 생활의 한계지만
국경과 사회로부터 한발짝 물러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여행자의 특권이라 생각하지 뭐.
그렇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길 위에서 일년을 살아냈다.
웃고 울고 더 많이 웃고 행복해 하면서.
멍-하니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걸, 나의 의지와 감각이 살아움직인다는 걸 매일매일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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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만난 한국인 사장님이 세계일주 중이라는 말에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여행하네" 하시길래
"이거 저희가 벌어서 하는 건데요" 했다가 네가지 없다는 소리 들었던게 문득 생각난다 큭.
그 때는 그저 부모님께 손 벌려 나온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뿐이지만
그 사장님이 우리에게 왜 네가지 없다고 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참 복받은 사람이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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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여행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고민하고 그 삶을 그려보는 것.
그렇기에 우린 돌아가서도 여행이 아닌 우리만의, 우리가 좋아하는 삶의 모습과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찾아낼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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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가 부럽다고 말하는 주변인들의 말, 그들 중 대부분이 진심으로 우릴 부러워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게 아니라면 지금 돈 버는 것보다 여행이 더 하고 싶냐고 그만큼 좋아하느냐고 진심으로 고민은 해봤냐고
따뜻하고 깨끗하고 편안한 생활 포기하고 야생으로 나올 마음이 정말 있느냐고 먼저 묻고 싶다.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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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하고 싶은 말
24시간 365일 함께한 당신, 고마워! 사랑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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