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살이 121314/Myanmar

[Day 471-472] 신기한 나라 미얀마, 만달레이(Mandalay)






오전 출근길로 차가 막히기 전에 공항으로 향해야 했던 아침, 정말 너무너무 졸리고 무거운 몸으로 일어났다.

전날부터 컨디션이 별로더니 잠까지 부족했던 탓인지 아침부터 속이 울렁울렁.


아무리 무거워도 내 배낭 하나 쯤은 내가 메야 배낭여행이지!라고 외치던 나였는데

여행 막판에 오니 체력은 바닥 나고 의지도 흐릿해진걸까, 결국 오빠 혼자 앞뒤로 30kg.

이 사람 덕분에 이 여행이 가능하다는걸 매일 매일 느끼고 있다. 사랑해!







에어아시아를 타고 미얀마 만달레이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방비엥-비엔티엔 루트도 그랬고 미얀마 또한 그냥 가장 대중적인 국민루트로.

어디서 시작하느냐 차이인데, 우린 만달레이로 in 해서 바간, 낭쉐(인레호수)를 거쳐 양곤 out을 택했다.

듣자하니 숙소난이 가장 심한게 양곤이라길래 양곤은 마지막에 가기로 하고 그 전에 미리 숙소를 예약해두기로 했던 거.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만달레이 숙소는 바로 하루 전에 이메일을 보냈는데도 예약이 가능했고 

양곤은 일주일을 남겨두고 메일을 보냈으니 당연히 문제가 없었는데 

나중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보니 양곤에서 가장 저렴하고 인기 많은 이런 숙소들의 경우 하루 전 예약은 어림도 없다고 했다.











웰컴투 미얀마!


우리가 갈 때 알아본 정보만 해도 양곤과 만달레이 말고는 atm도 없고 만달레이는 공항 atm이 아니면 확실치도 않다고 해서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현금인출부터 하고 시작.


우리가 찾은 정보도 거의 최근 몇 개월 내 최신 정보들이었는데 개방 이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건지

우리가 여행한 2014년 1월만 해도 주요 관광도시, 우리가 갔던 도시 모두에서 atm을 볼 수 있었다.

아주 많이 쉽게 찾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



에어아시아를 타고 만달레이 공항에 내리면 다시 에어아시아 셔틀을 타고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 탑승자 명단에서 확인만 된다면 무료! 몰랐는데 완전 땡 잡은 기분!

시내에 있는 호텔들은 심지어 바로 호텔 앞까지 가서 내려준다.







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 다시 택시를 타야 했는데 이게 숙소 주소ㅋㅋㅋㅋㅋㅋㅋ

태국어 라오스어 다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미얀마어는 또 새롭네. 


만달레이 숙소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페이스북을 통해 예약을 했는데,

'사진첩에 있는 주소를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면 돼!' 하길래 열심히 찾았는데 아무리 봐도 없는거.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진짜 그림인줄 알고 지나쳤던 이 그림이 미얀마 글자였다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와이파이도 잘 안 된다고 들었는데 숙소 예약도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으로 다 되고 빠른 사람들은 빠르구나.

마치 쿠바에서 아무리 사회가 닫혀있어도 외국에 친척 있고 자본 있는 사람들은 있을 것 다 있고 비싼 인터넷 하고 아이폰 맥북 쓰던 모습처럼.

자본주의가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정보와 자본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는거다.


이미 관광객의 때는 많이 묻었지만 아직까지 참 순수하다 느껴졌던 미얀마 사람들의 얼굴 (양곤은 빼고!).

버스 내리는 곳부터 우릴 기다렸던 택시 삐끼아저씨들도 어찌나 순수한지 우릴 숙소에 내려주고 아직 많이 서툴게 자기 홍보를 하면서 

만달레이 투어할 때 꼭 연락하라고 변변한 명함 한장 없이 꼬깃꼬깃 종이에 번호를 적어주던 아저씨 얼굴이 눈에 선하다.

특히나 미얀마 아저씨들은 담배처럼 심심할 때 입에 물고 씹는걸 다들 하고 있는데 그 색깔이 새빨개서 웃으면 다들 이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어.







숙소에 도착해서도 내 몸상태는 완전 메롱이었는데 마침 한 커플이 투어를 나간다며 같이 가지 않겠냐 물었다.

택시를 나눠타면 훨씬 싸니까, 아프지만 콜!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 

특히 도시 곳곳 엄청난 수의 파고다(사원)는 다른 불교나라들과 비할 수가 없다. 

비행기에서부터 만달레이를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금빛 파고다들이 마구 눈에 들어올 정도였고

여기 말고 바간이라는 도시에 가면 파고다가 하도 많아서 와, 진짜 파고다 짓다가 망한거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만달레이는 북부에서 중요한 큰 도시로 파고다도 많고 인근의 작은 도시로 향하기 위한 거점이 되곤 하는데

피곤하고 아팠던 우리의 목표는 파고다도 많이 말고 딱 몇 개만, 만달레이 언덕의 일몰,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의 우베인 다리.


이럴 때 너무 열성적인 사람들과 같이 투어를 하면 힘들 수 있는데

마침 함께 투어를 가자고 한 커플도 별 의욕이 없고ㅋㅋ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하는 로얄팰리스는 안 들어갈거라고 하니 딱 좋네!

무료입장인 파고다 좀 보고 일몰에 맞춰 만달레이 언덕에 다녀오는 일정으로 출발! (사진 북부 만달레이에서 1번을 제외한 루트)







여긴 유명하다는 만달레이 royal palace 앞.







입장료가 10달러 정도 한다고 해서 입구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파고다를 둘러볼까.


사진 속에 걸어가는 커플이 우리와 함께 투어한 친구들.

호주 출신 여자랑 콜롬비아 출신 남자랑 함께 영국에서 살다가 호주로 옮기게 되면서 유럽과 동남아 여행을 3개월 정도 했다고 했는데

3개월 만에 1년 3개월 여행한 우리만큼이나 지칠대로 지쳐있었다ㅋㅋ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그렇게 힘들었나.

암튼 서로 여행으로 지친 마음 폭풍공감하며 부담없이 설렁설렁 보는 속도도 비슷해 같이 다니기 참 편했던 기억ㅋㅋ







평일 오후인데도 파고다를 찾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파고다는 복장규정이 꽤 엄격한 편인데 특히 반드시 맨발이어야 한다! 양말도 안 되고 무조건 맨발!







감기몸살에 으슬으슬 울렁울렁한데 맨발로 걸으려니 발바닥이 너무 시려웠지만







금삐까 아닌 하얀 이 파고다 맘에 든당!












대부분 구조는 신발을 벗고 이렇게 기다란 길을 지나











부처님이 모셔진 방이나 중앙파고다로 연결되었던 것 같다.
















보통은 안에 꼭 이런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영국식민지였던 미얀마의 역사가 궁금해지는 그림.

가이드북도, 그렇다고 아는 것도 없이 한 나라에 도착하다보니 와이파이라도 되면 인터넷으로 대략적인 역사는 찾아보는 편인데

위키피디아에서 미얀마의 역사를 찾아보면 첫 문장이 이렇다 "미얀마의 역사는 길고 복잡하다."

읽어보면 진짜 길고 복잡한데 식민지 이전에도, 식민지배 당시에나 그 이후 최근까지도 정말 복잡한 나라. 읽어도 모르겠어 이 나라는ㅠ


그래서인지, 인도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동남아고 같은 불교나라지만 지금까지 가본 인도차이나 반도의 다른 나라들과 확실히 다른 느낌.

사람들의 얼굴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순수하지만 평화롭지는 않고 인상과 눈빛이 매우 강한 느낌을 받았다.































파고다 서너곳 구경을 마치고 만달레이 언덕으로!







언덕 위의 파고다는 다른 곳보다 더 화려하다 아주 번쩍번쩍.











일몰 보고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해는 떨어지려면 멀었고 우린 벌써 심심하고.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 드디어 해가 떨어지고 그 사이 사람들도 엄청 몰려들었다.

그리 특별하거나 아름다운 뷰는 아니었는데 모두들 만달레이에 온다면 꼭 와봐야 한다고들 생각했는지 

나중에는 난간 쪽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을만큼 관광객이 가득차 있었다. 특히나 유럽에서 온 단체관광객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엄청 많더라.







만달레이 언덕에서 내려다본 만달레이 시내.

이렇게 정신없이 미얀마까지 와서 하루가 또 지나간다.







다음날, 더욱 악화된 나의 몸상태로 아침부터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숙소값 비싼 미얀마에서 싼 거 찾아보겠다고 억지로 찾은 도미토리였는데 이렇게 몸이 안 좋을 줄 알았으면 더블룸 갈 걸 그랬나 흑.

그래도 평이 좋은 곳이라 깨끗하고 친절하고 아침도 엄청 많이 줬는데 나는 그마저 먹지도 못하고ㅠ

못 먹는 나 때문에 오빤 덩달아 자기도 안 먹겠다며 점심까지 굶고 다이어트ㅠ


엄청난 정보력과 친절을 무기로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

그냥 시골동네집 같은 건물을 벌써 증축해서 방을 몇 개나 늘리고 있던 중이라 낮에는 하루종일 공사를 하고 있었다.


만달레이의 둘째날은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냈지만 덕분에 호스텔 스텝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특히나 스텝들이 보여준 과잉친절은 세계 어디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라 오빤 그걸 꽤나 신기해했다.

자연스럽지 않은 친절, 하지만 정말 친절함ㅋㅋ







그나저나 흠, 어쩌지.







그래도 다른 도시 숙소도 다 예약해놨고 내일이면 바간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오늘은 일몰에 맞춰 우베인 다리 하나라도 보고 들어오기로 결정.

보통은 사진에 있는 3가지 투어 중 하나가 하루종일 걸리는 투어인데, 우린 첫번째 투어에서 다 생략하고 우베인 다리만 가기로 했다.







우베인 다리. 아픈 덕분에 어제 오늘 택시 타고 편히 다니는 중ㅋㅋ







다리 위에서 뭘 팔고 있나 봤더니







부엉이?!







어제의 만달레이 언덕만큼이나 일몰시간이 되면 관광객들이 몰리는 다리지만 이 곳 호수는 동네사람들의 삶의 터전 모습 그대로.



















우리 눈에 낯선 이곳의 풍경이 승려들의 눈에도 달라보이는걸까?







































아직 일몰 전이라 사람도 많지 않아 이 조용한 느낌은 안고 다리 끝까지 천천히 산책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정말 몸이 안 따라준다.

지쳐서 울렁거리던 나는 다리 밑으로 돌아와 앉아서 쉬고ㅠ 오빠만 다시 혼자 가서 사진을 찍어오기로 했다.



















오빠가 담아온 훌륭한 풍경들!
























몸은 힘들었지만 미얀마에서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로 기억되는 우베인 다리.

수많은 파고다보다 여기가 더 좋았다. 그러고보니 미얀마에서 기억에 남는 곳들은 다 호수. 그래봐야 두 군데지만.

여행하며 지겹게 보는 일몰이지만 실은 하나도 지겹지 않다. 매일 다른 곳에서 만나고, 같은 곳일지라도 매일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