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쉐에서 미얀마 마지막 도시 양곤으로! 또다시 야간이동이다.
바간에서 낭쉐 올 때 버스는 야간버스임에도 앞좌석에 무릎이 닿고 제대로 젖혀지지 않는 비좁은 버스라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버스는 오, 좀 좋은데? 한국 우등버스 비슷한 널찍한 의자에 담요에 쿠키에 물까지 주다니 감격스럽다.
우리가 탔던 버스 회사.
숙소에서 추천해준 버스를 탔는데 양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터미널부터 시내까지 버스회사와 연결된 무료 셔틀이 있으니 그걸 꼭 타라며
미얀마 말로 티켓에 뭔가 적어준 센스까지! (숙소 정보는 나중에 정리할게용)
컴컴한 새벽에 도착한 양곤 터미널은 시내까지 태워주겠다는 택시 삐끼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역시 미얀마에서 가장 큰 도시라 그런지, 미얀마 와서 처음 만나보는 끈질기고 사람 성질 마구 건드리는 삐끼들.
우린 무료 셔틀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리 말해도 말이 안 통했는데 티켓에 적힌 문구를 보여주니 그제서야 어쩌구저쩌구 자기네끼지 말을 하더니
우리와 같은 숙소에서 온 일행과 눈치껏 우리 옆에 서있던 애들 몇 명까지 데려가 택시를 태우더라.
보아하니 원래 있다던 셔틀은 없어진 것 같고 그냥 택시에 태워 시내로 데려다 준다는 것. 뭐 우리야 공짜 택시니까 좋지!
이 택시는 그냥 셔틀 역할이니 시내 기차역에 모두를 내려준다고 했는데
그래놓고 갑자기 눈치껏 끼어들었던 이 애들한테는 기사가 뒷돈 받아 공항에 내려주고 우리한테도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줄테니 돈을 더 내라고 했다.
처음엔 어차피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택시비가 굳었으니 조금 내고 숙소까지 가볼까 했는데
가만 보니 이 아저씨가 말도 안 되는 택시비를 요구하며 고집을 피워서 결국 길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잡아타야 했다.
아아 양곤은 다르구나. 이미 때가 탈만큼 탄 도시였어 양곤은.
개방과 함께 몰려드는 관광객,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인프라.
그래서 구린 퀄리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비싸면서도 매일 동이 나 방이 없는게 미얀마의 비교적 저렴한 숙소들 실정.
그중에서도 양곤의 숙소난이 가장 심하다는 정보에 이미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고 온 인기 숙소 마더랜드인.
함께 버스 타고 온 어떤 사람도 하루이틀 전에 예약하려고 전화했더니 이 숙소는 방이 없었다고 했다.
도착해보니 그냥 작은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허름하긴 해도 몇 층짜리 건물에 빼곡한 방들,
이른 아침부터 로비에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여행객들로 카운터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유니폼을 입고 뛰어다니는 앳된 직원들.
마치 거대한 기업 같은 숙소였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2인 기준 25-30달러) 아침 엄청 잘 나오고 와이파이 되고 무료 공항 픽업서비스가 있어 더 인기가 좋은데
비슷한 수준에 유명한 또다른 숙소 오션펄인에 비해 친절도나 방에 창문이 있다는 점이 강점인듯.
정신없는 와중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해줘서 배불리 잘 먹고 체크인도 금방해서 아침부터 샤워를 하고 쉬다가 양곤 구경에 나섰다.
시내 중심지까지는 좀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구경하며 걷기에 그렇게 멀지는 않다.
다만 요리조리 눈 돌아가는 와중에 길은 무지 혼잡스럽고 공기가 나빠서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친다는게 함정.
만달레이에선 도심에서 완전 벗어나 시골 같은 동네에 묵었던 터라 이런 대도시는 처음. 풍경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기하다!
미얀마 어디를 가든, 대도시 양곤에 와도 아저씨들은 바지 대신 천을 두르는 전통 차림새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학교 앞 풍경,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엄마들.
대도시라 그런지 교육열도 높아보이고 도시 곳곳 학원 광고나 간판들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
군것질 좋아하는 아이들은 세상 어딜 가나 똑같아!
극심한 교통체증, 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만원 버스, 검은 매연- 이런게 바로 양곤의 거리,
왜 이렇게 비둘기가 많은가 했더니 사원 앞이나 길거리에 돈을 받고 비둘기 모이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인지 모이를 사서 뿌려주는 사람들.
그러다보니 시내 곳곳 전깃줄에 새까맣게 내려앉은 비둘기들 으윽.
중간에 사진을 안 찍어 좀 생략됐는데, 걷다가 매연과 소음과 더위에 너무너무 지쳐서 쉴만한 카페를 찾다가 눈에 보이는 호텔 카페로 피신을 했다.
커피 한잔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외관만으로는 우리가 여행 중에 절대 들어가보지 않는 그런 으리으리한 호텔이었는데
그런 곳에 들어갈 생각이 들었던 걸 보면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그랬어 양곤이ㅠ
거기서 목 좀 축이며 와이파이로 찾은 맛집이 바로 사진 속 이곳.
술레파고다와 시청 근처 골목, 우리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미얀마 음식 shan 누들이 있는 집!
현지인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만큼 북적거려서 합석은 기본.
누들 종류도 엄청 많고 맛은 역시나 좋다.
두부튀김까지!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내 한가운데 술레파고다.
점심 먹고 정신 좀 차렸으니 힘을 내어 다시 걸어보기로 했다.
높은 빌딩과 빌딩 사이는 각종 음식과 잡화를 파는 시장거리.
큰 도로와 높은 빌딩과 좁은 골목 속에 각기 다른 시대 각기 다른 삶의 공간이 공존하고 있는 것만 같은 양곤.
사람들의 피부와 눈빛과 혼잡한 풍경에서 아, 미얀마는 인도와 국경을 마주한 나라였지! 라는 사실이 다시금 떠올랐다.
미얀마 오기 전에 거쳐온 동남아 나라들과는 정말이지 다르다니까.
길에서는 남자승려들과 달리 곱게 분홍색 승려복을 입은 비구니스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노래를 부르며 가게마다 공양을 하는 (맞는 표현인감?) 스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이전에 봤던 탁발에서 느껴지던 경건하고 종교적인 분위기와 사뭇 달라 의아했다.
뭐랄까 마치 구걸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귀찮아하는 눈빛.
교통체증 대박
보족시장
각종 옷, 잡화, 관광객용 기념품을 파는 보족시장.
특히나 미얀마는 보석류, 특히 루비가 유명해서 보석가게들이 많다.
기대보다 볼게 없었던 보족시장은 얼른 보고 나와 양곤의 하이라이트라고들 하는 쉐다곤 파고다.
과연 그동안 미얀마에서 봐온 모든 파고다들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화려함.
하지만 이미 때가 탈만큼 탄 양곤은 이 파고다로 작정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지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_-
안 들어가려고 뒤돌아섰다가 그래도 왔으니까 들어가자 했는데
달러와 미얀마 화폐 짯 두 가지로 가격을 써놓고 미얀마 짯은 딱 떨어지지 않는 애매한 액수.
그래놓고 돈 내면 거스름돈 없다고 배 째라 한다. 아니 이것들이-_-
그 상술과 불친절함에 몸서리를 치며 완전 짜증나는 기분으로 입장.
으으으 양곤. 양곤이 첫 도시였다면 이런 선입견 가득 안고 다른 도시들을 만났을 것 같다. 마지막이라 다행일지도 몰라!
파고다 안에서 무슨 돈을 더 쓰라고, 도대체 atm이 몇 대여-_-
파고다 꼭대기는 엄청 화려한 보석들로 장식이 되어있어서 바람이 불거나 하면 루비나 다이아몬드 장신구들이 아래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해질녘이면 스님들이 직접 파고다에 올라 보석을 주워온다고.
해지기 전 파고다 청소행렬 또한 나름의 볼거리란다.
생각보다 크고 멋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일몰은 별로였던 쉐다곤 파고다에서 그렇게 양곤에서의 빡센 하루를 마무리.
복잡한 대도시 거리를 걷느라 몸도 지쳤지만 돈 밝히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더 피곤했던 하루였다.
다음날. 당장이라도 양곤을 떠나고 싶었지만 양곤에 볼게 많을 줄 알고 비행기 시간은 늦은 오후로 잡아놓은 탓에 시간이 붕 떠버렸다.
괜히 시간 때우겠다며 밖에 나왔다가 비싼 택시값 부르며 흥정하던 택시기사한테 더 싼 값 불렀다가 욕이나 듣고 맘 상하고.
(난 몰랐는데 우리한테 욕하고 갔다고 오빠가 나중에 말해줬다. 아놔 진짜 이것들이-_-)
그러나 길에서 만난 귀염둥이들 꺅.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할텐데. 이 험한 도시에서 살아가기 만만치 않을텐데.
숙소에서 공항픽업버스를 기다리며 드디어 양곤을 떠난다며 신나하는 오빠의 모습ㅋㅋㅋㅋㅋㅋㅋ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게 가격대 성능비 떨어지는 여행지인데 그런 미얀마에 와서 나는 아프고 오빠도 덩달아 못 먹고
아픈 나 때문에 걱정하고 짐 드느라 진짜 고생 많았던 오빠. 힘들면 면도를 안 하는 오빠.
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유니폼이 숙소 직원들인데 다들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학생들.
영어도 잘 하고 진짜 한류열풍의 힘이 대단해서 다들 한국말도 곧잘 한다. 언니오빠 잠깐만요~ 이러면서.
미얀마에서는 내 딸이 한국에서 대학 다녀! 우리 형이 한국에서 일해! 하면서 자랑스런 얼굴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났는데
그럴 때면 오히려 한국에서 동남아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차별하는 사례들이 떠올라
지금의 이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들이 한국에서 부정적인 경험으로 도리어 상처가 되어 돌아오진 않을까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여행하며 가장 순수한 얼굴을 만난 것도 미얀마, 돈독 오른 눈빛으로 가장 지치게 만든 사람들을 마주친 것 또한 미얀마.
어느 나라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지만 암튼 이 나라 참 묘하고 신기했다.
이 급변하는 물살 속에 과연 당장 한두 해, 십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한 나라.
근데 그 모습을 확인하러 굳이 다시 가고 싶은 맘은 안 드는 나라.
고생은 좀 했지만 이번에 오길 잘했어. 그치?
'지구별살이 121314 > Myanmar'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476-477] 순수한 마을 낭쉐, 인레호수는 덤. (4) | 2014.03.18 |
---|---|
[Day 473-475] 수박겉핥기 마차투어, 하지만 일몰은 아름다워! 바간(Bagan) (4) | 2014.03.16 |
[Day 471-472] 신기한 나라 미얀마, 만달레이(Mandalay) (6) | 201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