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지대로 토를 하고-_- 바간행 버스에 올랐다.
미얀마는 어딜 가든 한국, 중국, 일본의 중고차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차가 가장 많다.
영국식민지였던 과거 때문인지 많은 차들의 운전석이 일본처럼 반대방향,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로는 한국과 같은 방향.
휴게소
오전버스를 탔더니 바간에는 낮에 도착해서 관광할 시간이 아주 많았지만 나는 오늘도 하루종일 숙소에서 기절. 오빠 미안해 엉엉.
나는 3일째 굶었는데 배도 안 고프고 오빤 덩달아 먹고 싶지도, 먹을 것도 없다며 3일째 중국식 볶음밥만 드셨다ㅠㅠㅠㅠ
나중에 다른 도시에서 그나마 먹을만한 미얀마 국수를 찾았지만 대부분의 미얀마 음식들, 특히 커리는 엄청 기름져서 먹기가 힘들었다.
죽이라도 끓여먹고 싶은데 이 동네 숙소들은 주방도 쓸 수 없고 관광객용 음식점은 엄청 많지만 지금 필요한 맑고 담담한 음식은 보이질 않고.
둘이 침대에 누워서 비싸면서 구린 미얀마 숙소 욕하며 먹고 싶은 한국음식 이름을 번갈아 외치며 침만 꼴깍꼴깍.
여행 1년 4개월 동안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이렇게 미칠 것 같았던 날도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엄마한테 만두국 먹고 싶다고 카톡 날리는 걸로 만족해야했던 날들. 아 눈물나.
다음날 아침, 겨우겨우 밖으로 나와 평소 같음 걸어갈 거리도 자전거 택시로 이동해야했지만 표정을 보니 좀 나았나보다.
자전거를 태워주시던 아저씨, 역시나 치아 사이사이가 아주 뻘겋다. 몇 초에 한번씩 시뻘건 침 퉤퉤 뱉으면서 윽.
찾아보니 사람들이 씹는게 빈랑나무 열매랑 석회를 잎으로 싸 각성효과와 양치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효과는 글쎄.
암튼 이제 뭐 좀 먹고 기운내보겠다며 미리 찾아놓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죽 대신ㅠ 리조또를 시켜 먹었다.
저렴하진 않았지만 수도물이 아닌 생수로 채소를 씻어 사용한다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일단 가고보자 했던 곳.
맛은 별로였지만 오랜만에 기름기 없는 쌀이랑 채소를 먹었더니 소화가 되는 것 같구료.
바간은 세계 3대 불교유적지 중 하나.
마을 전체에 불탑이 끝도 없이 세워져 있고 덕분에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아예 바간에 올 때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모두 버스에서 내려 입장료를 내야 한다-_-
볼게 엄청 많을 줄 알고 바간만 3일을 잡고 왔는데 실제로 불탑은 어마어마하게 많았지만 몸도 힘들고 보다보니 그 놈이 그 놈 같아서ㅋㅋ
결국 마차투어로 반나절만 돌아보는걸로ㅋㅋ
숙소에서부터 마차를 대절해 원하는 코스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린 그냥 길에서 마차아저씨한테 지금부터 일몰 때까지만 투어해줄 수 있어? 얼마야? 물어
너무 멀지 않은 올드바간 근처에서 크고 유명한 파고다 몇 개를 포함, 그냥 아저씨가 알아서 데리고 다녀주는걸로 흥정하고 마차에 올랐다.
체력이 좋다면 자전거를 타고 각자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다. 일반 자전거도 있고 전동 자전거도 있고 옵션은 많으니까!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모래먼지 마시며 잘도 시체처럼 누워있던 나
물론 수많은 파고다의 이름은 기억날리 없고ㅠ
인자한 불상 바라보며 힐링
내가 생각하는 바간의 매력은 수많은 파고다들 하나하나보다 금으로 번쩍거리지 않는 이런 오래된 돌탑들이 무성한 나무들과 어우러진 풍경.
뜨끈한 돌탑에 맨발로 올라 뜨거운 햇살 맞으며 앉아있자니 아팠던 몸도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구경하고 내려와보니 마차아저씨는 다른 아저씨들이랑 게임 중.
하얀 접시 안에 있는 조개껍질 같은 걸 던져서 다 같은 방향이 나오면 이기는 것 같았는데
재미로 한판 끼여서 했던 외국인이 운 좋게 다 따서 다들 배꼽 잡고 쓰러졌다.
정말이지 마차 타고 조금만 달리면 끊이지 않고 나타나던 파고다들. 우린 뉴바간 쪽은 가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지을 수 있었을까. 대단하다 싶으면서 사람들은 또 얼마나 고생시켰을까 싶기도 하고 진짜 신기한 동네.
미얀마 여자들이 얼굴에 화장하듯 바르는 노란 다나카.
몸이 두 개 귀여운 궁뎅이
미얀마의 불상들은 대놓고 당대 주요한 인물을 본따 만들었는지 불상마다 얼굴이 천차만별. 덕분에 기발하고 귀여운 얼굴도 많다ㅋㅋ
파고다마다 규모로 유명한 곳, 불상으로 유명한 곳, 높이로 유명한 곳 그 특징이 다 다르다. 여긴 벽화가 있는 곳.
요것이 아저씨들이 질겅질겅 씹으며 퉤퉤 뱉는 그것!
슬슬 해가 넘어가고 일몰 포인트로 이동.
원래 일몰 일출 포인트로 유명한 파고다가 있지만 아저씨가 거기보다 사람 없는 데 데려가준다고 해서 콜!
높은 파고다 위에서 해가 떨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그 유명한 바간의 일몰풍경이 눈 앞에, 캬!
정말 아름다웠던 순간.
아 근데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지.
바간에서의 마지막 아침.
사실 바간에서는 일몰보다 더 유명한 것이 일출이다. 어제 본 그런 실루엣에 더해 아침이면 하늘 높이 동동 떠올라 그림을 만들어내는 벌룬들.
누구는 비싸도 그 벌룬투어는 꼭 해보라 하고 누구는 그거 안 타고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게 바간의 일출이라고 하는데 그냥 다 과감히 제끼고 잤다.
밤에 인레행 야간버스도 타야하는데 아침잠을 포기했다가는 겨우 회복되던 몸이 다시 무너질까 무서워서.
야간버스라 체크아웃하고도 하루가 통째로 비어 할 일 없어 마을을 어슬렁어슬렁.
우린 아직 바간에서 못 본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마차투어 한번 하고 나니 더 멀리 나가긴 귀찮고 난 오늘도 만두국이 먹고 싶을 뿐이고ㅋㅋ
참 신기하다 느껴지는 곳에서 아무리 일몰이 아름다워도 시간이 지나가는게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던 미얀마의 날들.
얼른 방콕 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맛난거 먹고 얼른 한국 가고싶다 그러면서 미얀마 몇 밤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ㅋㅋ
진짜 체력 없이는 여행이고 뭐고 다 소용없는거다.
아프지 말아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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