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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Myanmar

[Day 476-477] 순수한 마을 낭쉐, 인레호수는 덤.



미얀마 세번째, 인레호수. 역시나 사진이 많다.

오랜만에 작정하고 정해진 스케쥴로 이동하고 다녀서 그런가. 설렁설렁 다녔는데 왜 이렇게 사진이 많지?


저녁 7시에 바간을 출발한 버스는 새벽 3시에-_- 인레호수가 있는 마을 낭쉐에 도착했다.

자다 중간중간 창 밖으로 바라본 하늘에 쏟아지는 별은 정말 예술이었는데,

자다 깨서는 그게 꿈인지 진짠지 몽롱한 상태로 바간처럼 마을 입장료를 내고 캄캄한 어둠 속에 버려진 이 기분.

미리 나와 있던 툭툭 삐끼들에 이끌려 미리 예약해둔 숙소까지 칼바람 맞으며 이동!


다른 데는 몰라도 이렇게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에 낭쉐에 도착할 예정이라면 숙소는 예약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그 새벽 그 어둠과 추위 속에서 방 찾아다니며 흥정할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와ㅠ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더니 로비 방바닥에 담요 깔고 자던 꼬마들이 졸린 눈 비비며 나와 문을 열어줬다.

동네 꼬마들 데려다 착취하나-_- 생각했는데 아침에 보니 모두가 한가족인 것 같았다.


낭쉐는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새벽 공기가 정말 차가웠다.  건물 안에 들어왔는데도 바람이 숭숭.

내 옷에 오빠 옷까지 다 꺼내 입어도 이미 한번 온몸으로 뼛속까지 파고든 한기에 덜덜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기다리던 아침이 찾아왔지만 체크인을 하려면 기다려야 한다하고 가만히 있자니 추워서 마을 산책에 나섰다.

호수가 유명한 마을이라 그런지 호수가엔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마을 구석구석 작은 개울이 흐르고 

이 새벽부터 낭쉐사람들의 하루는 그 개울물에서 시작된다는 걸 어렴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봤던 탁발을 낭쉐에서도!







관광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조용하고 소박한 레알(?) 탁발을 우연히 마주한 골목.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들에겐 일상과 다름없는 이 의식을 바라보는 이방인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주던 할머니부터

아직까지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이 유독 눈에 띄었던 마을 낭쉐.

예전에 인레호수도 투어니 관광이니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돈을 밝히고 여행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여행기를 본적이 있어서

미얀마에서 가장 기대가 없었던 곳이 낭쉐였는데 우리가 만난 낭쉐사람들은 미얀마에서, 그리고 세계 그 어떤 곳보다 순수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라오스에서도 이런 내용의 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왜 자신에게 없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순수성을 이곳에 와서 찾으려 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책임을 이곳에 돌리려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나 또한 그런 순수를 동경하는 마음이 없지 않지만, 아니 아주 크지만

순수함을 기대하는 마음은 우리의 이기심이고 결국 그 순수함을 깨뜨리는 것 또한 수많은 여행자들의 책임이거늘.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고 핫샤워를 하고 다시 나온 시내 구경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향하는 사람들인지 달리는 트럭 위에서 잘도 쿨쿨 주무신다.







여러번 말했던 거지만, 이제 미얀마 내 관광도시에 가면 이렇게 atm이 있습니다! 낭쉐에도 여러 곳!

우리 갈 때 (2014년 1월) 올라와있던 여행정보들만 봐도 atm 없다, 와이파이 안 된다- 이랬었는데

가보니 atm도 많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에 와이파이는 다 있다. 이렇게 급속히 변하는 사회가 걱정될만큼이나.







우리가 바간에서 탔던 자전거 택시가 요런 모양.















낭쉐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마을이 작아서 메인 도로만 벗어나면 차가 달리지 않는 골목을 걸을 수 있다는 점.

큰 도시였던 만달레이나 양곤은 정말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고 바간도 차들 씽씽 달리며 모래먼지 날리는 길에서 걷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낭쉐는 걷기 참 좋은 아기자기한 골목들.








낭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욕장면!

집 앞에서 남자고 여자고 몸에 천 하나로 주요 부위만 가리시고 목욕을 하는가 하면 

이렇게 공동 수도시설도 있는지 이 건물 안쪽으로는 목욕한 사람들이 들락날락.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고







트립어드바이저의 도움으로 발견한 대박 맛집!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미얀마에서 제대로 된 미얀마 음식을 찾았다!


지리적으로 비교적 큰 미얀마이기에 지역에 따라 동남아, 중국, 인도 영향을 받은 서로 다른 음식들이 발달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았던 shan 지방 음식, 요건 shan 누들!







호수마을이니 호수에서 잡히는 생선요리도 하나!







관광지 치고 괜찮은 가격에 식후 디저트까지!

오른쪽에 보이는건 엿이다. 한국에서 먹는 엿이랑 맛이 똑같아!







강추강추







기분좋은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기분좋은 살인미소를 건네던 이 소녀!







수줍게 내 손에 꽃 한송이까지 쥐어주고 나는 이 꽃 한송이에 시렸던 마음이 싹 녹아내리며 기분이 업업!











그렇게 한동안 우리와 함께 걸었다.











모두들 집 앞에 개울이 있는 구조.

여기서 목욕하고 빨래하고 오토바이 세차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낮잠 자고 저녁은 다시 같은 식당. 미얀마에서 shan 누들과 함께 꼭 먹어봐야할 그린티 샐러드에







아까와 달리 국물이 더 있는 shan 누들








그리고 묵무침(?여기서는 두부라고 하지만)까지. 김치맛 나는 장아찌는 보너스!

와 미얀마 와서 며칠을 내리 굶다가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음식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다음날, 숙소에서 보트투어를 신청해 프랑스 아저씨 둘과 함께 길을 나섰다.

할까말까 좀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호수 투어를 안 하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투어를 안 하더라도 이른 아침 호수가에는 꼭 나가보기를 추천.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물건과 사람을 실고 들어오고 나가는 수많은 배들, 낭쉐의 분주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호수에서 floating farm 형식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아마 토마토 재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관광객을 위한 배에는 이렇게 편안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우린 네 명 정원을 꽉 채워 출발!























한참을 달리자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펼쳐지고 인레호수의 명물 고기잡는 아저씨들이 하나 둘.







기다란 배부터 통발, 아저씨 모자까지 하나같이 이국적인 풍경







그런데 이 아저씨 어째 너무 인위적인 포즈를 잡는다 싶었더니 역시나 가짜!-_- 이러고 막 와서 돈 달라고 한다-_-







이렇게 진짜도 많지만 (발로 노를 젓기 때문에 저런 자세가 나옴)







과연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지 매순간 궁금해지는 미얀마.







지금은 이 드넓고 고요한 호수 위에서 반짝이는 물결과 아저씨들의 움직임만으로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한참을 이동해 또다른 마을로







물건 팔려고 기다리신 것 같은데 우리 보트 아저씨는 그냥 슝슝 지나쳐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기념품 가게 투어가 시작된다-_-

살건 없어도 그 중에 꽤 신기한 가게들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


여긴 목에 링을 끼워 이렇게 목이 길어진 롱넥부족 사람들이 만든 기념품을 파는 곳.

태국북부에서부터 롱넥부족 만나러 가는 투어상품이 많아도 전혀 가고 싶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만나게 됐다.

태국과 미얀마에 걸쳐 분포해 살고 있지만 원래는 미얀마사람들이라는 다른 그룹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었음.

우리 보트 운전하는 아저씨는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 하시는 관계로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근처 또다른 마을의 시장. 

요일마다 시장이 열리는 마을이 다르다고 한다. 이 날은 월요일이었던가?











가만 보니 묵을 참 많이 먹는다.







튀겨도 먹고!







































없는게 없는 시장. 어딜가나 시장구경이 제일 재밌다!























다만 기념품 파는 분들은 좀 끈질겨서 무섭당. 자꾸 인도가 생각남.















어떤 꼬마 내 키가 엄마랑 비슷했는지 갑자기 와서 내 손을 덥썩 잡고 걷다가 

뭔가 이상했는지 얼굴을 보더니 엄마가 아닌걸 알아채고는 울먹이며 달려가는 일도 있었지.

나도 어릴 때 그래봤던 기억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기념품에 지친 우린 바나나 한 뭉치 사먹고















이번엔 lotus라는 꽃으로 실을 뽑아 옷을 만드는 곳.

꽃 줄기에서 저런 실이 나오다니!




















질감이 꽤나 특이했는데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
















오늘 투어에서 가장 신기한 곳 중 하나였던 레알 대장간!




















호수 위에 있는 맛없는 레스토랑에서 점심 후 







은세공점 (각종 보석류가 유명한 미얀마)











은세공점 아들은 어린 나이부터 은세공술을 배우고 있더니

배 만드는 목수 아들은 어린 나이부터 도끼 휘두르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참 많이 달라지는게 인생이고

그 환경에 따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택'과 '기회' 또한 얼마나 달라지는지 생각하게 되는 이 여행.















이번엔 수공예 담배공장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담배.

우리와 함께 여태 아무것도 안 사던 프랑스 아저씨들, 담배는 몇 팩씩 담아가더라.











미얀마니 빠지지 않는 사원











































이 동네에서 오랜 전부터 유명했다는 점핑캣 사원







고양이들이 막 점프하는 묘기를 보여줘서 점핑캣 사원이라는데 더이상 고양이들이 묘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밥 주는 스님 뒤만 졸졸졸. 어딜 가나 오빠를 잘 따르던 고양이들이 눈길 한번 안 줘서 오빤 맘 상하고ㅋㅋㅋ








점핑캣 사원을 끝으로 수많은 기념품 투어로 구성된 오늘의 인레호수 투어는 이로써 끝.

물건 사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적당히 신기하고 이동하며 배 위에서 보내는 고요한 그 시간, 호수풍경이 좋아서 괜찮았던 것 같다.


모두들 호수를 보러 오는 동네지만 우리에게 호수는 그저 덤.

걷기좋은 마을과 여기 오는 길 쏟아지던 하늘의 별과 맛있는 음식으로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낭쉐.







이제 시간 맞춰 낭쉐로 돌아가 또다시 야간버스 타고 양곤으로 향하는 일정.

근데 어째 아침부터 비실대던 우리 배, 메콩강 위의 악몽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결국 돌아오는 길 배 엔진이 또 나가버렸다 헐.


대체 왜! 우리가 배만 타면 엔진이 고장 나지? 왜! 왜! 왜!

다행히 거의 다 와서라 마지막은 아저씨가 노를 저어 가까스로 제 시간내 돌아올 수 있었지만 꽤나 땀이 났던 그 몇 십분의 기억 아으.

이제 배는 그만 타고 싶다.


드디어 미얀마 마지막 도시 양곤.

야간버스에서 하루 보내고 양곤 가서 하룻밤만 더 자면 미얀마도 안녕이로구나!

미얀마가 끝나가서 반가운데 낭쉐를 떠나긴 왠지 아쉬운 마음. 그리울거야 낭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