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쿠바!
여행하면서 컴터 망가졌을 때 빼고는 나름 시간순, 실시간으로 여행기를 업뎃하려 노력했는데 유일하게 중간에 쏙 빠져버린 쿠바.
쿠바에서 보낸 2주 내내 인터넷을 할 수 없었다보니 자연스레 여행기가 밀렸고
쿠바 이후 만난 남미에서부터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신천지라 빨리 전하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쿠바는 건너뛰고 에콰도르부터 다시 시작.
그마저 중간에 노트북이 사망하고 칠레부터 미국까지는 석달동안 블로그를 할 수 없었다보니 쿠바는 점점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여행이 다 끝나고서야 다시 들춰보는 쿠바이야기.
그래서...기억이 잘 안나...
무려 2012년 12월, 총 20개월의 여행 중 여행 3개월 차.
지나고보니 아쉬운 것도 많은 참 서툰 여행이었다.
굳이 서툴고 말고를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쿠바는 유독 그랬다.
어딜 가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기꾼들이 있고 어떤 현지인을 만나느냐는 '운'에 따라 여행의 기억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쿠바는 가기 전부터 그렇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고 실제로 많이 만났고 그래서 매번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 서 있었다.
지금 같으면 큰 일 아니고서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을 일들에 (진짜?)
돈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아둥바둥, 하루하루 참 배가 고팠던 쿠바.
배가 고파서 신경이 곤두 서 있었나ㅋㅋㅋ
2012년 12월 6일,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의 2개월을 뒤로 하고 세번째 나라 쿠바로!
우린 분명 칸쿤에서 출발했는데 여긴 어디? 파나마 시티?!
칸쿤에 도착해서 쿠바 아바나 가는 제일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보니 파나마시티 경유-_-
2시간이면 날아갈 거리를 대체 얼마나 돌아가는겨-_-
요새는 쿠바여행정보가 워낙 많아져서 잘 알겠지만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 뭐 그런 것 때문에 여권에 도장을 안 찍어주고
이렇게 여행자 카드 같은 걸 사서 입출국을 하게 된다. 25달러였던가.
잔돈이 없었던 우린 있던 100달러를 내고 여행자 카드를 사려고 했으나
거스름돈이 없다고 우기는 항공사 직원 때문에 파나마시티 공항을 돌아다니며 가게마다 들어가 작은 돈으로 바꿔달라고 하는데 전부 거절ㅋㅋㅋ
결국 맥주 한 캔을 사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훗날 1년 4개월 후에 다시 돌아오게 될 줄 꿈에도 몰랐던 파나마와의 첫만남은 이렇게 구렸더랬지.
세계를 한 바퀴 돌아가 마셨던 저 발보아 맥주는 그래도 꽤 먹어줄만 했는데,
멕시코에 있다 막 나왔던 저 때만 해도 오빤 파나마 맥주 완전 구리다고 투덜투덜ㅋㅋㅋㅋㅋㅋ
멕시코에 완전 폴링인러브 하고 있던 우리에겐 사실 다 별로였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쿠바도 그래서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칸쿤에서 조식도 제대로 못 먹고 새벽부터 허겁지겁 나와 비행기를 탔는데 멀리 파나마시티까지 경유해서 아바나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_-
사진은 다음날 아침 아바나 거리.
너무 배가 고파서 까사 밖으로 나갔는데 밤거리가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참 무서웠던 아바나의 첫인상.
(쿠바의 까사는 호스텔 같은 느낌인데, 정부 허가를 받은 가정집에서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형태다)
결국 먹을 것도 제대로 못 찾고 소심하게 말레꼰 바다 바람만 쐬고 방으로 돌아와 꼬르륵 꼬르륵 잠들어야 했던 슬픈 첫날 밤.
하지만 사실 라틴아메리카 나라 중에 쿠바만큼 밤거리가 안전한 나라도 없다는 사실.
멕시코 툴룸 호스텔에서 굴러댕기던 쿠바 론리.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 같은 한글로 된 완전 구린 멕시코 백배즐기기와 교환하면서 살짝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들고 와서 보니 웬걸, 주요 관광지는 몽땅! 찢겨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거의 얻을 수 없었다.
너무 아는 거 없이 와버렸는데 여긴 인터넷으로 정보도 검색할 수 없고,
일단 아바나를 한바퀴 둘러볼까 하는 맘에 여행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층 관광버스를 탔던 날! 이라고 그 땐 좋아했지만
아바나의 첫 아침이라 몰랐다, 여기 태양이 얼마나 뜨거운지.
시티투어 버스는 아바나 시내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잉글라테라 호텔 맞은편 공원 앞에서 출발.
호텔 옆 화려한 건물은 극장. 혁명 이전의 모습을 상상해보는게 아니라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 묘한 느낌.
듣던대로 올드카 전시장이 따로 없다.
올드카 다음으로 많은 건 중국에서 가져온 버스.
아무래도 체제 때문인지 중국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해보였다.
당장 다가오고 있던 2013년부터 새로운 변화를 꾀하던 쿠바가 롤모델로 생각하던 나라 역시 중국.
내 눈에 제일 신기했던건 간간히 보이던 한국의 초록버스 파란버스!
모든 쿠바여행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말레꼰.
우리도 말레꼰의 바람, 특히 밤바람을 참 좋아했더랬다- 냄새는 좀 퀴퀴했지만.
미국에 포로로 잡혀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혁명가들인가
정의롭지 않은 것을 끝내라고 적혀 있다.
오늘 시티투어 버스의 하이라이트, 혁명광장과 호세마르티 기념탑.
쿠바도 다른 라틴 아메리카와 같이 식민시대를 거쳤는데 호세 마르티는 쿠바 독립의 아버지.
독립 이후 쿠바가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국가 기간산업이 미국기업에 넘어가니까
이에 대항해 일어난 민족주의적 공산주의 혁명이 우리가 아는 쿠바혁명이다.
우리가 탄 건 파세오 델 프라도를 출발하여 말레꼰을 지나 베다도를 거쳐 혁명광장을 다녀오는 코스였다.
아바나 비에하와 베다도 지역은 택시나 도보 등으로 갈 수 있지만 혁명광장은 좀 멀기 때문에 시티투어 버스가 괜찮은 대안.
지나고 나서 쿠바를 여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일 좋은건 4명 정도 모아서 같이 택시 타고 다니는거라고 했지만.
혁명광장 앞 정부건물에 걸린 혁명의 아이콘 체게바라의 얼굴.
Hasta la victoria siempre-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
잘은 몰라도 우리 또한 체게바라 평전,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막연히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인물인데
여행하며 보니 쿠바에서는 물론, 라틴 아메리카 전역, 아니 세계 곳곳 온갖 상품 속에서 기념품이 되어 계셨다.
체게바라는 하늘에서 보고 있으려나,
자본주의의 마스코트로 변질된 슬픈 자화상을ㅠ
이분은 아마도 피델 카스트로.
신기한 아바나 거리, 전설 같은 역사의 이면에는 힘들게 살아온 쿠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혁명 이후 정부는 정부대로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고 미국은 미국대로 엠바고로 목을 죄어오고.
체제, 이념 이런 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만난 쿠바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는 않아보였다.
물론 아프로-쿠바노 사람들만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음악, 그들 고유의 흥!은 어디서나 넘쳐났지만
사는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면 글쎄.
학생시절에는 그래도 보건의료분야에서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한 의료시스템 하나는 참 자랑스러워하는, 본 받을만한 그런 나라라고 배웠는데
당장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경제적인 여유,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자유, 이런 것들 같아보였다.
규제를 피해 블랙마켓이 성행하고 집에 안테나를 설치해서 몰래 미국 방송을 보고.
겪어보면 바다 건너의 삶이 그저 허황된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지 모르지만
자유롭게 그곳을 여행하고 경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그것들이 모두 동경의 대상인 것 같았다.
연합, 생산성, 효율성- 이런 식의 공산주의식 선전 문구가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정작 관광객을 '봉'으로 보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세계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 자본주의를 온몸으로 느꼈던 아이러니함.
허름한 골목들을 달리다보면 떡 하니 나타나는 호텔 아바나 리브레. 아바나에서 가장 럭셔리한 장소 중 하나다.
혁명 전에는 힐튼 호텔이었던 이곳은 최상층 스위트룸에서 카스트로가 머물면서 통치했다고 하는데 혁명군 리더라도 좋은게 좋았나보다.
암튼 쿠바 혁명 이후에는 이런 호텔이나 미국인 별장, 공장, 기계 자동차 등을 모두 국유화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것을 아직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
미국 엠바고의 결과로 그렇게 되기도 했겠지만
사람 살아가는데 그렇게 새 것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왼쪽부터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편하게 물 한 통 살 수 있는 마트는 널려 있기 마련인데,
마트 찾기가 참 어려웠던 쿠바에서는 이런 작은 상점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이번에 보고타 갔을 때 쿠바에 몇 달동안 공부를 하러 갔다가 보고타에 온 독일친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친구는 보고타에 와서 몇 달만에 마트에 갔더니 물건 종류가 너무나 많아서 아무것도 못 사고 나와버렸고 했다.
"치즈 종류가 너무 많아서 순간 뭘 골라야할지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
아바나 비에하 쪽 오비스포 거리로 향하는 길
쿠바에는 두 가지 화폐가 존재했다.
쎄우쎄나 쿡이라고 부르는 여행자용 화폐 cuc과 쿠바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네다(moneda).
일단 공항에 도착하면 쿡으로만 환전이 가능하고
(지금도 비슷할 것 같지만 2년 전에는 카드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고 환전도 미국달러를 가져가면 환율을 엄청 후려쳐서
캐나다 달러!를 가져가서 환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이런 관광객 거리의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점에서는 대부분 쿡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2012년 12월 당시 24모네다 = 1쿡, 1쿡 = 1달러 정도.
일단 이렇게 쿡으로 가격이 매겨진 물건이나 음식들은 현지 물가나 현지인들 생활 수준과 비교하면 굉장히 비싼 거라고 보면 된다.
이런 샌드위치는 10-20 모네다, 그러니까 1달러도 안 되는 가격.
무지 싸지만 보통은 상점에 모네다 가격인지 쿡 가격인지 제대로 안 써놓고 어수룩한 외국인한테는 막 쿡을 받거나,
쿡을 거슬러줘야 하는데 모네다를 거슬러 준다거나 하는 아주 가벼운? 사기가 일상적으로 있으니 주의요망.
쿠바 여행 전 이런 쿠바 화폐 체계에 대해서 익히 들었던 터라, 가면 모네다 식당만 찾아서 엄청 싼 거 먹어야지! 했었는데
아무 정보가 없던 우린, 그마저 한국인도 하나도 없는 까사에 가서 더더욱 정보가 없었던 우린 모네다 식당을 찾기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보니 다른 사람들은 잘만 찾아서 3-4달러 정도 가격에 랍스터에 고기에 엄청 잘 먹고 댕겼더만...
가기 전에 어디선가 이런 길거리 샌드위치가 싸고 참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이걸로 배나 채워볼까 했는데 웬 걸,
맛도 없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신비한 샌드위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쿠바에 갔더라면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내던지 포기하고 그냥 관광객 식당 가서 배를 채웠을텐데
이 때만 해도 참 미련했던 우린 매일 그렇게 늘 배고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 입 먹으면 사라지는 모네다 아이스크림
인기쟁이 츄러스
쿠바의 흔한 교복
12월 쿠바의 태양은 멕시코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무지무지 뜨거웠다.
여행 통틀어 가장 가벼웠던 시절의 오빠.
바다 건너 요새.
시간이 지나니 바다의 꾸리꾸리한 냄새만 기억이 난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던 맥주집
먹는 건 힘들었지만 보고 듣고 즐기는 재미만큼은 정말 좋았던 아바나.
쿠바에 다시 간다면 아바나에만 몇 주 있고 싶다.
사진은 별로 없지만 아바나에 가면 볼 만한 박물관들이 꽤 있다.
이곳 예술박물관과 쿠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혁명박물관.
혁명박물관은 자료가 좀 구식이긴 해도 밖에서 볼 수 없던 체게바라의 사진들과 자세한 역사를 읽어볼 수 있어 좋고
예술박물관은 뭐랄까,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빡센 예술과 아프로 쿠바노(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쿠바사람들)들의 독특한 예술작품이 느낌 있더라.
이날은 토요일이었나,
박물관 안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따라가보니 어린 아이들이 수준급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여주고 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바나에서 유일하게 걷기 쾌적한 프라도의 나무 그늘 아래에선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쿠바는 나름 특별한? 나라였고, 그 중에서도 아바나가 가장 좋았다.
도시의 색채와 오래된 건물이 주는 느낌도 좋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쿠바노들의 음악!
여긴 바로 살사의 본고장!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 쿠바에서는 캄캄한 밤에도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하루는 사진에 보이는 까사 데 라 뮤시카에 공연을 보러 갔었다.
카메라를 분명히 가져가긴 했는데 알고보니 메모리카드를 두고 와서 사진이 하나도 엄써...
암튼 우린 멋모르고 갔는데 춤추러 나온 동네 젊은이들부터, 관광객들까지 입장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던 클럽.
황당한 게 줄을 서 있었는데 갑자기 직원 같은 애들이 나오더니 입장료 외에 추가로 돈을 더 내는 사람 먼저 들여보내준다며 대놓고 뒷거래를 요구-_-
(이런게 전에도 말한 돈 있으면 다 되는 쿠바의 모습이랄까)
돈을 얹어줄 생각이 전혀 없던 우린 그냥 줄 서서 쟤네가 뭐래-_- 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서 그 폴란드 친구 클라우디아 (폴란드 우쯔편 참조ㅋㅋ)를 만나게 된 것!
살사에 빠져 쿠바, 것도 아바나만 두번째였던 클라우디아는 오면 몇 주동안 아바나에만 머물며 공연 보고 춤을 배우던 중이었다.
알고보니 이날 클럽에서 공연하던 밴드가 무진장 유명한 밴드라 보러 왔다네.
이렇게 만난 인연으로 같이 공연 보고 그러다 클라우디아는 나가서 춤추고
나는 앉아 있다가 클럽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여자는 가만히 두지 못하는 쿠바노 오빠 손에 이끌려 첨으로 살사스텝 좀 밟아보고
그 쿠바노가 오빠도 억지로 일으켜서 춤을 막 가르쳐주는데, 못해서 가르쳐주다 포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이지 즐길 게 너무나 많은 쿠바, 살사까지 출 줄 안다면 금상첨화!
못 추는 여자는 어디서든 리드해줄 남자가 나타나니 못 춰도 되지만, 못 추는 남자가 혼자 가면 좀 심심할거임.
다음날은 전날 클라우디아가 알려준 또다른 공연 장소를 가기로 했는데
관광지가 아니라 위치를 잘 몰라 (여긴 인터넷 검색이 안 되니까ㅠ) 택시를 타보기로 했다.
왠지 수상해 보이는 택시라 우기는 불법택시인 올드카에 일단 타긴 했는데
내부가 이래ㅋㅋㅋㅋㅋㅋ
다 뜯어내고 뼈만 남은 차 안에서 아저씨는 신나게 담배를 펴대고
우린 뭐가 좋다고 셀카나 찍다가 아저씨가 도착했다 그래서 내리고 보니
완전 우리가 말한 목적지랑 상관도 없는 이상한 곳이었다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택시사기ㅋㅋㅋㅋㅋㅋ
결국 다시 물어물어 걸어가는 길, 베다도 지역.
얼마나 걸었는지 너무 덥고 지쳐서 쿠바 콜라 투콜라 한잔이요!
미국산 코카콜라 따위 있을 리가 없는 쿠바에서 매일 먹던 그 콜라.
어렵게 찾아낸 공연장에선 이미 공연이 한창.
전날 클럽에서 본 밴드 공연보다 훨씬 전통적인 공연으로,
평상시에는 이런 아프로 쿠바노들의 음악과 춤을 가르치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이고 토요일 오후마다 공연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건 동영상으로 봐야 제 맛이거늘.
여행에서 돌아온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무것도 정리를 못하고 있다 이런.
얼핏 보기엔 비슷해보여도 팀마다 음악도 리듬도 의상도 춤도 모두 다르다.
잘 모르는 우리는 봐도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클라우디아 덕분에 이건 어떤 음악이고, 저건 어떤 춤이고 어떤 스토리인지 설명을 들으며 감상.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 때 내 옆에서 엄청 열정적으로 사진 찍던 백인 아저씨.
팔로 자꾸 몸을 밀어서 내 뒤에 서있던 오빠한테 짜증난다고 얘기했는데
오빠가 이 아저씨 카메라 보니까 춤추는 사람들 중에서도 여자들의 특정 신체부위만 줌인해서 찍고 있었다고.
아 뭐야. 왜 이런 게 기억나지-_-
마지막엔 구경하던 사람들을 모두 끌어내 함께 춤을 추는데
뭐 쭈뼛쭈뼛 빼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들 나가서 수준급의 그루브를 보여준다.
이것이 살사 본고장의 모습인가- 대박.
공연이 끝나고 밤의 아바나.
시원한 바다바람 맞으러 말레꼰 앞에 나와 있는 사람들, 흔한 아바나의 밤 풍경.
말레꼰에서 클라우디아와 함께.
까사에서의 아침.
까사 주인들은 숙박비는 정부에 세금으로 많이 떼이고 남는 게 별로 없어서 아침이나 저녁을 팔아 수입을 충당한다고 한다.
보시다시피 꽤나 푸짐하게 나오긴 하지만 아침이 3-4쿡, 저녁은 8-10쿡이니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비쌈.
보통 우린 저녁은 밖에서 대충 때우고 아침은 까사에서 먹었는데
점심을 먹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빵을 먹을 수 있는 만큼 엄청 많이 먹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래도 쿠바에서 가공품은 물량도 부족하고 값도 비싼 편이라
주인 아저씨는 매일 여기 차려진 햄과 치즈가 얼마나 비싼 건지 우리에게 설명하려고 했었다.
"이거 봐봐, 4쿡이지만 햄도 있고 치즈도 있잖아!"
그러면서 "한국 사람은 돈이 별로 없으니까 너넨 조금 깎아줄게." 라고 했는데
왜 저런 말을 할까 궁금하면서도 돈이 없던 우린 "응 우린 돈이 없어. 땡큐."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소릴 가끔 듣는다.
한국 사람들이 구질구질하게 (우리처럼) 자꾸 깎아달라고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여행지에서 1달러 쯤이야- 하면서 약간 재수없게 펑펑 돈 쓰는 미국인들이나 유럽인들에 비해 덜 밉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저 햄이나 치즈가 얼마나 비싼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침마다 주는 쿠바 커피는 정말 맛있었는데.
쿠바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까사.
우리 까사 앞 거리
2013년을 앞두고 있던 뜨거운 12월이었다.
노란 건물에 걸린 닻 표시가 정부 허가를 받은 까사라는 표시.
까사 가격은 15쿡에서 25쿡 정도로 가격과 시설, 청결도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놀랐던 것은 까사 주인들도 정보력과 자본력 차이에 따라 까사를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에 차이가 엄청 크다는 점.
예를 들면 쿠바에서는 개인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려고 해도 엄청 비싸고 밖에서 호텔 같은 곳에 어쩌다 있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어도 엄청 비싼데,
돈이 있는 까사 주인들은 인터넷으로 자기 까사를 홍보하고 페북 페이지도 만들고 이메일로 예약도 받는다는 거.
미국에 친척이 있다는 어떤 사람은 구형이긴 해도 맥북을 쓰고 있을 정도였다.
이 까사주인도 인터넷으로 예약도 받고 여행자들의 취향에 맞춰 운영을 하다 보니 손님이 늘었고 건물 옥상까지 방을 계속해서 증축하고 있었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까사주인들은 매일 버스정류장에 출근해서 소리를 지르고 호객행위를 해야 손님을 한두명 데려올까 말까한 정도.
2013년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고들 얘기하던 쿠바.
이미 이 때부터 자본력과 정보력의 격차는 여행자인 내가 느끼기에도 엄청났는데 2014년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사람들이 갈망하는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은 과연 어떤걸까?
아바나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이 올드시티.
공산품 파는 가게를 찾아보기 참 어려웠는데 우연히 발견한 가게에 들어가 보니
쇼윈도우 안에는 요렇게 칫솔을 귀엽게 진열해놨다.
어차피 중남미 어딜 가도 한국과는 이국적인 풍경이기 때문에 길을 걸을 때는 쿠바라고 다른 나라랑 특별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는데
바로 이런 데서 아, 여긴 공산주의 국가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국 같으면 한밤 중에도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살 수 있는 칫솔 치약도 쿠바에선 얼마나 귀하게 살 수 있는 물건인지.
일요일에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하멜거리
아프로 쿠바노들이 모여 작은 거리를 꾸미고 음악공연을 하는 곳인데
지금은 많이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래도 컬러감은 좋구만.
공연 전부터 혼자 온 여성 여행객들은 쿠바노 오빠들에게 잡혀 살사 살사
네일샵도 있고!
아바나에서 유명한 대형병원
다른 건 몰라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의료를 분배하려고 한 시도와 결과적으로 꽤나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알려진 쿠바라
병원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으나 이건 뭐 피델 카스트로가 뭐라고 했는지도 잘 모르는 판에.
남미 여행 내내 그랬지만 스페인어를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 쿠바였다.
어디에 가나 여행자가 단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그 나라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여긴 현지인과 관광객이 사용하는 화폐부터 다르고
관광객들에게 덧씌워진 환상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반대로 평가절하된 모습과 진짜 이곳 쿠바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서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났던 쿠바 사람들은 다 우릴 돈으로만 보는 까사 주인들이었으니. 흑흑.
의료와 함께 강조되는 교육.
주말의 프라도에는 이렇게 그림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즐거운 얼굴로 앉아있었다.
만들기도 열심열심.
참으로 다양한 쿠바 음악.
하나씩 찾아서 들어봐야징.
아바나의 밤은 역시 음악과 함께.
마지막 날은 재즈바.
한국 같은 데서 재즈바 가는거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수준급 공연과 맛있는 칵테일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지만
이것도 쿠바의 보통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엄청 비싼 가격이라고 한다.
의료나 교육과 달리 왜 이런 음악과 문화와 공연은 더 보편적으로 공유될 수 없는거지?
그냥 여긴 관광객들 돈 쓰고 가라고 만든 곳인가? 현지인들도 많았는데?
아바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음악과 춤.
그거 하나만으로도 가볼만한 이유나 넘치고 넘치지만
지나고 보면 끊임없이 삶과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 곳이었던 것 같다.
늘 배가 고파서 왜 사람은 먹고 싸고 또 먹어야 하는지 매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고ㅋㅋ
애초에 혁명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꿈꾼 세상,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
그리고 지금 여기 나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우리가 갔을 때만 해도 곧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테니 그 전의 쿠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금 가야한다고, 그렇게들 말하곤 했는데.
벌써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린, 잘 살고 있나?
2014년의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더 자유롭고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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