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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살이 121314/Cuba

[Day 64] 쿠바의 예쁜 시골마을 비냘레스(Vinales)



아바나 사진이 너무 많아서 지쳤었는지 아바나 포스팅 후 나머지 쿠바 포스팅을 슬금슬금 미뤄두고 있었는데

막상 다른 사진폴더들을 열어보니 사진이 별로 없네?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음에 들었던 아바나를 떠나 아바나 서쪽 3-4시간 거리의 비냘레스라는 작은 마을로 이동하던 날 아침.







이동하는 날이 아니면 절대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서 나오지 않는 게으른 여행자인지라 아바나에 며칠을 있었는데 아침 풍경은 처음.

아침이라고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는 도시지만 예쁘게 교복 입고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이 그나마 활기를 더해준다.







깔끔한 아이들의 교복차림만큼이나 눈에 띄는 깔끔한(내 눈에만?) 여행초반 오빠의 옷과 배낭.


어디선가 사라진 저 배낭커버부터 시작해서 아직은 선명한 티셔츠와 가방 색깔, 몇 개월 지나 다 망가져버린 신발까지...

20개월동안 매일 봐온 아이들이라 새삼 사진으로 예전 모습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손에 들고 있는 저 가방은 뭐지? 

쿠바에선 부엌을 잘 못 써서 요리 재료도 안 가지고 다녔고, 차마 가방에 넣을 수 없었던 냄새 나는 빨래?







쿠바에서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버스는 보통 두 가지. 

국영인 비아술 버스와 어디서 운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사를 통해 티켓을 살 수 있는 트란스투르.


아바나에선 비아술 터미널이 멀어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잉글라테라 호텔 앞에서 출발하는 트란스투르를 타기로 했다.

쿠바 각지로 출발하는 트란스투르 버스를 타기 위해 꽤 많은 여행자들이 아침부터 모여있었는데 역시나 버스가 제 시간에 올 리는 없고.


아무리 성격 급한 사람에게도 여행 좀 하다보면 버스가 30분 정도 늦게 오는 건 기본.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되기 시작하면 표를 잘못 산 건 아닌가, 엉뚱한 데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나를 안 태우고 가버렸나? 

이런 불안함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사람들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 날도 버스가 정해진 시간보다 엄청나게 늦게 왔고 버스가 한 대 올 때마다 여행자들을 배낭을 들쳐매고 쪼르르 달려나가기를 반복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비냘레스행 버스는 초반에 와서 우린 승자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버스에 올랐던 기억ㅋㅋ







아바나에서 비냘레스 가는 길 중간 어딘가 휴게소에서.


버스는 나쁘지 않아보이지만 보기보다는 불편했던 것 같다. 이동도 늘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ㅜ


지나고 보면 나는 오히려 남미에서 열 몇시간, 스물 몇시간씩 타던 버스들이 훨씬 편하고 재밌었는데

아예 장거리라 마음을 단디 먹고 타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버스도 편하고 도로도 쭉쭉 뻗어있고 변하는 풍경도 흥미로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달까.


반면 그정도 장거리 이동이 필요 없는 나라들에서 서너시간 혹은 10시간 이하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보통 도로도 더 안 좋고 의자도 구리고 늘 버스에서 알려주는 예상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고 그래서 훨씬 힘들었다.







드디어 비냘레스 도착!


아바나와는 전혀 다른 쿠바의 시골마을.

한적한 거리, 자그마한 집들, 심지어 이 동네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다닌다!







아바나 까사 아주머니한테 이곳 비냘레스 까사를 소개받아 왔는데

숙소는 웬만큼 깔끔하고 좋았지만 아바나 까사보단 여러모로 질이 떨어지면서도 가격은 똑같다.


쿠바에서 저렴한 까사를 찾으려면 그냥 버스터미널에 나와 호객하는 주인과 그 자리에서 흥정하는 방법이 최고.

우리처럼 별 생각없이 소개받아 무작정 따라가면 이전 숙소랑 무조건 같은 가격을 받으려고 배짱이다.


그래, 뭐 하루만 잘거니까 그냥 여기 있자- 했지만 이때부터 시작된 까사주인의 밥 눈치!

까사에서 아침 먹을거냐, 저녁은 먹을거냐 묻고 안 먹겠다고 하면 왜 안 먹냐 몇 번을 되물으면서 압박을 주기 시작한다ㅠ


까사를 운영하면 숙박비의 대부분은 세금으로 내고 결국 밥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


사실 주인이 뭐라 하든 신경 안 쓰면 그 뿐인데 

우린 안 먹겠다는 말에 면전에 대고 싹싹 변하는 표정이 어찌나 맘에 걸리던지

안 먹으면서 맘만 불편한 날들이 이어지던 쿠바의 나날이었다 흑흑.


여행 전에는 둘다 다른 사람한테 별로 신경 안 쓰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이런 일 겪어보면 아니더라. 

다른 사람들 기분변화에 매우 예민함. 알고보니 소심하고 여린 영혼들ㅋㅋ







나름 마을의 중심광장인데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동네 사람, 여행자 몇몇 말고는 조용하기 그지 없다.

태양이 너무 뜨거운 시간이라 그런가.







오랜만에 만난 길거리 음식!







고구마 튀김!







쿠바에서 사먹고 만족한 몇 안 되는 주전부리 중 하나.

저녁에 또 먹으러 갔는데 이미 장사 접고 없더라ㅠ










고구마 튀김 먹고 기분 완전 업! 

좀 걸어볼까나?!


마을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 스팟이 몇 군데 있다. 동굴, 벽화, 전망대, 시가공장 등등- 


마을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 같은 걸 타면 그곳들을 하루에 돌아볼 수 있다고 했는데

별로 안 궁금해서 그 중에 제일 가까운 벽화까지만 걸어서 갔다오기로 했다.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풍경.


아바나에 있다오니 이런 푸르름이 좋긴 한데, 뭐 특별할 건 없다.

별로였다기보다는 중남미의 수많은 자연들 사이에서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곳이었달까.


더워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오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이래저래 이동도 힘들고 귀찮았던 마음을 생각하면 

차라리 비냘레스에 안 가고 아바나에서 하루를 더 보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여행지들이 아바나 동쪽이라 서쪽에 있는 비냘레스에 가려면 이동시간이 더 늘어나니까.


물론 쿠바의 여러 모습을 보고 싶고 시골풍경도 궁금하고 버스 타는 것도 안 귀찮고 

비냘레스와 함께 다른 아바나 서쪽 마을들을 여행하고 싶다면 추천.


우리가 워낙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갔던터라.







하아- 이렇게 더울 줄 몰랐지.














너무너무 더워서 몇 번을 되돌아갈까 고민하다가 드디어 만난 비냘레스 국립공원 표지판.







이쪽으로 가면 벽화가 있대!







라오스에서 본 듯한 둥글둥글 작은 산들을 지나










쩌기 안쪽까지- 엄청 걸었네.







이게 그 벽화!

이름은 선사시대 벽화지만 선사시대에 그린 건 아니고 피델 카스트로의 지시로 1960대에 그린 벽화라고 한다.







흐흐, 별로 신기하진 않네? 

걸어오느라 완존 힘들었는데?








돌아가는 길엔 너무 힘들어서 지나가던 마차에 얹혀 갔는데







저 녀석 혼자 우리까지 다섯명을 데리고 달리느라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해졌다.







가볍게 걷고 돌아와 마을의 한적함을 즐기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걷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예상보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버려서 무지 배가 고팠는데

이미 까사에는 밥을 안 먹겠다 선언했고 낮에 보이던 노점상은 이미 다 접었고 거리의 레스토랑들은 생각보다 비싸서 하나 시켜 나눠 먹었다.


이미 여행한 지 시간이 꽤 지나버려서 쿠바는 정말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데 

이렇게 '하나 시켜 나눠 먹은' 건 기가 막히게 기억이 생생하단 말이지ㅋㅋㅋ







쿠바 와서 야위어가는 오빠의 뜬금없는 셀카 덕분에 좀처럼 안 찍는 숙소 사진.

저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신 카메라와 쿠바에서 참 흔했던 침대 담요의 패턴. 


이런 깨알 같은 디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