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0일, 여행 10개월 만에 아메리카 대륙을 벗어나 유럽에 진입!
아직 유럽이라 하기에 아이슬란드는 그냥 지구 어딘가 동떨어진 섬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새로운 땅에 왔다고 생각하니 즐겁다.
남미를 떠날 땐 그렇게나 아쉬웠는데 북미 떠나는건 이렇게 홀가분하다니.
뉴욕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5시간 정도 걸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빅에 도착했다.
왠지 이름만으로 깔끔하고 편안할 것만 같았던 아이슬란드 에어라인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고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자고 도착하니 여기 시간으로 오전 6시. 뉴욕시간으로는 새벽 2시니까 이제 자야하는데ㅠ
여행 10개월 만에 가장 큰 시차이동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동-서 방향이 아닌 서-동 이동이 시차적응에 더 어렵다는 얘길 하는 이유도 처음으로 알 것 같았고.
암튼 두근두근 비행기에 오르던 때와 달리 도착하자마자 둘다 헤롱헤롱 비몽사몽.
헐 근데 여기 생각보다 너무 춥다!!!
공항 바로 옆, 미리 예약해둔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찾고 지도 한 장 사서 일단은 레이캬빅 시내로 향했다.
정신이 너무 혼미해서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ㅋㅋㅋ 네비 없이 지도만 보고 다니기로 해서 대강 파악도 좀 할겸.
(크지 않은 섬이고 일주도로만 따라가면 크게 어려울게 없는 나라라 굳이 돈 주고 네비추가할 필요 없는 듯)
일단 추위 좀 누그러뜨리고 인터넷으로 정보도 좀 찾고 배도 채우고 그럼 머리도 좀 돌아가겠지?!
수도지만 생각보다 크지도 않고 높은 건물이 없어서 멀리서도 보이는 랜드마크
할그림스키르캬 교회(Hallgrimskirkja)
유럽에서는 어느 마을을 가든 교회나 성당이 높게 올라와 있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마을마다 정말 특색있게 지어진 현대적인 교회 건물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볼 정신도 없고 얼른 나와 근처 카페로 직행!
충격의 연속.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도 충격적인 추위에 충격적인 물가다.
보이는 가격에 대충 9 곱하면 한화로 계산됨.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서 와이파이 되는지만 확인하고 들어와버렸는데 그냥 아침도 먹을겸 아이슬란드 음식을 하나 주문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열흘동안 딱 두번 사먹었는데 그 중에 한번.
아이슬란드 음식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나쁘지 않았던 메뉴- 다시 사먹고 싶은 생각도 호기심도 사라지게 해줬고ㅋㅋ
빵 위에 생선 말린거, 양고기 말린거 등등 그리고 삭힌 상어! 난 삭힌 홍어도 안 먹어봤는데 얼떨결에 이런걸 다 먹어보넹.
추운 곳이라 그런지 양이 적어보여도 엄청 기름져서 다 먹기 힘들었다.
그래, 여기 사람들은 옛부터 이렇게 먹어야 이 추위를 견뎌왔겠지 싶었다. 지금이 여름인데 이 정도니ㅜ
근데 여기 비행기에서 틀어주던 관광안내비디오에 나왔던 카페.
보면서 '누가 이런거 보고 진짜 찾아가? 큭큭큭' 막 이랬는데 우리가 왔어ㅜ
그렇게 몸도 녹이고 배도 채우고 지도 파악도 하고 필요한 정보도 찾고 용기를 내어(!) 다시 밖으로.
하지만 역시나 너무 추워...날씨도 우울하고 열흘 간의 캠핑이 정말 까마득하다...
오늘은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으며 시내구경.
엽서 속의 말, 처음에 그냥 보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아이슬란드 다니고 보니 여기 말들 정말 저렇게 생겼다ㅋㅋ
추워서 짧게 안 깎아주는건지 찰랑찰랑 긴 머리- 분위기 있음ㅋㅋ
여기도 북유럽이긴 한건가. 작아도 하나하나 디자인에 꽤 힘을 준 듯한 거리.
잠도 못 자고 추워서 꺼내기 쉬운거 아무거나 막 껴입고 돌아다닌 첫날. 내 사진은 보기도 싫음ㅋㅋㅋ
쇼윈도에는 세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세일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가격.
생각보다 구경할게 없어서 금방 끝난 시내구경.
차 타고 마트 찾으러 가다가 벼룩시장 같은게 보여서 들어갔는데
허름해보이는 중고물건 역시 비싸다ㅋㅋ
추운 나라라 양털 제품이 아주 많은데 남미에서 알파카 입다 양털 만지면 너무 까슬까슬해.
여기서 즐겨먹는 빵
차에서 먹을 간식으로 도너츠 한 봉지 사고
우리나라처럼 건어물이 많다.
상어고기 여기도 있네.
말 소세지! 길을 달리다보면 온통 양과 말만 보였던 아이슬란드. 양말!
아무래도 다른 고기는 귀한 것 같고 풍부한건 어류인가보다.
별로 시도하고 싶지는 않게 생긴 비주얼.
짧았던 레이캬빅 구경을 마치고 간단히 장을 봐서 캠핑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이슬란드와 이어질 유럽 물가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기에 모든 캠핑용품과 식재료 대부분은 미국에서 바리바리 싸온 우리.
원래 매던 각자 배낭에 큰 아이스박스 하나 분량만큼 짐이 하나 더 늘었다.
대신 여기선 꼭 필요한 채소 몇가지, 양파 같은 것만 사서 열흘을 버텼더니 식비는 정말 많이 아낀듯. 아 뿌듯해!
내일 가기로 한 골든서클 지역으로 향하는 길 중간쯤 있는 캠핑장에서 자기로 하고 고고씽
화산섬이라 중간중간 나타나는 지열지대와 발전소.
그런데 문제는 지열지대 근처에 파리가 무지하게 많다는거!
멋모르고 들어갔던 캠핑장, 파리가 너무너무 많아서 차에서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ㅠ
대신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하고 샤워할 때 유황냄새 물씬 나는 온천수?가 콸콸콸
밥 먹고는 텐트 안에 피신해 누워있다가 자기 전 잠깐 나와 봄.
여전히 파리떼는 극성, 아무지 쫓아내도 렌즈에 떡 하니 붙어있다.
근데 이게 자기 전에 찍은 사진.
우리 그림자는 저만치 길어졌지만 여전히 해가 사라질 생각을 않는 이곳, 레이캬빅이 북위 64도니까 여기도 그쯤 되겠다.
해가 점점 짧아져 밤 11, 12시 정도가 되면 꽤 어두워지기는 하지만 텐트 안에서 서로의 얼굴이 다 보일만큼 빛이 남아있었던 8월의 아이슬란드.
이렇게 첫날은 가고, 내일은 나도 하늘도 맑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