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캠핑했던 마을, Eskifjörður (이번껀 정말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ㅋㅋ)
특별한 관광포인트가 아니기에 관광객은 거의 없지만 동쪽 피요르드 드라이브에서 쉬어가는 위치로 캠핑하기 괜찮았던 것 같다.
다른 곳들처럼 저녁에 캠핑장에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렸는데 안 와서 어쩌다보니 무료캠핑.
캠핑장에 우리 말고 한두팀 더 있었나. 동네 놀이터 같은 곳에 작은 캠핑장이라 동네 꼬마들이 옆에 와서 놀고 가고 그랬던 기억.
그나저나 아이슬란드 와서 이튿날부터는 날씨가 쭉 좋았는데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페루 잉카트레일 이후 정말 간절히 비구름이 떠나주길 바랄 때는 거기서 배운 것처럼 하늘의 먹구름을 향해 입으로 후- 불어보는 나.
그곳 사람들은 계절상 건기에 태어난 사람이 후- 불면 구름이 물러난다고 믿는다:)
아기자기한 마을
꼭 필요한게 아니면 간식거리도 사지 않으려 애썼던 아이슬란드.
그래도 당보충은 해야하니까 과자는 무조건 싸고 무겁고 양 많은 걸로ㅋㅋ
이제 쭉쭉 북쪽으로 이동! 중간에 전망 좋은 곳에 내려 스트레칭 으샤으샤
갈수록 알 수 없는 포즈와 표정이 난무하는 우리의 사진들ㅋㅋㅋ
여기는 Seyðisfjörður
아이슬란드 동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Egilsstadir라는 마을에 갔다가 옆동네라 한번 들러본 곳이다.
몇 가지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와 지도 한장으로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우리.
론리며 가이드북 그런 거 없다. 한국에서 갔어도 이랬을까. 지금 있는 유럽도 세계일주의 초반 루트였다면 이러고 다녔을까. 궁금해지는 요즘ㅋㅋ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인포센터에 가면 크게 레이캬빅 주변/ 남부/ 동부/ 북부/ 서쪽 피요르드로 구역을 나눠
각 구역에서 가볼만한 곳들에 대한 정보를 친절히 주고 있기 때문에 각 구역의 큰 도시에 있는 인포에 가면 그 때 그 때 갈만한 곳들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도 그렇게 인연이 닿은 마을.
참고로 인포는 대부분 와이파이가 유료인데 간혹 무료인 곳이 있으니 시도해보시길.
에길스타디르는 유료라 옆에 있는 카페 가서 커피 한잔 하고 인터넷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본 정보로는 예술가들이 사는 해안가 마을이라고 했는데 가보니 글쎄.
이 건물에서 무슨 전시도 있다고 해서 갔는데 텅 비었다ㅋㅋ
대신 와이파이는 잡히네ㅋㅋ
화산섬이라 소세지 광고도 막 이래.
한번쯤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비쥬얼이었지만 우리는 오늘도 샌드위치가 있기에ㅜ
아이슬란드에서 열흘 내내 샌드위치를 먹었더니 유럽 와서는 질려버려서 프랑스 중반쯤 오빠에게 고백했다.
"나 이제 점심으로 따뜻한 음식 좀 먹고 싶어 흑."
그리고 나서는 점심은 좀 사먹고 저녁은 해먹는 방향으로 진행중ㅎㅎ
이날 마을 어귀에 앉아 샌드위치 먹을 때 옆에 스페인에서 온 아주머니아저씨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는데
분명 스페인어인데, 남미랑 억양이 너무 달라서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 무척 당황스러웠던 기억.
마을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런게 바로 피요르드 마을.
마을 크기는 사진에서 보이는 부분이 전부다.
이제 우리가 향할 곳은 지도상에도 정말 쬐끄맣게 이름이 쓰여있고 딱 봐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마을 Husey.
섬의 북동쪽 끝, 비포장도로로 한참을 달리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 끝, 바다에 거의 다 이르면 이렇게 집이 하나 있다.
이곳이 오늘의 목적지 후세이 호스텔.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기 위해 왔다.
아이슬란드의 많은 농장주들이 그렇듯 농장이나 목장과 함께 호스텔을 운영하는 듯.
근데 우린 말들이 저렇게 자는거 이번에 처음 알았다! 볼 때마다 신기해서 저거봐 저거봐! 너무 웃겨! 계속 그랬음.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가자고 하니까 오기는 왔지만 뭔가 반신반의하던 오빠, 도착하니 완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이쪽 일기예보는 완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였는데 와보니 이정도면 날도 좋고 생각보다 더 포근한 느낌의 호스텔.
계속 무언가 볼거리를 찾아 달려온 그간의 여행.
조금은 황량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또 하루종일 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편안했던 시간.
텐트 치고 밥하고 멀리 수돗가 찾아 설거지할 걱정 아닌 걱정도, 비바람이 몰아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접어두어도 되니까.
꼭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 평화로움 속에서 볼리비아의 수크레가 떠올랐고
오빠는 이렇게 쉬어보는게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헐 그게 5개월 전인데ㅠ) 우슈아이아 이야기를 했다.
퍼핀퍼핀
고운 수제양털옷을 판매하고 있지만 다행히 내가 입기에는 너무 까슬까슬해서 사고 싶은 생각조차 안 들었다ㅋㅋ
오늘의 메뉴는 알리오올리오!
평소 같으면 음식 식을까봐 텐트 안에 쪼그려 앉아 소화가 되는지 마는지 허겁지겁 흡입했을텐데
밖에서 저렇게 바람이 부는데도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흑.
이건 다음날 아침 산책 풍경.
오랜만에 따뜻한 방에서 자니 살 것 같다. 아무리 도미토리여도 텐트보단 침대가 포근하지.
뒤로 보이는게 호스텔. 정말이지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겨울철에는 여기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지난밤 혹시나 혹시나 정말 너무 운이 좋아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맘으로 창가에 앉아 좀 기다려봤지만ㅋㅋ
아직 8월이라 해가 완전히 넘어갈 생각을 않는다. 어둡지만 어스름한 빛이 남아서 오로라를 볼 수 없음 흑.
겨울을 피해가는 우리 루트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오로라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아.
주인아주머니가 데려온 아기 여우.
많은 것을 보고 참 좋은 것과는 별개로 북미에서부터 쌓여온 여독과 스트레스가 가시지 않은 채 예상보다 더한 추위를 만나 지쳐가던 시점,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힐링의 시간.
캠핑으로 몸이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채우고 느끼고 있는게 우리의 여행이기에 가끔은 내려놓고 비우는 그런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휴- 사람은, 아니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한걸까. 그렇게 좋은 와중에도 쉬고 싶다니ㅋㅋ
슬프게도 지금의 유럽은 물가가 비싸서 한 마을에서 오래 머물며 쉬기가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리스기간이나 비용면에서도 그렇고 몸이 편안한 캠핑장을 찾기도 쉽지 않고 흑.
언젠가 가능하다면, 후세이에는 겨울에 오로라를 보러 다시 가보고 싶다.
겨울이라면 이번 같은 차로 이런 비포장을 달리는 건 꿈도 못 꾸겠지ㅎㅎ
하루로는 너무 아쉬웠지만 다시 힘을 내어 이동해본다.
다음 목적지는 온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