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곳의 공기/수진이방

귀국 한 달, 서울의 공기.



서울의 공기는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딩가딩가 놀고 있는 덕분에 대낮에도 거리를 활보하거나 한가하게 창 밖을 바라볼 시간이 있을 때,

아주 가끔씩 선명한 시야를 뽐내는 날엔 이 도시를 둘러싼- 평소에 보이지 않지만 그런 맑은 날에만 보이는- 아름다운 산세에 감탄하기도 한다는 것. 

세상의 많은 산들을 보고 왔지만 한국의 산세, 참 아름답다. 

자주 볼 수 없다는 게 함정.


서울의 공기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서 느려진 우리의 걸음을 발견한다.


강남역 한복판에 내놔도 서로 두 손 꼭 잡고도 수많은 인파 속을 남부럽지 않게 빠른 속도로 걷던 두 사람이었는데ㅋㅋ

이제는 그런 강남역 한복판 나의 의지로는 웬만해선 가지도 않지만 어쩌다 나가보면 우리 걸음이 제일 느리다.


빨리 걸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친구들은 "이제 바쁘고 정신없겠다."라고 말하지만 막상 나는 시간이 남아돌고 있다. 

일이 잘 안 구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주말이나 저녁을 반납해가며 아무 일이나 하고 싶지는 않다- 는 귀국 4주차의 배부른 생각ㅎㅎ


남아도는 시간은 대부분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쾌적한 인터넷 속도를 즐기는 데에 소비하고 있지만-_- 새로운 취미생활도 하나 개발?했다.

여행 내내 배우고 싶었던 그림.


딱히 어떤 그림을 배워야겠다고 구체적인 생각은 안 해봤는데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간단한 붓펜 그림을 배워서 끄적이기 시작.

여전히 유아틱한 만화풍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 달리 굉장히 느낌있는 (내 생각이지만) 그림을 척척 그려내는 오빠!












딱 봐도 만화풍은 내가, 아래껀 오빠가.

둘 다 우리 둘을 그린 그림인데 둘 다 전혀 안 닮았다. 그래서 깔깔깔.







오빠가 그린 그림에 색을 입히고 실컷 놀고 보니 출입국사실증명서.

이런 문서 따위 없어도 개털이 된 머리카락이나 제대로 온 몸에 그을린 피부만으로 어딜 가나 '어디 다녀온 사람' 티를 팍팍 내고 있거늘.


다른 종류의 그림도 배워보고 싶지만 일단 시작한 걸로 만족.

시간 있을 때 이것저것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고 싶으면서도 일단 뭐라도 벌어야 시작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흠.

우선순위는 스페인어와 클라이밍.








한국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제주.


여러번 가봤지만 여행하면서 '사는 곳'으로서의 제주는 어떨까 나만의 환상을 키워오고 있었는데

제주에 자리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환상이 조금은 깨진 상태.


여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무척이나 눅눅한 공기도 무시할 수 없었고

제주서에도 이주해온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소통하고 sns를 통해 환상을 키우고 있는 현실.


어디에 살든 나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













그래도 제주!하면 먹거리!

대박 맛있었던 회국수 멍게국수








벵에돔 김치찜







밀면







꽃게 짬뽕







고등어회!










요새는 제주에서도 애플망고를 재배한다길래 현지에 와서 안 먹기는 아쉽고 그래서 먹은 망고 빙수.

바로 얼마전까지 망고 하나에 오백원도 안 하고 심지어 망고가 남아돌아 땅에 밟히고 소들이 망고를 따먹던 나라들에 있다가

여기 와서 이 돈 주고 이런 걸 먹고 있는 나는 한국에 완벽적응한걸까 제정신이 아닌걸까 시간이 지나서도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오빠는 차라리 서울에서 먹은 망고빙수가 더 맛있었다 하네.








제일 맛있었던 건 전주에서.


이렇게 잘 먹고 다니는데, 사실 나는 하와이 이후로 한동안 탈 난게 낫지 않아 많이 먹질 못해서

내가 시켜놓고 맛만 보는 바람에 오빠가 다 먹고 살이 찐거라고 오빠가 불평불만...








심심한 오후.


마지막 하와이까지의 포스팅은 모두 끝이 났으나

생각해보니 아직 쿠바!가 남아있다.


오랜만에 사진을 꺼내보는데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기대하지마시라 쿠바!




















'이곳의 공기 > 수진이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9월 클라우디아와 서울구경  (1) 2015.10.02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2) 2014.10.09
-  (2) 2014.05.20
바람이 데려다 준 두 번째 안티구아  (3) 2014.05.19
바닷가 단상  (2) 2014.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