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양곤에서 다시 방콕으로.
미얀마 내내 몸이 힘들었던 우리에게 방콕은 그야말로 약속의 땅이자 기다림의 땅이었다.
싸고 맛있는 음식, 심지어 이번에는 설연휴를 맞아 방콕으로 놀러오는 친구와 함께 지내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좋은 수준의 호텔을 예약해둔 상태.
깨끗한 침대와 뜨거운 샤워는 상상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
어찌 보면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당연했던 것들에 기뻐하고 감사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데서 자고 편하게 샤워하자고 하는 여행은 아닌데 자꾸만 그런 걸 바라는 내 자신이 왠지 슬프기도 하다.
일년 사이 늙어버린 것만 같기도 하고 흑ㅠ
나중에 들으니 지난 겨울 동남아 지역은 예년에 비해 무척 추운 거였다고 한다.
평소 따뜻한 나라들의 준비되지 않은 겨울은 생각보다 더 혹독할 수 있겠구나. 성능 나쁜 온수기마저 없는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화장실이 열악해도 뜨거운 물은 콸콸 잘 나왔는데 그 이유는 뭐지?
설연휴 전날, 친구는 근무를 마치고 밤비행기로 새벽에 방콕에 도착한다 했고 우린 먼저 짐을 풀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동네 구경에 나섰다.
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특히나 더 일본사람이 많고 일본가게가 많았던 호텔 근처 골목.
먹음직스러운 일본식 카레, 것도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집에 들어가 정말 토할 것 같을 때까지 먹고 나왔다. 아 행복해.
여행 나와 1년 4개월 만에 친구와의 만남. 것도 방콕에서!
친구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새벽 1시쯤 도착한다던 아이는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왔고, 자다 깨서 감격의 재회 후 모두 다시 취침ㅋㅋ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보니 그동안 왜들 그렇게 나를 태국사람으로 봤는지 이해가 됐다ㅋㅋ
미얀마 숙소에서 만났던 말레이시아 아저씨는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정색하고 "한국사람이 왜 그렇게 까매?" 이래서 완전 퐝당했는데ㅋㅋ
친구와 함께한 방콕에서의 3일, 그 3일간의 야심찬 계획은 바로 무계획!
우리는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친구는 한국에서 일에 치이다 얻은 꿀 같은 설연휴였으니
계획없이 늦잠자고 오랜만에 만난 회포나 풀면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게 야심찬 계획이었다. 단 1일 1마사지는 필수ㅋㅋ
느즈막히 일어나 브런치 먹으러 팬시한 카페에 앉아 무한수다, 그러다 오후 되면 마사지 받고 저녁 먹고 놀다 자고.
모처럼 휴가를 나온 친구에게 배낭족의 생활을 함께 하자 강요할 수는 없으니 우리도 배낭족의 신분을 망각해볼까나?!
(잊으려해도 온몸으로 찌질한 배낭족 포스를 발산했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우리 나름대로' 생각없이 돈 '펑펑' 쓰고 휴가가 따로 없고만!
하루는 크레페.
당시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있던 방콕은 시위가 한창이었다.
한국에서 걱정하시던 것만큼 위험한 상황 같은건 없었고 오히려 태국 특유의 밝은 분위기로 마련된 각종 공연들과 길거리 시장이 축제 같았을 정도.
방콕에 들어가기 전 상황을 알아보려 인터넷 카페 글을 보다가 어떤 사람이 자기 캐리어가 빨간색인데 괜찮겠냐며 묻는 글에 빵 터졌던 기억.
(당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빨간색이나 노란색 옷은 피하기를 권장함)
다만 주요 도로를 다 막아놓고 있었기에 여기저기 다니기 교통은 좀 불편했다.
택시값이 싼 방콕에서는 세 명이 다니면 전철보다 택시가 훨씬 싼데 택시들이 씨암 방향으로는 아예 승차거부ㅠ
일본분위기 물씬 풍기던 호텔 앞 골목.
일본사람들 태국 와서 비지니스도 엄청 하고 이민도 많이 오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일본어가 많을 줄이야.
자그마한 체구가 비슷해서인지 태국사람들이 일본 것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방콕이지만 치앙마이에서 맛본 북부 이산음식을 찾아 쏨땀누아! 꺄 맛나맛나!
디저트는 홋카이도 소프트!
하루는 오빠 빼고 친구랑 둘이 카오산.
방콕이지만 역시 카오산이라 팟타이도 망고주스도 더 저렴한 가격에 양은 음청 많고
길에서 파는 물건들도 치앙마이에서 보던 거랑 똑같으면서도 뭔가 종류가 더 다양하더라.
예전에 오빠랑 카오산 왔을 땐 바에서 시체처럼 늘어져만 지냈는데
친구랑 걷고 먹고 마사지 받고 쇼핑하는 재미, 요거요거 완전 다른 재미!
역시나 도시에 와서 사진을 거의 안 찍었는데 친구랑 함께 다니니 둘이 다니면 건질 수 없는 스냅샷들이 생겼다. 고마우이!
근데 어째 다 돈계산하는 사진들이여ㅋㅋ
아무리 생각없이 돈을 쓰려해도 그날그날 생활비 정산하고 남은 날동안 얼마가 더 필요할지 계산하고
얼마를 더 뽑아야하나 계산하고 환율계산도 해야하니 그야말로 계산의 생활화.
미리 계산하고 나와도 atm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ㅋㅋㅋㅋㅋ
꿀 같은 3일을 보내고 곧 다시 볼테지만 아쉬운 작별의 시간.
친구는 인천으로, 우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한다.
오랜만에 아, 어느새 정말 한국 가까이 와있었구나! 새삼 깨닫고
그곳의 이야기들이 지금 나에게 얼마나 낯설게 다가오는지 느끼며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시간.
여행이 맨날 노는건데 그 와중에도 우린 휴가가 필요하고
편안한 집을 그리면서도 다시 그곳으로 향하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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